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새롭게 신설된 WRC의 그룹 A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5천 대 이상의 시판차가 생산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10%에 해당하는 숫자만이 레이스용 튜닝을 거쳐 개선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5,545대 중의 단 500대 모델이 바로 포드(Ford)의 전설적인 명차 시에라 RS500 코스워스(Sierra RS500 Cosworth)였다.
1987년에 출시한 시에라 RS500 코스워스는 기존에 먼저 선보였던 RS200의 완성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모델이었다. 200마력 남짓했던 엔진의 출력을 224마력까지 끌어올렸고, 브레이크와 차체, 서스펜션 세팅 또한 정교한 튜닝을 거쳤다. 게다가 이 작업 공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실제 시판차가 이 정도였고, 레이스카 버전은 거의 500마력에 가까운 출력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포드의 훌륭한 포트폴리오로 남아있는 이 명차에는 4대의 프로토타입이 존재했다. 기존의 RS200을 RS500 코스워스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테스트용으로 만든 모델들이었다. 그중 세 번째 프로토타입이었던 섀시 #003 버전 모델을 통해 더욱 큰 인터쿨러와 터보차저를 장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결국 무사히 테스트가 끝났는데, 운 좋게도 해당 차량은 파괴되지 않고 포드에 의해 온전히 보관되었다.
이 차량은 1989년부로 일반인에게 넘어갔다. 다행히 이후 소유주들은 차량을 소중하게 관리했고, 포드의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그레이엄 구드의 손길로 거의 철저한 수준의 정비가 이뤄졌다. 다만 배기 시스템은 표준 버전으로 교체되었으며, 박스 타입의 안개등이 적용됐다. 현재 실버스톤 옥션(Silverstone Auctions)에 매물로 올라온 상태. 섀시 넘버는 WF0EXXGBBEGG38759, 총 주행 거리는 111,044km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