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2014년에 출시된 라이카 T(Typ 701)를 기억하는가? 라이카 본사 생산직원이 손수 44분 44초동안 사포질을 하는 영상을 올리며 바이럴해졌던 카메라지만, 스마트폰 같은 인터페이스와 물리적인 버튼의 부재는 라이카 T 시스템을 카메라 애호가들, 그 중에서도 더욱 원칙주의적인 라이카 팬들에게 외면받게 했다. 그런 라이카 T 시스템의 세 번째 바디인 TL2가 지난 달 공개되었다. “안 될 문도 세 번 두드려보면 열린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과연 라이카는 TL2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의 문을 열었을지, 혹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두드려보고 건너야 하는 돌다리”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카메라의 심장과 같은 이미지 센서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TL2에는 최신 세대의 24메가픽셀 APS-C 센서가 탑재되었으며, 카메라의 두뇌와 같은 이미지 프로세서는 라이카의 간판 모델인 M10의 그것과 동일한 마에스트로 II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심장과 두뇌를 물려받은 TL2는 전작에 비해 훨씬 빨라진 처리속도 자랑하는데, 덕분에 20fps의 속도로 4K 해상도를 가진 짧은 ‘움짤’을 촬영할 수도 있고, 전자 셔터를 켜면 최대 20fps 속도로, 물리 셔터를 이용하면 전작의 5fps에서 7fps로 늘어난 연속촬영을 할 수 있다.
또한 라이카 T 시스템의 정체성과도 같은 후면 조작계에는 크고 아름다운 3.7인치 터치스크린이 탑재되었다. 이는 전작과 비슷하게 자신의 입맛대로 맞춰 개인화가 가능한 메뉴 시스템이다. 또한 TL2에는 와이파이가 내장되어 있어, 촬영한 사진을 스마트폰, 태블릿 및 컴퓨터로 옮겨서 감상하거나 공유할 수 있으며, TL 리모트 앱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리모콘으로 사용할 수 있다.
라이카 TL2의 정식 발매가는 262만원이다. 크롭 센서를 탑재한 바디치고는 상당히 높은 가격이지만, 되려 TL2가 출시된 후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라이카치고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점이었다. 하긴 그도 그럴 법한 것이, 라이카 M10이 자랑하는 912만원의 가격표를 생각하고, 라이카 T 시스템에 M 시스템 렌즈를 정식 어댑터를 이용해 마운트할 수 있고, 라이카 M 시스템에선 하지 못하는 EVF같은 스마트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름 납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