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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의 48시간
2023-02-21T19:06:41+09:00

최초로 신시사이저를 만든 무그가 오랜 시간 살 비비고 살았다. 음악과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흐르는 이 도시의 수만 가지 매력 속으로 첨벙.

보헤미안, 이국적인, 예술적이면서 역사적인, 뭔가 색다른. 이 수식어들은 모두 하나의 도시를 가리키고 있다. 바로 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이다. 이제 블루리지산맥(Blue Ridge Mountains)으로만 이곳을 기억하지 말자. 빨래판으로 연주하던 뮤지션들과 파이버 아트도 전부가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 후부터 1920년대에 이르는 화려한 재즈 시대가 묻어 있는 이 애슐빌의 매력은 차고도 넘친다.

숙소 예약

위키드위드(Wicked Weed Brewing) 브루어리부터 노스캐롤라이나 대학(UNC Asheville)까지. ‘The Windsor’는 여러 명소와 인접한 다운타운에 자리한다. 이곳은 고풍스러운 나무 바닥과 아파트 편의시설은 물론 파리지앵 느낌 물씬 나는 따뜻하고 모던한 럭셔리 부티크 호텔이다. 과거 제철공장이었던 ‘The Foundry Hotel’은 켜켜이 쌓인 역사와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가 어우러져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곳.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최고의 애팔래치아 지방 요리를 맛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마치 내 집에 온 듯 편안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Chestnut Street Inn’을 추천한다. 역사적인 1905 콜리니얼 리바이벌(Colonial Revival) 방은 깨끗하고, 통풍 또한 훌륭하다. 무엇보다 빈티지한 그 느낌을 유지하고 있다. 아침으로 나오는 비스킷과 그레이비를 놓쳤다 하더라도 아쉬워하지 말자. 마당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고, 칵테일 만들기 혹은 와인 시음 이벤트에 참여하면 되니까.

맛집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지 않으면 그건 남부식 브런치가 아니다. ‘Tupelo Honey’도 마찬가지다. 이 카페에서는 피칸 파이 프렌치토스트와 침샘 자극하는 고구마 팬케이크를 언제든 먹을 수 있다. 좀 더 가볍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면 ‘Summit Coffee Co.’로 가자. 공정무역, 유기농 인증을 받은 블렌드 커피와 갓 구운 베이글을 함께 맛볼 수 있으니.

Tupelo Honey

‘White Labs Kitchen & Tap’에서 주인장의 발효 비법들을 입으로 만끽하자.  사워 도우 피자부터 소량씩 만드는 양조 맥주까지 이스트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없다. ‘Curate’에서는 케이티 버튼 셰프가 스페인 타파스를 계절별로 다르게 제공한다. 식탁 가득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채우고 양껏 셰리주와 베르무트를 마시는 일, 상상만으로 벅차오른다.

White Labs Kitchen & Tap

관광지

‘Biltmore’는 미국에서 가장 유럽풍 스타일의 저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멋진 장소를 보고 아류라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거다. 1889년부터 1895년 사이 조지와 에디트 밴더빌트를 위해 만들어진 이 저택은 방 35개, 화장실 43개, 벽난로 65개는 물론 만 권 이상의 책을 소장한 도서관을 갖췄고 볼링장과 루프탑 경치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잠깐 짬을 내 들러 20분 동안 저택 가이드 투어도 받고, 약 32km나 되는 산책로와 정원을 구경하자. 와이너리도 방문 가능하다.

The Biltmore

물론 열 손가락 모자를 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곳이지만 그 중 애슈빌을 방문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땅이기 때문. 특히 피스가 내셔널 포레스트(Pisgah National Forest)는 50만 에이커의 땅에 활엽수, 강과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 캠핑은 말할 것도 없고, ‘Louise’s Kitchen’에서 점심 도시락을 챙겨오면 단언컨대 일생의 한 페이지에 남을 야외 피크닉을 즐길 수 있을 거다.

음악을 주야장천 들어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은 이상 현상이 일기 전까지 애슈빌을 떠나지 말자. 현지 이벤트 일정에는 포크 밴드부터 R&B, 전자음악까지 여러 장르의 공연이 넘쳐난다. 전자음악이 유명한 이유는 신시사이저의 효시인 무그 신시사이저를 만든 밥 무그(Bob Moog)가 애슈빌에 살았기 때문이라고.

쇼핑

이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Biltmore’에 방문하는 겸 ‘Antler Hill Village’도 가보기를 추천한다. 마을 전시회에서 미국 남북 전쟁 후 대호황 시대 스타일을 실컷 보았다면 ‘Farmyard’에서 염소들과 뛰어노는 재미도 느껴볼 것. 그러다가 한국에 두고 온 누군가가 떠오르면 ‘Carriage House’에서 선물을 사는 건 어떨까. 여행 시기가 겨울이라면 ‘A Christmas Past’에서 크리스마스용품들을 구매해도 좋다. 홈 데코부터 빈티지 장난감까지 없는 게 없다.

Antler Hill Village

예술품은 ‘Woolworth Walk’에서 구매하자. 사적으로 운영되는 이 갤러리는 약 160여 명의 애슈빌의 가장 창의적인 예술가들 영혼이 담긴 작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유리, 그림, 조각, 보석부터 다양하다. 일단 후회하지 않을 만큼 실컷 눈요기하고 그다음  마음에 드는 것은 구매하자.

좋은 책을 사려면 ‘Malaprop’s Bookstore’, 현지 꿀을 활용해서 만든 수백 개의 제품에 관심 있으면 ‘Asheville Bee Charmer’, 팝아트와 크래프트 음료를 원하면 ‘Zapow’, 히피 스타일을 좋아하면 ‘Instant Karma’에 무조건 들르자. 래퍼처럼 속사포로 말해도 끊임없이 나오는 애스빌 추천 스폿이다.

떠나기 전 알아야 할 것들

  • 가는 법: 인천국제공항 국적기 탑승 시 애틀란타에서 1회 경유하면 애슈빌 공항에 도착한다. 113km 떨어진 곳에 그린빌(스파르탄버그) 국제공항도 있다.
  • 여행 최적 시기: 여름에는 습도가 높은 편이지만 일 년 내내 방문하기 좋다. 특히 가을 산은 그야말로 절경의 극치.
  • 현지 통화:  미국 달러
  • 현지 언어: 영어
  • 교통수단: 자동차가 있으면 좋지만, 없다면 로컬 트롤리버스나 자전거, 택시를 이용하자.
  • 여행 팁: 일정에 폭포 트레킹을 결코 누락시켜서는 안 된다. 아울러 최대한 많이 걸어 다니자. 그래야 현지인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아름다운 스트리트 아트도 제대로 구경할 수 있을 테니까.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애슈빌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에 도보 여행만 한 게 없다.

Edited by 정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