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도산 위기에 빠졌던 BMW는 1960년대를 기점으로 부활에 성공하며 고공행진을 시작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판매가 호조를 띨 정도였으니 오죽했을까. 결국 BMW는 부족한 생산라인을 충원하기 위해 고고모빌 같은 마이크로카 브랜드로 잘 알려진 글라스(Glas)를 인수한다.
이때 BMW는 글라스를 인수하면서 생산시설도 같이 가져왔다. 동시에 1967년에 첫선을 보인 BMW-글라스 3000 V8 패스트백 쿠페에도 자사의 앰블럼을 박았다. 이 모델은 원래 소형차만을 만들던 글라스가 점차 성공을 거두자,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도전한 영역인 럭셔리 GT 쿠페 2600 V8의 후속작이었다.
이렇게 완성된 BMW-글라스 3000 V8 패스트백 쿠페는 이전의 2600 V8과 차원이 다른 차량이었다. 그 원동력에는 바로 카로체리아 프루아의 디자인이 있었다. 다소 키가 껑충하고 비율도 좋지 않았던 이전 모델과 달리, 3000 V8은 낮고 매끄러운 실루엣과 공격적인 디자인으로 엄청난 매력을 발산했다. 엔진 또한 기존의 2.6리터에서 더 커진 배기량과 160마력의 3.0리터 V8 엔진이 적용됐다.
프루아의 디자인이 입혀진 BMW와 글라스의 3000 V8 패스트백 쿠페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대신 최초로 제작된 단 한 대의 프로토타입 차량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이 유일한 3000 V8 패스트백 쿠페는 이후 스페인으로 건너갔고, 첫 번째 소유주가 20년 넘게 애지중지 보관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 BMW 컬렉터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전 세계에 단 한 대밖에 없는 이 차량이 드디어 Bonhams 경매를 통해 매물로 나왔다. 다행히 엄청난 희소성만큼 관리 상태도 나쁘지 않다. 차량의 외장은 실버-블루 메탈릭 컬러가 곱게 입혀져 있으며, 내부 또한 고급스러운 브라운 색상의 가죽으로 말끔하게 복원됐다. 섀시 넘버는 V-147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