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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패션의 신화, 폴로셔츠
2023-02-21T17:17:35+09:00

랄프 로렌의 아이콘 그리고 시대의 상징.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 모 브랜드의 광고 카피라이트처럼 패션계에도 시대와 시간을 초월해 변치 않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이 있다. 클래식의 대명사로 불리며 질긴 생명력을 드러내는 그것. 바로 폴로셔츠다. 

옷깃에 1~3개의 버튼이 있는 고정된 실루엣의 이것은 꽤 긴 시간을 이어져 온 탓에 폴로셔츠라는 이름뿐만 아니라 피케 셔츠, 카라티, 폴로티, 폴로 피케 셔츠 등 지칭하는 말도 다양하다. 출시하는 브랜드도 천차만별이라 제이크루에서 판매하는 25불짜리도 있고, 구찌의 400불짜리 폴로셔츠도 있다. 

수많은 브랜드가 발을 걸치고 있는 복잡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폴로셔츠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폴로(Polo)’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을 떠올린다. 이름발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살아남기에 업계는 상상 이상으로 치열했으니. 결국 운이거나 실력이거나, 랄프 로렌만의 승부수가 있었을 것. 1972년 이래 랄프 로렌의 아이콘으로 군림하고 있는 폴로셔츠에 관한 기록을 더듬으며,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폴로셔츠의 상징성에 대해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오리지널은 폴로가 아니다

사실 폴로셔츠의 원조는 폴로 랄프 로렌이 아니다. 오히려 폴로셔츠 시장에 가장 늦게 등장한 후발 주자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뒤늦게 등장해 상징적인 존재로 군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랄프 로렌의 폴로가 아닌 의복의 한 형태로서 폴로셔츠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주지하고 있다시피 폴로셔츠는 영국식 폴로(Polo) 스포츠로부터 유래한 이름이다. 신사의 나라답게 당시 영국의 점잖은 클럽에서는 카라가 없는 티셔츠는 유니폼으로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영국 폴로 선수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버튼 다운 드레스 스타일의 옥스퍼드 셔츠를 입었는데 이것은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가 생산한 제품으로, 지금도 오리지널 폴로셔츠라는 이름의 상품이 해당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물론 지금의 폴로셔츠 실루엣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폴로셔츠의 원형을 처음으로 내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인이 아닌 프랑스의 테니스 전설 르네 라코스테(Rene Lacoste)였다. 하지만 라코스테조차도 의도적으로 폴로 스포츠를 위한 유니폼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버튼 다운 타입의 브룩스 브라더스의 셔츠를 응용해 테니스 경기용 셔츠를 만들고자 피케 코튼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카라 깃을 세워 햇빛을 차단할 수 있게 했으며 앞뒤 길이가 다른 일명 ‘테니스 컷’의 슬릿 형태로 바지에 넣기 편안하게 개조했다(이때 피케 셔츠라고 불렸다). 거기에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로 붙여진 자신의 별명 ‘악어’를 엠블럼으로 새겨 넣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폴로셔츠의 원형을 처음으로 내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인이 아닌 프랑스의 테니스 전설 르네 라코스테였다.

테니스 경기를 위해 만든 이 셔츠를 입고 라코스테는 1926년 US 오픈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이 새로운 형태의 셔츠를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르네 라코스테가 은퇴 후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론칭해 셔츠를 판매하기 시작하고, 이때 테니스 셔츠가 아닌 폴로셔츠라 이름 붙인다. 그러니까 최초는 ‘라코스테(LACOSTE)’다. 하지만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하지는 못한다. 대신 고급 남성복으로 분류되면서 정재계 인사 혹은 부자들의 전유물로 향유되거나 폴로, 골프, 테니스, 조정 등의 유니폼이자 운동복으로 인기를 끌게 된다. 

이후 그 대중성의 영역을 파고든 게 바로 당시 폴로 브랜드를 출범한 랄프 로렌(Ralph Lauren)이다. 랄프 로렌은 학교 중퇴 이후 초기 폴로용 셔츠를 생산하던 브룩스 브라더스에서 어시스턴트 바이어로 일했고, 그를 인연으로 폴로 브랜드 설립 시 브룩스 브라더스의 사장 노먼 힐튼(Norman Hilton)의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상류층에 대한 동경을 담아 브랜드 이름을 폴로로 사용해버린 탓에 폴로셔츠는 ‘폴로에서 만든 셔츠’라는 식으로 애매한 상황을 만들어버리게 되는데, 폴로셔츠라는 이름의 제품을 판매하는 라코스테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것.

이로 인해 촉발된 소송과 길고 긴 법정 공방 끝에 결국 폴로셔츠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일반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한마디로 폴로 브랜드의 승리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브룩스 브라더스와도 폴로라는 명칭을 두고 법적 분쟁이 일어났고, 폴로 역시 폴로 랄프 로렌으로 사명을 바꾸게 된다.

