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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로메오, 낭만과 열정으로 쌓아온 110년의 포트폴리오
2023-02-21T18:05:11+09:00

알파 로메오는 변하지 않았다, 결국 변한 건 우리 자신일 뿐이다.

오리지널 영국판 ‘탑기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알파 로메오(Alfa Romeo)를 보는 순간 제레미 클락슨의 음성이 자동재생 되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아마도 제레미 클락슨은 “알파 로메오를 소유하기 전까지는, 진정한 카 마니아가 될 수 없다”고 말할 것이 뻔하고. 만약 그 이유를 묻는다면, ‘알파 로메오야말로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자동차 브랜드’라고 대답하겠다.

물론 제레미 클락슨의 말을 텍스트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하지만 차 덕후라면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그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차보다, 가끔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차에 더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곤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시점에서, 110년 동안 차를 만들던 알파 로메오는 과연 그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우선 질문에 대해 맞다 아니다를 논하기 전에, 왜 이들이 자주 ‘열정’과 연결되는 브랜드인지 알기 위해 그들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페라리처럼 모터스포츠에 대한 알파 로메오의 열정은 1910년 문을 열며 시작된다. 초창기 브랜드의 공식 명칭은 A.L.F.A(Anonima Lombarda Fabbrica Automobili)였다. 이렇게 설립된 알파는 그 직후 첫 번째 모델인 24HP로 레이싱의 세계에 발을 들였고, 그 뒤 알파에 ‘로메오’가 붙은 것은 정확히 1915년 니콜라 로메오가 알파를 인수할 때였다. 이후 1918년부터 알파 로메오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세계대전 시대를 거치면서 알파 로메오는 재정난을 겪었지만, 레이스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며 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주목을 받았다. 그 출발점은 1923년 타르가 폴리오 국제 레이스 출전 첫해에 들어 올린 우승컵이었다. 당시 레이싱카 후드에 그려진 네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고, 알파 로메오의 심볼로 선정됐다. 이후 네잎 클로버는 스포티한 차량 모델에 심볼로 사용됐다.

당시 레이싱카 후드에 그려진 네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고, 알파 로메오의 심볼이 되었다.

1920~1930년대 사이에 알파 로메오는 1925년 GP Tipo P2로 첫 번째 그랑프리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또한 세 번의 르망24시 레이스와 11마일 미길라 에디션 레이스에서 우승을 기록했다. 이처럼 알파 로메오는 레이싱 업계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정작 브랜드를 인수한 니콜라 로메오는 1928년에 회사를 떠났다. 이후 알파 로메오는 1933년에 주정부 산업재건기관에 인수되었다.

이 국영 기관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비행기 엔진과 중형 트럭을 제조하는 방향으로 알파 로메오를 재정비했다. 덕분에 어려웠던 회사는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또한 알파 로메오 레이싱 팀은 다른 사람도 아닌 엔초 페라리가 직접 이끄는 스쿠데리아 페라리에 맡겨졌다.

그렇게 알파 로메오는 70년간 고객의 니즈를 모두 충족할 기세로 자동차를 생산해왔다. 보기에도 아름답고, 운전하기에도 사랑스러우며, 듣기에도 좋은 그런 차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알파 로메오는 다시 자동차를 만드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쥴리에타와 쥴리아 같은 모델이 큰 성공을 거두며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그렇게 알파 로메오는 70년간 고객의 니즈를 모두 충족할 기세로 자동차를 생산해왔다. 보기에도 아름답고, 운전하기에도 사랑스러우며, 듣기에도 좋은 그런 차를. 

가장 적절한 예시는 1954년형 알파 로메오 줄리에타다. 그루포 베르토네가 2+2 스프린트 쿠페로 설계·제작한 이 모델은 콤팩트한 차체에 레이아웃은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했고, 2열 좌석까지 마련된 차량이었다. 알파 로메오는 4도어 베를리나와 컨버터블 스파이더 버전까지 출시하며 줄리에타의 성공을 이끌었다. 줄리에타는 그 유려한 외관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마치 자동차를 감싸고 부드럽게 흐르는 공기역학의 형상을 자연스러운 실루엣으로 표현해냈다. 또한 이 차는 53마력을 내는 알파 로메오의 전설적인 트윈 캠 1.3리터 엔진을 사용한 최초의 모델이기도 하다.

