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신비로운 파빌리온 하나가 들어섰다. 묘한 형체의 파빌리온은 고정된 하나의 요소가 아닌 빛에 따라 유연한 흐름을 만드는 1,300개의 반투명 플라스틱 바구니로 구성되었다. 이것은 일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마련된 ‘수성빛예술제 작가 공모전’의 우승작 주현제 바우쿤스트의 작품이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는 주현제 바우쿤스트는 건축을 기반으로 설치미술과 공공미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번 당선작을 통해 최근의 주요한 화두인 리사이클링의 개념으로 빛에 접근했다. 그 도구는 바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바구니. 무려 1,300개를 동원해 완성한 파빌리온은 공간 너머의 빛과 실루엣을 드러낸다. 특히 내부에서 외부로 투영되는 빛의 흐름은 감각을 자극하고 시간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했다고 이 프로젝트가 물건을 사용하는 방법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 물건의 사용 가능성과 의미를 강조하는 것에 관한 프로젝트이고, 이러한 경제적이면서도 가볍고 재활용 가능한 유연한 요소를 만드는 것에 의도가 있다. 작지만 매력적이고 기능적인 구조는 건축 세계에서 환경 요구에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마저 보여준다.
약 60㎡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10 x 6 x 2.9m 규모의 파빌리온은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일원에 위치하며 1월 8일까지 전시된다. 빛에 관한 또 다른 시선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이니 꼭 관람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