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카로체리아 중 하나인 투어링 슈퍼레제라(Superleggera)의 신작 아레스 RH95(Arese RH95)의 디자인과 사양 일부가 공개됐다. 그간 몇 차례 출시 소식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카로체리아(Carrozzeria)’ 혹은 ‘코치빌더(Coach Builder)’라는 기업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기존 차량의 프레임 혹은 섀시를 가져와 고객의 취향에 맞추어 차체, 즉 차량 외관에 보이는 파츠 일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기업들을 칭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는 썩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는 ‘튜닝’ 정도의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세기 초반 자동차 제조 시 섀시(chassis)와 차체 생산 과정을 별도의 전문화 된 회사가 도맡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부터 차체 생산을 전담하며 명맥을 이어온 카로체리아이기에 그 깊이와 노하우는 분명 남다른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차체는 디자인적 요소뿐만 아니라 공기역학, 소재 공학 등의 지식이 집약되어 차량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이다.
투어링 슈퍼레제라는 최근 몇 년간 알파 로메오의 8C를 바탕으로 제작한 디스크 볼렌테(Disco Volante), 페라리 F12베를리네타(Ferrari F12berlinetta)를 기반으로 제작한 에어로 3(Aero 3)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투어링 슈퍼레제라 창립 9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모델명을 부여한 이번 아레스 RH95는 페라리 488 피스타(Ferrari 488 Pista)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며, 트윈 터보 V8 엔진을 장착, 페라리 F8 트리뷰토(Ferrari F8 Tributo)와 동급의 출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졌다.
7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을 사용하는 자사의 첫 미드-엔진 빌드 차량으로서, 710마력의 최대출력에 770Nm의 최대토크, 3초에 불과한 제로백(0 -> 100km/h 도달 시간), 최대 속도 330km/h에 달하는 빼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모태가 된 페라리 488 피스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개조하여 더욱 나은 성능을 발휘하게 되었다.
에어로 모델 레인지에 속하는 모델이니만큼 유려하고 감각적인 디자인도 눈을 사로잡는다. 탄소섬유로 제작한 영롱한 그린 컬러 차체에 시저 도어를 장착해 젊고 스피디한 감성을 자아낸다. 캐러멜 & 코코아 컬러로 제작된 더블 콕핏 콘셉트의 내부는 운전자와 동승자의 공간을 뚜렷이 구분해놓아 탑승자 모두에게 안락함을 선사한다.
전장 4,782mm, 전폭 1,982mm, 전고 1,259mm, 휠베이스 2,650mm의 크기로 제작되었으며, 공차 중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18대 한정으로 제작될 예정으로 제작에는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가격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동급의 페라리 F8 트리뷰토가 280,000달러, 한화 약 3억 천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를 상회하는 가격으로 출시될 것이라 예상된다.
지금은 몇 안 남은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투어링 슈퍼레제라의 다른 작품들을 더 알아보고 싶다면, 임볼든에서 소개한 에어로 3와 시아디퍼시아 카브리올레를 한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