줄리아 GTA는 출퇴근의 데일리카로도 훌륭하지만, 주말의 트랙데이 이벤트까지 문제없이 달릴 수 있는 이태리식 핫로드였다.

1965년형 알파 로메오 줄리아 GTA는 단순한 스타일리시한 살롱카 그 이상이었다. GTA 스펙 덕에 모든 패널 소재는 알루미늄으로 바뀌었고, 1.6리터 일체형 엔진에는 트윈 스파크 실린더 헤드, 대형 카뷰레터, 마그네슘 엔진 컴포넌트 등이 장착됐다. 줄리아 GTA는 출퇴근의 데일리카로도 훌륭하지만, 주말의 트랙데이 이벤트까지 문제없이 달릴 수 있는 이태리식 핫로드였다.

이 글 하나로 알파 로메오가 생산한 차량 중 베스트만 꼽으려 해도 몇 장은 거뜬히 나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형 알파 로메오 몬트리올은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라는 점에서 꼭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반쯤 가려진 헤드램프와 시그니처 C-필러, 그리고 작은 2.6리터 V8 엔진을 얹은 특별한 스포츠카. 이 모든 요소가 몬트리올을 완성하는 핵심 포인트다.

그 후 40년 동안 알파 로메오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현재 브랜드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크라이슬러와 마찬가지로 알파 로메오는 설립 이후 매 순간 재정난과 씨름하며 보냈다. 1986년에는 알파 로메오를 매입했던 국영기관이 다시 회사를 매각했고,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피아트였다. 이후 알파 로메오는 란치아, 마세라티, 페라리와 함께 피아트 그룹 산하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알파 로메오는 2014년경 새로운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 그룹(FCA) 산하 브랜드로 미국에 다시 돌아온다. 이는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알파 로메오는 슈퍼볼 광고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각종 미디어에서 올해의 자동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는 알파 로메오 4C, 줄리아 쿼드리포글리오, 스텔비오 쿼드리포글리오를 레이싱 트랙부터 공도에 이르는 다양한 곳에서 시승해볼 수 있었다. 각 모델의 스티어링 휠은 상당히 매섭고 날카로운 인상을 풍겼고, 퍼포먼스 역시 놀라울 정도로 민첩하고 훌륭했다. 엔진 사운드 또한 모두가 이탈리아 차에 갖는 전형적인 기대감을 절대 저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거리에서 여전히 알파 로메오를 쉽게 만날 수 없다.

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에 따르면 2019년 북미에서 구입 가능한 알파 로메오 모델 3종(줄리아, 스텔비오, 4C)의 판매량은 모두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게다가 미국 시장에 브랜드를 다시 소개해 인상을 남기겠다는 포부도 위축됐다. 2017년 자동차 저널리스트이자 에디터인 패트릭 조지는 잘로프니크에 알파 로메오 줄리아 쿼드리포글리오에 대한 총체적인 리뷰를 작성했다. 그는 마지막 한마디에서 이 모델을 이렇게 정의한다.

“아주 근사한 외관, 최고의 사운드, 믿을 수 없는 속도, 깔끔한 인테리어까지. 하지만 실망스러운 신뢰성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은 바로 그 브랜드, 다시 말해 이것이 알파 로메오다.”

하지만 이 부분은 조금 다른 측면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오늘날 알파 로메오의 차량이 매력을 잃어버렸다기보다는, 이제는 사람들이 더이상 알파 로메오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 더 가깝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패키지로 된 제품을 원하고, 그런 제품은 으레 계약서도 읽지 않고 모든 조건을 수락한다. 아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도 사랑으로 너그러이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은 현재의 자동차 시장에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오늘날 알파 로메오의 차량이 매력을 잃어버렸다기보다는, 이제는 사람들이 더이상 알파 로메오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 더 가깝다.

수동변속기, 4도어 세단 같은 플랫폼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사람들은 더이상 이런 차량을 선호하지 않는다. 대신 훨씬 타기 쉽고 운전하기 편한 자동변속기, 그리고 SUV를 선호한다. 오늘날 자동차들은 기계라기보단 마치 스마트폰처럼 작동하며, 그 덕에 더욱 빠른 성능과 안전성을 보장한다. 물론 이 모든 기술은 알파 로메오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즉, 열정과 낭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국, 알파 로메오는 변하지 않았다. 변한 건 우리 자신일 뿐이다.

Edited by 조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