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Maserati)의 3500 GT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모델이었다. 브랜드 역사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2도어 쿠페로, 3500 GT는 1958년 당시 이란의 국왕이었던 레자 팔라비가 대단히 좋아했던 차량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던 팔라비는 제조사 측에 보다 더 고성능 버전을 제작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마세라티는 AM103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새 모델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1959년 탄생한 5000 GT는 모델명만 보면 3500 GT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5000 GT는 설계부터 전혀 다른, 새로운 차였다. 카로체리아 투어링이 제작한 차체를 바탕으로 450S의 5.0리터 V8 엔진을 올리고, 건식 클러치의 4단 변속기를 적용했다. 최고출력도 325마력에 달했는데, 이후 개선된 1960년식 모델은 여기서 15마력이 더 늘어 340마력의 출력을 갖게 됐다.
브랜드를 움직인 이란 국왕의 힘 덕분일까. 마세라티는 그를 위해 ‘샤 오브 페르시아(Shah of Persia)’라는 스페셜 차량을 제작해 인도하기도 했다고.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쳐 1959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5000 GT. 마침 올해는 이 차량의 60주년이 되는 해로, 마세라티 측에서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1월에 개최된 토리노 모터쇼에 이 기념비적인 모델을 다시 전시했다. 출시 당시 단 34대만이 생산됐던 모델이었기에, 올해 토리노 모터쇼 최고의 스타는 그 어떠한 신차도 아닌, 바로 이 5000 GT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