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는 마세라티(Maserati)의 1970년대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브랜드 최초의 미드십 엔진 차량이었던 보라는 중간에 생산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마세라티가 1968년 시트로엥(Citroen) 산하로 들어가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당시 시트로엥의 CEO였던 피에르 베르코는 즉각 보라를 부활시킬 것을 특별히 주문했고, 결국 1971년 제네바 오토쇼를 통해 미드십 슈퍼카로 다시 돌아왔다.
부활한 보라는 단지 이름값만을 앞세운 차가 아니었다. 4.7리터 V8 엔진, 그리고 여기에 320마력까지 출력을 끌어올린 4.9리터 고성능 버전 엔진을 탑재한 2개의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다. 최고속도 무려 275km/h에 달해 당대 최고의 슈퍼카로 다른 유수의 브랜드들과 치열한 경쟁을 가졌던 차량이다.
하지만 보라가 대단했던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이탈디자인의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을 맡았기 때문. 게다가 수려한 디자인에 조절 가능한 페달박스, 틸트&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 같은 실용적인 옵션까지 갖춰 실제 주행에서도 대단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그렇게 시대를 풍미했던 보라는 1978년을 끝으로 단종되었다.
이 귀한 모델이 최근 RM소더비 경매에 등장했다. 현재 매물로 올라온 차량은 1974년식 보라 4.7 쿠페로, 7년간 생산된 564대의 보라 중 4.7 버전은 289대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경매에 올라온 차량이 289대 중 단 42대만 제작된 RHD 모델이라는 점이다. 순정으로 에어컨이 탑재되어 있으며, Bleu Ischia에서 마감한 가죽 인테리어가 잘 담겨있다.
참고로 현재 차량의 컨디션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마세라티의 스페셜리스트인 McGrath Maserati가 작업을 통해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한다. 섀시 넘버는 AM117 22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