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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과 명반 사이, 일본 영화 OST 추천 5
2024-09-02T10:53:33+09:00

오늘은 마음껏 좀 멜랑콜리.

어떤 영화는 내용보다 음악이 좋고, 또 어떤 작품은 음악이 내용을 해치기도 한다. 물론 음악과 내러티브가 너무도 긴밀해 둘 다를 말하지 않고는 영화에 대한 완전한 설명이 불가능한 작품도 있다. 개성 가득하고 외설적인 작품들이 넘쳐났던 7~80년대 일본 영화들을 지나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이번에는 영화는 안 봤어도 꼭 한 번쯤은 들어봐야 할 일본 영화 OST 추천 리스트를 뽑았다. 아소토 유니온에서 건반 치다 지금은 위스키 말아주는 ‘콩코드 서울’ 사장님이 픽한 리스트다.

오늘 듣기 좋은 일본 영화 OST 추천

Nozomi Aoki – 惑星メーテル

만화 잡지 연재물에서 시작해 후지 TV 애니메이션으로 약 2년 6개월간 방영된 <은하철도 999>. 국내에도 수입되어 전편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골수팬은 아니더라도 김국환 님의 노래와 더불어 이 만화에 대한 아련한 기억 하나쯤 갖고 있는 이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1979년 개봉한 <은하철도 999 극장판>은 린타로 감독 작품으로 TV 시리즈를 재편집해 만들었다. 원작을 충실히 반영할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거고 감독의 시선이 들어간 각색이 마음에 들었다면 인생 작품으로 남았을 터. 113화까지 있는 애니메이션을 숭덩숭덩 잘라 2시간으로 줄였다는 반감을 가질지도 모르지만, OST는 희대의 명반 되겠다.

음악 감독은 아오키 노조미로 <교향시 은하철도999> 앨범은 LP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 그중에서도 영화 후반 흘러나오는 ‘惑星メーテル(Planet Meytel)’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은 극 전반적으로 깔린 애수 짙은 우울한 감상과 황홀한 조화를 이룬다. 엔딩 그 너머를 상상하게 만드는 강렬한 이 곡을 음미해 보자.


Yuji Ohno – 愛のバラード(Love Ballade)

이치카와 곤 감독의 추리물 <이누가미가의 일족>(1976). 어둡고 습한 기괴함이 한 보따리 묻어있다. 개인적은 평은 스토리 밀도가 낮아 살짝 늘어지는 감이 있었지만, 자극적인 장면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와 결국 끝까지 보게 되었던 작품. 긴다이치 코우스케라는 사립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소년탐정 김전일’로 알려진 만화 주인공 김전일의 할아버지다. 

재계를 주름잡던 이누가미 사헤이가 사망하면서 상속 관련 유언으로 인해 집안에 묘한 기류가 감돈다.  극은 그렇게 시작된다. 영화의 만듦새에 비해 사운드트랙의 수준이 과하게 높다고 생각될 정도로 OST가 훌륭하다. 그 중 첫 곡, ‘愛のバラード’를 추천. 사랑의 발라드라니 이름 참 쉽게도 지었다는 생각이지만, 현악기가 선사하는 어딘지 모르게 축축하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서사와 한 몸처럼 녹아든다.


Joe Hisaishi – Thank You,… for Everything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함께 수입된 첫 영화다. 당당히 극장에 가 돈을 주고 본 첫 일본 영화 <하나-비>(1997). 터프한 형사가 시한부 아내를 너무 사랑하는 한 남자의 순애보적인 스토리다.

우리나라에서는 배우로 더 익숙한 키타노 타케시가 연출 및 주연을 맡았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타이틀을 입었다. 고로 작품성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음악은 어떻고. 무려 히사이시 조가 앨범을 맡았다. 

그중에서도 ‘Thank You,… for Everything’은 현악기를 사운드가 들리다가 나오는 드럼의 쿵쿵짝 비트가 페이소스까지 투척,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데 한몫하는 명곡이다.


Barbara Borra – Walking on Springtime

솔직히 놀랐다. 처음엔 뮤직비디오 형식의 그저 그런 잡동사니 B급 영화인 줄 알았으니까.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크레딧이 올라가며 괜한 선입견에 미안함이 밀려왔던 기억이 선명하다. 외로웠고 또 열렬히 사랑했던 마츠코의 삶을 두 시간이 넘게 목도한 뒤 듣는 바바라 보라(Barbara Borra)가 부른 OST ‘Walking on Springtime’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밝은 에너지로 비루한 일상의 순간순간을 지워냈던 마츠코의 일생. 그녀가 맞닥뜨린 결핍의 스토리와는 달리 따뜻한 멜로디와 희망과 움틀 대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곡이다. 마치 긴 터널 같던 그녀의 삶 속에서 잠깐씩 만났던 밝은 빛을 연상케 하는 선율이다. 비 내리지 않는 그곳에서 행복할 그녀를 상상하며 다시 한번 들어보자.


Harada Tomoyo – 時をかける少女

2007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1983)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소설을 작품화한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있는가. 1983년 영화로 만들어져 이미 한 시대를 풍미한 전작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도 많을 테지만 그때를 지나왔던 사람이라면 아마 손에 꼽는 작품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낯설었던 타임 리프 소재가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왔을 테니 더더욱.

이 작품으로 스크린 샛별로 떠오르며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주연 하라다 토모요는 엔딩곡도 직접 불렀다. 이게 또 메가 히트를 기록했고. 오리콘 차트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TBS 더 베스트 텐, NHK 홍백가합전에도 출연, 현재까지도 노래와 연기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청춘이라는 두 글자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청량한 목소리는 시대상, 마을 풍경들과 포개져 또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