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는 소유주만 수차례 바뀌며 경영난에 빠졌던 1990년대의 람보르기니(Lamborghini)를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준 모델이다. 출시과정도 다사다난했다. 마르첼로 간디니의 초안을 모두 무산시키고 크라이슬러가 독자적으로 디자인을 수정하면서 많은 갈등을 겪었지만, 결국 이 디아블로는 1990년부터 무려 11년간 람보르기니를 먹여 살린 의지의 차량이 됐다. 325km/h이라는 속도로 한때 잠시나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도 가져봤다.
1994년 발표된 디아블로 SE30은 바로 3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디아블로의 고성능 모델이다. 5.7리터 V12 엔진의 최대 출력이 485마력에서 523마력까지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단 150대만이 생산됐다. 그런데 이 귀한 녀석이 최근 RM 소더비 경매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SE30 모델은 디아블로와 차별화되는 디테일이 상당수 숨어있다. 출력을 위한 마그네슘 흡기 매니폴드와 가변 배기가 장착되어 있으며, 차체 패널을 비롯한 많은 부분에서 카본 파이버 소재가 쓰였다. 구동 방식도 후륜 구동으로, 이 모든 요소는 더욱 강력한 퍼포먼스를 위한 경량화의 일환이다. 덕분에 중량도 1,430kg까지 낮출 수 있었다. 4WD 구동 방식의 디아블로보다 136kg이나 가벼운 수준이다.
물론 단순히 일반적인 차량이었다면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떨진 않았을 터. 하지만 이번 경매에 나온 이 1996년식 디아블로 SE30은 거의 신차 수준의 관리와 보존 상태를 자랑한다. 블랙 앤 그레이의 말끔한 외관 상태는 물론, 각종 실내 패널에서도 세월의 흐름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3년 간 총 주행거리는 고작 403km. 심지어 출고 당시 제공된 매뉴얼과 정비 툴까지 그대로 있다. 낙찰가는 최소 443,000달러 이상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