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신이 돌아온다. 플레이스테이션 최고 인기 독점작 <갓 오브 워> 시리즈의 신작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의 출시일이 확정되었다. 배급사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한국 시각 7월 6 저녁 플레이스테이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버지와 아들(Father and Son)’이라는 제목의 신규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한편, 2022년 11월 9일 출시 소식을 알렸다.
이미 그리스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북유럽 점령의 초석을 다져놓은 크레토스가 보여줄 새로운 서사는 그 어느 때보다 게임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출시 전인데도 2022년 GOTY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호언장담이 쇄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갓 오브 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래에 정리한 국내외 게임 팬들이 <갓 오브 워>에 느꼈던 아쉬움과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살펴보며, 전쟁의 신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자.
※이 글에는 <갓 오브 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더 다양한 몬스터
장엄한 서사와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하는 연출로 커버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전작의 몬스터 ‘팔레트 스왑’은 계속해서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부분이다. 10 종류도 안 되는 몬스터를 색깔만 바꾸는 형태로 등장시켜 후반으로 갈수록 전투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이가 적지 않았다. 디자인 복붙도 그렇지만(다른 AAA 게임들도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몬스터들의 공격 패턴까지 단조로웠던 점은 분명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작년 공개됐던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면 분명 불안해 보이는 요소이다. 보스로 보이는 적들이나 새롭게 등장한 파충류 형태의 몬스터, 에인헤랴르로 추정되는 몬스터를 제외하면 트레일러 속 등장한 몬스터 대부분이 전작에서 볼 수 있었던 드라우거와 닮아있기 때문. 물론 전작의 전투가 마냥 단순한 편은 아니었고, 트레일러 속 전투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액션이 빠른 페이스로 전개돼서 지루하지는 않겠지만, 더 다채로운 몬스터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 더 다양한 북유럽 신들과의 전투 및 더 웅장한 연출
<갓 오브 워> 1, 2, 3편을 해본 이들이 특히 아쉬워했던 부분이다. 바로 거대하고 화려한 신들과의 전투 장면이 부족하다는 것. 실제로 <갓 오브 워>에서 싸울 수 있는 신 혹은 신급 캐릭터는 발두르, 마그니와 모디, 초반부 등장하는 용이 전부이다. 그 외 보스급으로 등장한 캐릭터는 대부분 복붙이고, 서브 퀘스트로 등장하는 9명의 발키리도 뚜렷한 개성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갓 오브 워> 1, 2, 3의 팬들을 매료시켰던 것은 제우스, 타르타노스, 하데스, 헤라클래스, 포세이돈, 크로노스와 같이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신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수 배에서 몇천 배까지 달하는 크기를 가진 보스들과의 전투를 스펙터클한 연출과 카메라 무빙으로 보여줬던 것은 가히 게임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전작에서는 극 초반 요르문간드(세계의 뱀)를 만났을 때나 발두르와 함께 헬하임으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전율이 후반부로 갈수록 적어진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다행히 티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뚱땡이 토르, 프레이야, 펜리르를 비롯해 다양한 북유럽 신들과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기대되며, 잘만 하면 오딘과의 조우도 가능하지 않을까 추측된다. 또한, 트레일러에서 볼 수 있듯 적을 공중에 높이 띄워 놓고 공격하거나 아트레우스가 소환한 사슴을 타고 전장을 누비는 등 전작보다 다양해진 전투 연출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에 등장했던 펜리르는 생각보다 크기가 작고 비중도 적어 실망스러웠는데, 신작의 펜리르는 <갓 오브 워 3>의 크로노스 정도 크기로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3. 더 다양한 무기
사실 필자 개인적으로 <갓 오브 워>의 전투가 별로라는 생각은 못 해봤다.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처럼 욕 나올 정도로 어려운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냥 쉬운 편은 아니었고 생각보다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공격 중간에 무기를 바꿔가며 <데빌 메이 크라이> 비슷하게 콤보도 쓸 수 있었고, 몇몇 아이템 효과와 함께 패링과 회피 위주로 플레이하면 얼추 소율류 비슷한 느낌도 낼 수 있었다.