새로운 폴로의 등장, 원조를 뛰어넘어 상징적 존재로 등극하다

랄프 로렌이 폴로 브랜드로 본격적인 패션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67년. 넥타이를 시작으로 남성복 라인과 여성복 라인으로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가더니 이내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시점이 1971년이다. 그로부터 1년 뒤 1972년에 마침내 현재까지 폴로 랄프 로렌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포니(Pony) 로고가 그려진 셔츠를 출시했다. 그것이 현재 50주년을 맞이한 폴로셔츠의 시작이었다. 가슴팍에 포니 로고가 새겨진 폴로 랄프 로렌의 히트작 피케 니트 셔츠는 미국과 유럽에 걸쳐 3초 패션 수준으로 무섭게 팔려나갔고, 후발 주자임에도 원조의 아성까지 무너뜨리며 폴로 랄프 로렌의 상징 그 자체가 되었다. 

가슴팍에 포니 로고가 새겨진 폴로 랄프 로렌의 히트작 피케 니트 셔츠는 미국과 유럽에 걸쳐 3초 패션 수준으로 무섭게 팔려나갔고, 폴로 랄프 로렌의 상징 그 자체가 되었다.

생각보다 치열했던 폴로셔츠 시장이었지만 라코스테보다 한참 후발 주자였던 폴로 랄프 로렌이 폴로셔츠의 상징적인 존재로 등극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당시 라코스테의 폴로셔츠는 단 세 가지 색상으로만 출시되었고, 소재도 폴리에스터와 면 혼방의 피케였다. 그런데 랄프 로렌은 면으로 된 피케 셔츠를 무려 24가지 색상으로 내놓았다. 

더욱 결정적인 일련의 사건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1976년작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랄프 로렌이 주인공 로버트 레드포드의 의상을 제작하고, 1977년작 <애니홀>에서는 다이안 키튼이 폴로 랄프 로렌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대중은 개츠비룩과 애니룩에 열광했고, 두 영화 덕분에 상류층만 즐겨 입는 브랜드라는 프레임마저 깨버리며 국민 브랜드로 등극하게 된다. 그에 따라 확보된 브랜드의 이미지와 대중성을 통해 폴로셔츠는 원조인 라코스테를 능가하는 인기와 상징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당시 랄프 로렌은 국민적 인기에 상류층 스타일을 보편화시킨 라인들을 출시해 대중적인 이미지를 공고히 한다. 단순히 상류층 스타일의 패션을 소개하기보다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패션을 통해 누구나 특권층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랄프 로렌은 미국의 가장 상징적인 브랜드, 아메리칸 캐주얼의 아이코닉한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세기에 걸쳐 이어져 온 폴로셔츠의 아이코닉한 스타일과 문화적 영향력

상류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폴로셔츠를 대중화시킨 랄프 로렌의 폴로셔츠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그를 기념해 출간한 폴로셔츠 북의 첫 챕터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디즈니에 미키 마우스가 있고 뉴욕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다면, 랄프 로렌에는 폴로셔츠가 있다”라고. 총 544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반세기 이상 걸쳐 전해진 폴로셔츠의 아이코닉한 스타일과 문화적 영향력을 기념하고 기록한다. 

디즈니에 미키 마우스가 있고 뉴욕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다면, 랄프 로렌에는 폴로셔츠가 있다.

하나의 유행에 정의되지 않고 늘 클래식한 스타일로 자리매김해온 폴로셔츠는 현대적인 감성과 헤리티지, 전통과 개성, 세련됨과 편안함이 함께 공존하는 랄프 로렌만의 독보적인 아이템이다. 왕족, 래퍼, 대통령, 영화배우, 운동선수, 학생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입을 수 있은 옷이며, 모두가 입는 패션이다. 또 누군가는 폴로셔츠 하나를 입음으로써 캐주얼하고 심플한 느낌을 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포멀한 슈트 재킷 안에 폴로셔츠를 레이어링 하면서 완벽한 장소에 어울리는 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시대와 상황을 초월한 폴로셔츠는 마치 어디에나 어울리는 청바지처럼 사람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폴로셔츠는 마치 어디에나 어울리는 청바지처럼 사람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영화감독인 켄 번즈(Ken Burns)는 “폴로셔츠는 전 세계에 많은 사람이 즐겨 입기 때문에 대중과 동질감이 느껴지면서도 제품의 고유성 덕에 자신만의 특별함이 느껴지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친숙하면서도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 되는 중의적인 아이템으로서 랄프 로렌의 폴로셔츠는 오리지널리티를 뛰어넘는 상징적인 존재로 대중에게 각인되어 온 것이다. 

그리고 이제 랄프 로렌은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에게 폴로셔츠를 소개하며 보다 건강한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폴로를 스포츠가 아닌 패션으로 기억하게 만든 그 기록처럼, 다양한 지속 가능성 목표에 발맞춰 특별한 이야기를 준비하는 랄프 로렌의 폴로셔츠. 또 다른 상징성을 위한 도약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기록으로 남게 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