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삼청동 국제갤러리에 가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각 전시장이 골목길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즈넉한 골목길을 걸으면 고요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든다. 길에서 만나는 행인도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 이번에는 두 작가의 개인전이 동시에 열려 더 매력적이다.
12월 3일 개최되는 빌 비올라의 개인전 《Moving Stillness》은 특별하다. 명실상부 비디오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가 지난 7월 작고한 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전시다. 국제갤러리는 많은 현대미술 거장들의 개인전을 한국 최초로 선보였던 갤러리. 국제갤러리에서의 빌 비올라 개인전은 벌써 네 번째다. 이 얼마나 애정 가득한 모습인가.
빌 비올라는 자신의 영상을 “주관적 인식의 언어로 기술한 시각적 시 내지는 우화”라고 표현한다. 출생, 죽음, 의식의 흐름, 자연의 순환 등 인간 보편의 경험을 영상 언어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중심이 되는 〈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1979〉를 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스크린 위에 투영된 산이 공중에서 마구 흔들린다. 단단함, 안정감이란 말에 함정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듯이.
국제갤러리 K2와 한옥에서는 박진아의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를 개최한다. 미술관 전시장, 레스토랑 키친, 피아노 공장 등을 방문, 카메라 렌즈를 통해 포착한 장면을 유화 물감과 수채화 물감으로 재구성했다.
이들 장소는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모두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표지판 뒤 각자 몰입하고 있는 일상적 노동 현장이라는 것. 작품 속 인물들은 어정쩡한 포즈로 서 있고, 그림에는 특별한 의미나 사회적 맥락이 느껴지지 않는다. 장면의 전후를 유추하게 될 뿐. “선, 면, 색 등 형식을 부각해 ‘예술을 위한 예술’ 실험에 근접해 가는” 과정이라고 갤러리는 설명한다.
국제갤러리의 전시 경험은 미식으로도 이어진다. 감각으로 중무장한 미술관은 맛에도 진심이니까.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을 담은 국제갤러리의 앞날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웅장한 저택 흑백 사진부터 에너지로 가득 찬 거리 풍경까지. 책 한 권으로 뉴욕 200년 훑는 방법이 있다.
장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기간 2024.12.3(화)~2025.1.26(일)
운영 시간 10:00~18:00 (12.3 16시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