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맥퀸 주연의 1968년작 ‘불릿(Bullitt)’은 자동차 팬들에게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한 수작이다. 자동차 역사의 길이 남을 포니카의 아이콘 ‘머스탱(Mustang)’이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진 것도 바로 이 작품 덕분. 특히 잘 단련된 종마처럼 내달리는 머스탱 GT350의 카체이싱신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얼마나 자부심이 컸던지, 포드(Ford)는 무려 세 차례에 걸쳐 머스탱 불릿 에디션을 따로 출시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에디션이 계속 출시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오리지널에 대한 가치도 그만큼 더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몇 대 남아있지 않은 1968년식 머스탱 GT가 Mecum 경매에 올라왔다는 정보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소식이다. 무엇보다도 촬영 중 스티브 맥퀸이 직접 운전했던 단 2대의 영화 속 실제 차량이라는 점이 포인트다.
이 1968년식 머스탱 GT는 영화 촬영 후 당시 워너 브라더스사 직원인 로버트 로스에게 인수된 차량이다. 이 직후 스티브 맥퀸이 이 차량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로버트 로스가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21세기가 됐고, 로버트와 그의 아들 션은 이 차량을 복구하는 대대적인 작업에 돌입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버트의 파킨슨병이 악화되면서, 결국 그는 지난 2014년에 이 작업의 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대신 로버트의 유지는 그의 아들 션이 그대로 이어받았다. 흥미롭게도, 이 작업의 포인트는 꽤 독특했다. 그저 깨끗하게 복원하는 것이 아닌, 영화 속 차량과 동일하게 만들면서 세월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그래서 실제 차량을 보면 내외장 소재에 군데군데 피어오르는 부식이나 시트의 헤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의도적으로 갈아엎지 않고 원형을 최대한 지킨 것이라고 한다. 외장 역시 오리지널 색상인 그린 컬러를 유지하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4배럴 카뷰레터와 함께 재작업을 마친 390 CI V8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여기에 4단 수동변속기 조합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