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후스 근처 숲 안에 자리 잡은 한 작가의 주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멋이 드리워지는 공간이다. 덴마크 건축회사 SLETH architects가 디자인한 이곳은 집과 작업실의 이중적 역할과 함께 주변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염두한 주택이다. 그 해답은 바로 내외부의 관계.
먼저 디자이너는 공간을 구분함으로써 주거공간으로부터 워킹존을 분리하기보다 자연스럽고도 자유롭게 어우러지도록 설계했다. 작가의 직업적 특성과 주변의 환경을 고려해 침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작업실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그래서 모든 벽은 책장으로 기능하며 작가의 방대한 영감의 원천을 집안 전체에 고스란히 수납하고자 했다. 자연과 집이 밀접해있고 그 자체로 숲 일부로서 존재하는 내외부의 관계에 디자이너의 해법이 더해져 어느 곳이든 작가의 상념과 창의력을 떠올려주기에 충분한 작업공간이 되었다.
재료의 선택 또한 내외부의 관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돌, 나무, 구리의 세 가지 주요 물성은 주변 경관과 독특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 돌은 바닥의 마감재로 사용되어 물성 자체가 풍기는 자연스러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견고한 더글러스 나무판자는 주방, 천장, 계단 창문, 벽과 가구 등 집 안 곳곳의 주재료로 사용되어 집의 편안함과 따뜻함에 무게를 싣는다. 특히 건물 외벽의 마감재로 사용된 구리는 독특한 이 주택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짙은 갈색과 붉은색의 구리가 이곳 지역의 숲과 너도밤나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뿐만 아니라,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차 녹색으로 변하며 색다른 매력을 드러내기 때문.
쉼 그리고 작업의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작가의 집은 때로는 자연을 조망하며 휴식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또 성찰 및 명상의 장소로서 작가에게 듬뿍 영감을 주는 장소가 되는 보물 같은 곳이다.
작가의 주택과 함께 재료의 물성이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또 다른 주거공간 ‘떤딘 빌라‘도 참고해보자. 비슷한 듯 다른 해법을 적용한 두 공간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