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GT는 페라리(Ferrari)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모델이다. 12기통 엔진을 장착한 브랜드의 플래그십 GT로, 이 시리즈가 경매에 올라왔다 하면 항상 엄청난 낙찰가에 거래되곤 했다. 이 250 GT 라인업의 모든 근간이 된 건 바로 1955년에 출시된 페라리 250 유로파 GT로, 이 차량은 훗날 250 GT 시리즈의 아버지가 된다.
하지만 페라리 250 유로파 GT는 단 43대만이 생산된 차량이었다. 특히 현재는 거의 온전한 250 유로파 GT가 없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최근 Gooding & Company 경매에 1955년식 250 유로파 GT가 출품돼 놀라움을 자아낸다. 캘리포니아의 한 개인 컬렉터가 1960년대에 해당 차량을 인수한 이후, 차량 등록을 폐기한 뒤 여태까지 차고에서 그대로 보관만 해온 상태라고.
페라리 250 유로파 GT는 3.0리터 V12 엔진에 독립 코일스프링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피닌파리나 코치 워크로 완성된 아름다운 차량이다. 현재 경매에 등록된 차량은 33,671km로 굉장히 짧은 주행 거리를 갖고 있으며, 외장 페인트부터 피렐리 호스에 이르는 디테일까지 대부분이 생산 당시의 오리지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세월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앞뒤 펜더와 휠캡 등 다양한 곳에서 녹이 피어오르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 차량에는 한가지 특별한 포인트도 있다. 바로 페라리가 이탈리아 내 조니워커와 모엣샹동의 유통을 담당하던 Dr. 엔리코 왁스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차량이라는 점이다. 초기 페라리의 후원자였던 이 업체를 위해 페라리는 Grigio Metallizzato의 화려한 컬러톤으로 제작된 밝은 브라운 가죽 인테리어를 특별히 이 차에 적용했다고 한다.
자미로콰이가 소유했던 62년식 250 GTE가 올라왔을 때도 엄청났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모르긴 몰라도 이 페라리 250 유로파 GT는 역대급 수준의 낙찰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 섀시넘버는 0413 G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