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자동차 자선 전시회인 Concours d’Elegance에서 선보였던 이 1954년형 재규어 XK120 SE는 등장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이 빈티지카의 복원을 맡은 CMC는 전체 복원작업에 무려 6,725시간이나 쓰였다고 밝혔으니, 날짜로만 따져도 280일이 넘고, 월 단위로 세어도 9달이 넘는 거대한 작업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어째서 CMC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복원에 쏟은 것일까? 왜냐면 이 차량은 세상에 단 한 대밖에 존재하지 않는, 가장 특별하고 레어한 재규어이기 때문이다.
오랜 명성을 갖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인 Pininfarina는 페라리의 디자인 언어를 정립시켰을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기술, 설계까지 깊은 부분을 함께 공유하는 페라리의 긴밀한 파트너이다. 이런 디자인 스튜디오는 재규어와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불가능한 이 콜라보레이션을 성사시킨 이가 바로 1954년 뉴욕의 럭셔리 수입차 딜러였던 Max Hoffman이다.
이 XK120는 Max Hoffman의 손에 들어온 뒤 Pininfarina로 보내졌고, Pininfarina는 이 XK120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뒤 재규어는 이 차량을 1955년 제네바 모터쇼에 전시했으며 또한 그 해 열린 오토카 쇼에도 모습을 비췄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이 차량을 구매한 차량주의 차고로 들어갔다는 소식 말고는 그 누구도 이 특별한 차량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CMC가 복원을 끝내고 내보낸 2017년 8월이 되기까지 말이다.
CMC가 이 차량을 복원하는 데에 아홉 달이 넘게 걸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몇몇 순정 부품을 구할 길이 없어서 직접 리메이크를 해야만 했다. 범퍼나 크롬은 사진을 보고 직접 손수 만들어야 했으며, 전후면 헤드램프의 경우 차량의 앞뒤의 스캔본을 뜬 다음 시제품을 만들었고, 그 완제품은 3D 프린터로 제작되었다. 없어진 작은 부품들도 모두 3D 프린터로 제작되었다. 뒷좌석 창문도 없는 상태여서 유리의 굴곡을 스캔한 뒤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