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한 BMW의 E바디 플랫폼은 여러 모델에 쓰였다. 1989년에 데뷔한 BMW 8시리즈에 쓰인 것도 E31이었다. E31을 선보인 BMW는 이후 M 버전도 따로 계획했으나, 어른의 사정으로 결국 M8 출시 계획은 무산됐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메운 훌륭한 두 모델이 있었다. 하나는 M70 엔진을 더 키우고 개량시킨 5.6리터의 850csi, 그리고 E31을 기반으로 알피나(Alpina)에서 선보인 B12 5.7 쿠페였다.
사실 알피나에서는 E31 850i를 기반으로 먼저 B12 5.0을 먼저 선보였다. 하지만 이후 훨씬 더 강한 출력을 내는 850sci의 5.6리터 V12 엔진을 다시 손보기 시작했다. 인테이크부터 크랭크 샤프트, 캠 샤프트를 모두 수정했다. 그 결과 엔진 배기량은 5.7리터로 소폭 증가했으며, 출력 또한 412마력으로 크게 늘어났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변속기 또한 수동만 존재했던 기존의 8시리즈와 달리, 반자동 타입의 변속기를 매칭시켜 운전 편의성 또한 키웠다. 외장 또한 주로 기능에 집중한 파츠들로 새롭게 구성됐다. 멀티 스포크 알로이 휠, 카본 파이버 후드 등이 좋은 예다. 덕분에 알피나 B12 5.7 쿠페는 5.7초의 0-100km/h 가속 성능을 자랑한다. 최고속도도 300km/h에 달했다.
무엇보다도 이 알피나 B12 5.7 쿠페는 엄청난 희소성을 가진 모델이었다. BMW의 첫 8시리즈를 더 개선한 모델인 850csi만 해도 무려 1,500대 이상이 생산됐지만, B12 5.7 쿠페는 1/30 수준인 57대만이 만들어졌다. 이번에 RM소더비 경매를 통해 올라온 알피나 B12 5.7 쿠페 차량이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도 바로 이 희소성 덕분이다. 게다가 주행 거리도 10,000km가 채 안 된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섀시넘버는 WAPBC57C03D20002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