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EB110GT를 이어 출시된 고성능 버전 EB110 Super Sport는 부가티(Bugatti)의 모난 돌 같은 모델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부가티가 1980년대 후반 로마노 아르티올리(Romano Artioli)에 의해 부활했는데, 이탈리아 감성이 과도하게 주입된 것이 문제였던 것. 클래식 부가티와는 거리가 먼 디자인에 중량도 꽤 무거웠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부가티의 미운 오리 새끼였던 이 머신은 독특한 매력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단 30대만 생산된 탓에 인기도 상한가를 쳤다. 특히 고성능 버전인 EB110SS는 카본 소재를 활용해 무게를 낮추고 3.5리터 V12 엔진의 힘을 610마력까지 끌어올렸는데, 제로백 3.26초, 최대시속 365km로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도 가져봤던 슈퍼카다.
그런데 이 서른대 중 한 녀석이 곧 경매에 출품된다고 한다. 1994년식 차량인데, 중요한 건 총 주행거리가 고작 570마일에 불과하다. 심지어 출고 당시 증정된 매뉴얼도 그대로 있다고. ‘분명 지구 어딘가에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는 합리적 의심마저 들 정도다.
여담이지만 가장 최근 경매에 등장했던 부가티 EB110SS의 낙찰가는 11억 원이었다. 혹시라도 입찰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참고가 될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