다만, <갓 오브 워 3>에 등장했던 것과 같이 다양한 무기가 없던 점은 몇몇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지적됐던 부분이다. 물론 여러 스킬을 조합해 플레이한다면 지루할 정도는 아니지만, <데빌 메이 크라이> 같이 다양한 무기로 더 입체적인 액션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이 아쉬움이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리바이어던 도끼와 혼돈의 블레이드만 확인할 수 있으며, 그나마 바뀐 게 있다면 새로운 형태의 방패 정도이다. 아,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의 교차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소문도 있긴 하다.
4. 더 많은 자유도
<갓 오브 워>가 아예 자유도가 없는 게임은 아니었다. 흔히 반쪽짜리 오픈월드를 의미하는 ‘반픈월드’라고 불렸는데, 스토리 진행 중간에 여러 지역을 마음대로 탐사할 정도의 자유도는 보장이 되었다. 다만 서브쾌스트나 랜덤 인카운터와 같은 오픈월드적 요소가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최근 프랜차이즈 최초로 오픈월드를 시도해 호평받았던 <엘든 링>의 전례를 따를 수는 없을까, 하는 바람이 존재한다. 점프 요소를 도입해 전작에서 갈 수 있을 것 같이 만들어 놓고 못 가게 했던 지형들에 접근할 수 있기만 해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
5. PC 묻은 갓 오 브워?
작년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적지 않게 욕을 먹었던 것이 신화 속 로키(=아트레우스)의 아내 ‘앙그라보다’로 추정되는 캐릭터가 흑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북유럽’ 배경에서 흑인이 등장하는 것은 설정 파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다른 편에서는 <갓 오브 워> 자체가 신화를 색다르게 해석한 게임인 만큼 이 정도 자유는 보장될 수 있다고 반박 중이다.
<갓 오브 워> 디렉터 매트 소포스(Matt Sophos) 또한 반비판론에 가세해 “파란색 드워프가 신화에 등장하는가? 로키가 그리스 데미갓의 아들이었던가? 모든 요툰이 정말 백인이었는지 증거르 대봐라/”라며 논란에 반박했다. 비슷한 논란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위쳐> 제작 당시에도 일어났는데, 지금도 왈가왈부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게임 속에서 앙그라보다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내고 연출할지가 관건이 될 듯.
6. 더 아름다운 북유럽 풍경과 탁 트인 시점
같은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 게임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필자 개인적으로 실망이 컸던 게임이지만, 아스가르드와 스바르트알프헤임 묘사만큼은 압권이었다(유비가 이런 건 잘한다.). 반면 <갓 오브 워>의 신화 속 장소 묘사는 비교적 단조롭게 느껴졌다. 특히 무스펠하임이나 니플하임 같은 경우 볼거리도 부족한 데다 소위 ‘노가다 요소’만 가득해 원성을 사기도 했었다. 신작에서는 아스가르드를 비롯한 신규지역이 추가되는 만큼, 좀 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숄더 뷰 시점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슈팅 게임에서나 볼 수 있던 숄더 뷰 때문에 시야가 답답하고 카메라 회전 시 가려지는 부분이 많다는 것인데, 트레일러로 미루어보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좀 더 다양한 처형 장면이나 스킬 모션 연출 등이 더해져 약간이나마 답답함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7. 떡밥들의 회수
사실 전작에서 던져진 떡밥들은 차기작으로 넘김 없이 대부분 회수하였다. 물론 이동 중 미미르와의 대화나 아트레우스가 벽화를 해석할 때 유심히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인내심은 필요하지만. 아무튼,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최대의 궁금증이 있기는 하다. 바로 꼬일 대로 꼬여버린 족보.
예컨대, 신화대로라면 전편에서 등장했던 요르문간드는 로키의 아들인데, 어떻게 아직 이차 성징도 겪지 않은 로키보다 먼저 존재할 수 있냐는 것이다(펜리르도 마찬가지). 다른 시간대에서 넘어왔다는 힌트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신작에서 더 직접적인 스토리텔링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전작부터 계속해서 언급되었던 오딘, 북유럽 전쟁의 신 티르, 앙그라보다의 또 다른 자식인 헬 등 입체적인 신화 속 캐릭터들을 통해 라그나로크로 향하는 여정을 어떻게 각색할지도 기대해 볼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