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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욕구 당기게 하는 술 관련 넷플릭스 작품 추천 7선
2023-02-21T16:39:24+09:00

그렇다면 한 잔?

2022년 8월

달뜬 여름밤의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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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먹방을 보는 이유 중 하나로 ‘대리만족’을 꼽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대리만족을 위해 먹방을 시청하지만, 결국은 십중팔구 대리만족에서 끝나지 않고 본인이 직접 그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경험. 아마 많은 이가 부인하기 어려운 딜레마일 것이다.

영상 너머로 전해지는 식(食)에 대한 욕망, 이는 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두운 조명 아래 ‘짠’ 하고 울려 퍼지는 잔 부딪히는 소리,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알코올의 뜨거운 기운, 술자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유의 에너지는 스크린을 타고 우리에게 전해지고, 결국은 끝내 참아왔던 술잔을 들게 만든다.

그래서 준비했다. 넷플릭스에서 현재 서비스 중인, 이 욕망을 가장 충실하게 전달하는 일곱 편의 작품을. 오늘 밤, 혼술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자리의 일일 파트너로 유용하게 사용해봄이 어떨는지.

소공녀 (2018)

의, 식, 주 중 한 가지를 포기하라면 무엇을 포기하겠는가?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이솜)는 당돌하게도 집을 포기한다. 심지어 그 주된 이유가 술과 담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친구의 집을 전전하고 노숙을 하더라도 그가 사랑하는 위스키와 담배는 절대 포기 못했던 것. 누군가는 철없는 사치라며 혀를 차겠지만, 집과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도 불행하게 사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에 비해 위스키 한잔을 목에 넘기는 ‘노숙자’ 미소가 오히려 행복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타인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영화 속 미소처럼 위스키 한 잔을 곁들이며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 러닝타임 104분.


어나더 라운드 (2020)

예고편부터 술 냄새 진동하는 영화는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만 유지하면 무미건조한 일상에 활력을 준다’는 가설 하에 네 명의 중년 친구들이 이를 증명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공허함과 지루함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 중 하나는 역사 교사 마르틴(매즈 미켈슨). 북유럽 중년 섹시 남자 배우인 그가 이번 영화를 통해 술에 취하고 인생에 취한다. 술을 소재로, 삶이라는 복잡한 이야기를 세련되고 완성도 높게 담아낸 <어나더 라운드>는 주정뱅이라면 필관해야 할 것. 러닝타임 116분.


행오버 (2009)

절친의 결혼을 축하하며 라스베이거스로 총각파티를 떠난 네 명의 남자. 뜨거운 전야제를 다짐하며 예거 마이스터(그리고 여기서 살짝 첨가된 약)를 한 잔씩 기울이자마자 기억이 삭제된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송곳니가 빠져있고, 곁에는 웬 호랑이와 간난 아기가 있었으며, 호텔 방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는 상태. 주인공들은 연신 ‘난 누구, 여긴 어디?’같은 말만 내뱉으며 대공황에 빠진다.

다소 극단적인 상황 설정이지만, 아마 알콜러라면 대부분 이런 상황 한 번 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술로 인해 필름이 끊긴 간밤의 기억. 그 잃어버린 조각을 되찾아가는 일은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모두 이불킥을 할만한 사건이지만, 제3자가 보기에는 이만큼 골 때리는 상황도 없다. 그만큼 술(그리고 또 약)의 힘을 새삼 느끼게끔 하는 영화지만, 이상하게 이 작품을 보면 괜히 더 술 마시고 싶게 만든다. 오늘날 브래들리 쿠퍼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준 기념비적인 코미디 영화의 걸작이자 3부작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인 만큼, 애주가를 자처한다면 시청을 권한다. 러닝타임 100분.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2022)

미국의 흔한 알코올 중독자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부분이 그렇듯, 알코올 중독자가 된 데는 구슬픈 사연이 있고 그녀 또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딸을 잃었다. 사건 이후 와인이 주 종목이 되었으며, 주로 아침에 일어나 창가에서 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녀가 우연히 옆집에 사는 가족에게 시선을 두게 된다. 잘생긴 싱글대디와 왠지 연민마저 느껴지는 남의 딸을 지켜보던 중 벌어지는 살인 사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콧방귀를 뀔 만큼 기막힌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지만 의외로 실험적인 장르와 신선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와인과 정신과 약은 상극이라는 교훈도 얻을 수 있을 것. 총 8부작.


https://youtu.be/pgKidHURjqA

경주 (2014)

경주, 군산, 후쿠오카 등 공간을 사용해 감독이 말하고 싶은 서사를 분위기로 보여주는 장률 감독. 주인공 최현(박해일)과 찻집 주인 공윤희(신민아), 그리고 최현의 지나간 연인 여정(윤진서)이 등장해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로 극이 전개된다. 155개 고분이 있는 경주를 배경으로 과거와 바로 지금이 공존하는 듯, 무덤과 그 위를 뛰노는 아이들을 한 장면에 담아 삶과 죽음이라는 큰 명제까지 자연스레 다가가게 하는 작품이다. 알콜 냄새 진동하는 홍상수 영화를 볼 때처럼 그들의 술자리를 목도하노라면 쌉쌀한 소주 생각이 절실해진다. 러닝타임 144분.


미드나잇 아시아: 먹다·춤추다·꿈꾸다 (2022)

솔직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리 잘 만든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는 전개도 있고, 정확히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에 대한 포인트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밤문화, 동남아 바이브 같은 단어들이 낯설지 않다면 한 번쯤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한민국의 서울부터 일본 도쿄, 태국 방콕, 인도 뭄바이, 대만 타이베이, 필리핀 마닐라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각국의 수도가 가진 자정 무렵의 뜨거운 열기와 문화를 담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단연 빠질 수 없는 술과 음식이 등장하는 장면은 하이라이트. 시청하다 보면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 심야식당 같은 분위기의 선술집에서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을 선사하는 다큐멘터리다. 총 6부작.


가장 보통의 연애 (2019)

항상 술이 문제다. 그런데 또 그 술이 문제를 풀어줄 때가 있다. 남녀 관계라면 특히 그렇다.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의 외도에 상처받은 재훈(김래원), 구질구질하고 찌질한 연애의 연속에 지쳐버린 선영(공효진). 직장 상사와 중고 신입으로 만난 둘은 회식 자리 이후 만취 상태에서 뜻하지 않던 ‘뜨밤’을 보내게 된다. 그 후 복잡한 감정선을 줄타기하며 싸우기도 하고 다시 애틋해지기도 하는 둘의 이야기도, 주변 인물들과 얽히며 전개되는 갈등에도, 켜켜이 쌓인 오해들이 해소되는 데도 모두 술이 개입한다. 술과 함께하는 진짜 어른들의 로맨스, 지금 이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소주 한잔과 함께 이 영화에서 관계를 진전시킬 실마리를 찾아보기를. 러닝타임 109분.

2022년 8월

달뜬 여름밤의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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