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를 ‘가장 작은 건축’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편안해야 하고,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도 어울려야 하며, 미적인 기준까지 충족시켜야 선택받는 물건이 바로 의자다. 사람의 체중을 온전히 받아내야 하는지라 견고함도 필수 덕목. 그 어떤 가구보다 꼼꼼한 설계가 요구된다.
의자는 단순히 기능을 넘어 자신을 드러내는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이는 현대에 와서 생겨난 트렌드는 아니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권력을,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는 호화로운 삶의 단면을 전시하기 위한 장식품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의자는 오브제가 되었다. 매혹적인 디자인을 입고서. 자신의 취향과 개성이 반영된 인테리어 의자 하나는 공간을 다른 차원으로 변모시키니 내가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을 갤러리, 휴양지, 카페로 만들어 보자. 시계처럼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은 인테리어 의자 추천이다.
공간을 살리는 디자인 의자 추천 8
핀란드 기능주의 산업 디자이너 위르여 쿡카푸로(Yrjö Kukkapuro). 카루셀리 라운지 체어로 유명한 그의 또 다른 작품 익스페리먼트다. 1982년 디자인된 것으로 80년대 디자인의 상징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이코닉한 존재.
최근 헴(HEM)과 함께 원본에 충실한 모습으로 이 라운지체어를 새롭게 선보였다. 동일한 장식용 팔걸이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며, 인체공학적인 각도에서 오는 편안함, 키치한 컬러,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등 무엇 하나 비는 구석이 없다.
1970년 일본의 디자이너 니이 타케시가 디자인한 니체어 엑스 흔들의자는 뉴욕 현대 미술관(MoMA)이 영구 소장 중이다. 너도밤나무,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으로 만들었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무게는 단 6.5kg.
육중한 가구와 달리 이동이 쉬우니 테라스, 옥상 등 곳곳에서 니체어가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해 보자. 팔걸이 높이, 등받이 각도, 패브릭 질감 등이 모두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다는 사실은 묘한 안도감을 준다. 모마의 컬렉션을 집안으로 들이는 상상, 이 의자가 실현해 준다.
핀란드 ‘국민 디자이너’가 알바르 알토. 지폐에 얼굴이 올랐을 정도로 국민들에게 단순 디자이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인물이다. 그는 살면서 꼭 가봐야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파이미오 요양병원’을 설계에 참여했는데, 그 당시 환자의 편의를 위해 의자도 함께 제작했다. 파이미오 암체어다.
작년, 현재는 문화 공간으로 쓰이고 있는 이 병원의 설립 90주년을 맞아 아르텍에서 내놓은 특별 에디션이 바로 이 물건. 환자가 호흡하기 쉽도록 딱딱한 직선이 아닌 흐르는 구조로 설계되어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나무가 주는 따뜻함도 이 체어를 더욱 빛나게 한다.
1955년 마튜 마테고(Mathieu Matégot)가 만든 코파카바나 라운지체어 개정판 버전이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일생을 보낸 디자이너의 보헤미안적 감성이 녹아있는 제품인 것. 마치 연필 한 획으로 쓱쓱 스케치를 한 듯한 독특한 모양이 이색적이다.
낮은 높이, 우아한 라인, 디자이너 시그니처인 금속 구멍 등받이, 둥근 좌석에서 뒷다리로 이어지는 곡선이 특징이다. 초기작과 달라진 점은 등받이와 시트를 인체 공학적 각도로 수정해 더욱 편안하며, 주황색 컬러를 추가해 현대적인 미학을 살렸다. 시트 소재에 따라 실외용으로 적합하니 이 의자에 등 기대고 노을 보면 좋겠다.
구부린 강철관을 사용해 가구 제작에 혁명을 일으킨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 1929년에 선보인 이 MB 라운지체어 또한 그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다. 유광 크롬 마감 처리된 매끈한 강철관 프레임이 특징으로 군더더기 없는 외관에서 바우하우스 정신이 엿보인다.
폼쿠션은 수평 금속 스프링으로 지지 되고, 팔걸이는 천연 참나무를 사용했다. 쿠션은 공간 분위기에 맞출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갖췄다. 의자 바닥에 각인된 마르셀 브로이어 서명은 이 체어에 의미를 더한다.
대화를 위한 최적화된 각도를 찾는다면 바로 이 의자를 들여보자. 적당한 높이와 등받이 각도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느슨한 대화를 하기 좋다. 풍차 날개 모양을 닮은 얇은 패딩 팔걸이, 파우더 코팅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제작됐다.
둥근 모서리와 결을 같이 하는 시트 가죽 장식은 견고함 위에 부드러운 무드를 가미했다. 브랜드가 스웨덴 숲에 마련한 공간, 빕 쉘터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템으로 단색으로 모던한 감성이 돋보인다.
1941년 길버트 로데(Gilbert Rohde)가 디자인했다. 허먼 밀러를 이끌었던 그가 마지막으로 브랜드를 위해 내놓은 작품. 아직도 빈티지 가구 경매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수집가들의 사랑을 받는 로데 이지 의자다.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패턴과 몸을 감싸는 유기적 형태가 결합하여 보기만 해도 그 아늑함이 전해지는 느낌. 다리는 참나무와 호두나무 소재로 만들어 단단하며 정통적인 아메리칸 디자인으로 시대를 초월, 공간에 형광등을 켠 듯 빛을 주는 아이템이다.
인테리어와 패션 등 예술 전방위에서 경계 없이 활동하는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파예 투굿(Faye Toogood). 롤리폴리 체어는 이 브랜드를 그들의 씬에서 지울 수 없는 이름으로 단단히 각인시켰다. 앞에 놓인 퍼피 라운지체어 또한 상충하는 소재인 스틸 프레임과 폭신한 쿠션을 결합해 강렬한 인상을 전달한다.
쿠션은 탈부착이 가능한 구조이며 소재, 색상도 커스텀 할 수 있다. 장난스러움이 프레임 밖으로 흘러내리는 이 라운지체어는 공간 분위기를 바꾸는 데 혼자 일당백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