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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시계들에 얽힌 이야기, 그 두 번째
2023-08-16T10:40:09+09:00

세상에 영화는 많고, 영화 속 시계도 많다.

찬물도 순서가 있듯, 전편에서 이미 큼직큼직한 것들을 다루었으니 어느 정도 부담은 덜은 셈이다. 이번 편은 사명감과 의무감은 가볍게 털어버리고 어디 한번 신나게 시계 얘기해 보자.

인터스텔라 (2014) – 카키 파일럿 데이 데이트, 카키 필드 ‘머프’

이미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서 시계 선택의 정석을 보여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안목은 여기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 분)는 미국의 정서를 잘 나타내주는 노력형 인간이다. 그리고 그가 차는 시계도 그에 걸맞은 미국 브랜드. (해밀턴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시계 브랜드이기도 하다.)

쿠퍼의 시계는 해밀턴 카키 파일럿 데이 데이트였고, 딸 머프의 시계도 해밀턴이었지만 영화를 위해 특별제작된 모델로 상업적으로 판매된 적은 없었다. 적어도 영화가 나오고 난 후부터 올해 초까지는. 마침 이 포스팅에서 다룰 걸 어찌 알고 해밀턴에서 한정판을 내주었다.

조디악 (2007) – 조디악 씨 울프

Zodiac Super Sea Wolf 53 Skin (Modern)

제목부터가 시계 브랜드라니. 196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우연의 일치로 이름만 같은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조디악 킬러는 시계의 이름과 마크를 본떠 경찰과 신문사에 자신의 범행에 대한 단서를 내포한 암호를 여러 번 보냈다. 잘못된 시계 사랑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서른일곱 명을 죽였다고 주장하는 조디악 킬러의 정체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데이라잇 (1996), 익스펜더블 시리즈 (2010-2014) – 파네라이

이탈리아 해군에 시계를 납품하던 파네라이는 1993년에 계약이 끝나자 민간 시장에 발을 들였으나 낮은 인지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낮은 인지도’가 어느 정도였냐면, 해외 매장은커녕 이탈리아의 플로렌스 주변만 벗어나도 파네라이의 시계는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

1995년, 마침 로마에서 영화 ‘데이라잇’을 촬영 중이던 실베스터 스탤론은 어느 시계 매장에서 우연히 파네라이 루미노 마리나를 보게 되는데, 너무나 마음에 든 나머지 자신의 영화에서 차는 것은 물론이고 파네라이에 수백(!) 점의 한정판 모델을 의뢰하고 친인척들과 제작진에게 돌리기로 한다. 그중에는 아놀드 슈왈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제이슨 스타뎀 등등 수많은 액션 톱스타들도 있었는데, 그 덕에 파네라이가 대중적인 고급 시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오늘날까지 파네라이와 그의 구세주 스탤론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익스펜더블’ 시리즈에서 스탤론은 PAM 332, PAM 382 등 여러 모델을 차고 나오는데, 47mm의 거대한 파네라이도 스탤론의 손목에선 커 보이지 않는다.

코만도 (1985), 고릴라 (Raw Deal, 1986), 런닝 맨 (1987), 트윈스 (1988), 프레데터 (1988) – 세이코 H558

Seiko H558

우리의 ‘고버네이터(governator)’도 시계 수집가인데, 오데마 피게, 파네라이 등 하이엔드 시계에 눈을 뜨기 전 80년대의 그는 세이코 마니아였나 보다. 같은 모델의 세이코를 수많은 영화에 차고 나와 세이코 H558에는 ‘Arnie’라는 애칭이 붙었다.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1979) – 세이코 6105

Seiko SRP777

외계 사냥꾼 프레데터와 ‘맞짱’ 뜨던 더치(아놀드 슈왈제네거 분)도 세이코를 찼는데, 실제 군인들이 안 찼을 리 없다. 이 세이코는 실제로 베트남전 때 미군 기지에서 팔던 시계라 더 의미가 있다. 빈티지 6105 모델은 지금은 구하기 어렵지만, SRP777(일명 ‘Turtle’)이란 모델로 재발매되기도 했다.

탑건 (1986) – 오르피나 포르쉐 디자인 7176s

Orfina Porsche Design 7176s (photo by Christie’s)

많은 이들이 영화 ‘탑건’에서 톰 크루즈가 IWC 탑건 에디션 파일럿 시계를 찼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시계를 차고 있었다. 오르피나(Orfina)라는 브랜드에서 포르쉐 디자인으로 내놓은 모델. 내년에 ‘탑건’ 후속작이 개봉한다는데, 과연 이번에는 IWC가 선수를 쳤을지 궁금하다. (‘탑건’에서 차지 않았던 IWC 파일럿 워치(Mark XV)는 ‘바닐라 스카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킹스맨 시리즈 (2014-2017) – 브레몬트(Bremont) 킹스맨 에디션

영화를 위해 세 개의 시계가 특별제작되었다. 영국 요원이라 영국 시계를 차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신사의 옷맵시를 중요시하는 그들이 왜 정장에 스포츠 워치를 차는지는 의문이다. 노골적인 PPL은 못 본체하고 ‘제임스 본드처럼 임무 중인 스파이니까’라고 생각하자. 브레몬트의 공동 창업자 닉 잉글리시는 잠시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2016) –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울트라 씬 퍼페추얼

Jaeger-LeCoultre Master Ultra-Thin Perpetual

브루스 웨인 말고도 예거 르쿨트르를 차고 람보르기니를 타는 히어로가 여기 또 있다. 명색이 타임스톤의 보호자 닥터 스트레인지라면 시계 하나는 있어야지. 아니, 스티븐 스트레인지는 시계가 서랍장 한가득하다. 그가 고른 시계도 시간의 지배자답게 퍼페추얼 캘린더. (여담이지만,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시계 다이얼이 하늘을 향하게 두는 워치 와인더는 없다. 로터가 효율적으로 돌기 위해서는 중력의 힘을 빌려야 하기 때문.)

빽 투 더 퓨처 (1985) – 카시오 CA-50

Casio CA-50

80년대에 생각했던 미래의 모습은 이런 건가. 슬프게도 영화의 배경인 2015년이 한참 지났지만 인류는 아직 호버보드를 만들지 못했다. 당시 가장 미래적인 디자인을 몰아넣다 보니 등장한 디지털 시계. 마티는 카시오 CA-50을 차고, 닥은 세이코 A826를 찬다.

에이리언 2 (Aliens, 1986) – 세이코 주지아로(Giugiaro) 7A28-7000

Seiko x Giugiaro SCED035

미래적인 디자인 하면 빠져선 안 되는 SF 시리즈다. 첫 ‘에이리언’ 영화에서 리플리(시고니 위버 분)가 차고 나오는 카시오 F-100도 매력적인 디지털 시계지만, 아무래도 ‘리플리 시계’로 팬들의 기억에 남은 것은 주지아로 디자인의 세이코 7A28-7000이다. 자동차 디자이너인 주지아로답게, 운전하면서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하기 쉽게끔 푸셔가 수직으로 나와 있다. 최근에는 Seiko x Giugiaro SCED035 라는 시계로 재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