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한 신생 브랜드가 페라리(Ferrari)와 람보르기니(Lamborghini), 그리고 포르쉐(Porsche)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이 당돌한 도전자의 정체는 벡터(Vector)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신생 슈퍼카 제조사다. 소위 ‘포람페’로 불리며 시장의 꽉 틀어박힌 박힌 돌들을 걷어내기 위해 벡터가 선택한 콘셉트는 ‘전투기’. 항공 우주 등급 부품을 사용하고, 전투기 디지털 장비를 도입한 실내로 콕핏 디자인을 구현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로 벡터는 W2라는 프로토타입을 먼저 선보였다. 이후 시판차 버전으로 W8 트윈 터보를 선보였는데, 여기에 적용된 6.0리터 V8 엔진 제작에는 항공 우주 등급의 부품이 적용됐다. 또한 차체 구조 강성을 위해 카본 파이버와 케블라, 유리 섬유 등 온갖 초고가 소재가 투입됐다. 덕분에 벡터 W8 트윈 터보는 12초 만에 쿼터 마일을 끊는 운동성능을 보여줬는데, 이는 페라리 테스타로사보다 2초 이상 빠른 기록이었다.
한편 실내 또한 전투기의 조종석을 연상케 하는 콕핏 디자인이 적용됐다. 덕분에 대시보드에 자리한 수많은 장비들은 운전자를 완벽하게 감싸는 구조로 자리해있다. 센터페시아뿐 아니라 운전석 도어 방향에 설치된 디지털 스크린을 비롯, 각종 장치 버튼들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루프는 탈착이 가능한 구조이며, 낮은 차체와 날렵한 쐐기꼴 디자인에 보라색 컬러가 입혀져 미래지향적인 멋을 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W8의 제작에는 너무 큰 비용이 쓰였다. 재정 문제로 결국 벡터는 프로토타입 2대, 그리고 고객 출고용으로 17대를 생산한 뒤 문을 닫았다. 최근 RM소더비 경매에 올라온 차량도 바로 단 17대만 출고된 이 차량 중 한 대다. 1991년 출고된 차량으로, 차량 오너 역시 출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단독 소유주였다고. 총 주행거리 또한 3,650km에 불과해 감탄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