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의 브랜드가 되었지만, 로터스(Lotus)는 원래 영국산 경량 스포츠카의 자존심이었다. 걔중에서도 로터스 에스프리는 브랜드가 자랑했던, 시대를 풍미했던 명차다. 1976년부터 2004년까지 총 5세대의 모델이 만들어지며 28년 동안 생산된 로터스의 플래그십 모델이기도 하다.
사실 에스프리는 3세대와 4세대 모델 사이에 확연한 간극이 있다. 4세대부터는 맥라렌 F1 디자이너인 피터 스티븐스 참여로 색깔이 확 바뀌었지만, 이전까지의 에스프리는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차량이었다. 클래식 슈퍼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웨지 라인과 ‘폴디드 페이퍼’로 불리는 특유의 디자인 테마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헤드라이트의 구성 또한 큰 특징 중 하나였다. 고전적인 형태이면서 당대의 멋진 차를 대표하는 팝업 헤드라이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로터스는 에스프리의 이러한 전조등 방식을 단종될 때까지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이 고집이 쉐보레 콜벳과 함께 최후의 팝업 헤드라이트 차량이라는 타이틀도 달아주게 됐다. 파워트레인은 터보차저를 단 4기통 215마력의 엔진과 시트로엥이 제작한 5단 수동변속기를 적용했었다.
로터스의 역사를 잘 담아낸 에스프리가 최근 영국 경매에 나온 것은 그래서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 게다가 해당 매물이 1987년 당시 Hethel에서 차량을 생산한지 꼬박 21주년이 되는 해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단 21대만이 생산됐던 에스프리 터보 HC 한정판이라는 사실이 더욱 희소성을 높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에섹스 블루 코치워크의 투톤 컬러로 마감된 차량은 단 다섯 대만 존재한다고 하니 놀라울 수밖에. 주행거리도 87,000km로 굉장히 준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