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만 온다고, 올여름은 물만 맞다 가게 생겼다고 불평하던 것이 엊그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입김이 나오는 쌀쌀한 계절이 왔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마치 돌아선 연인처럼 차갑게 변해버린 날씨 탓을 해보며 출근길 꽁꽁 언 손을 서로 비벼보기도 하고, 겨드랑이에 밀착해보기도 한다. 그래도 시린 손, 좀처럼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어느덧 장갑을 끼워야 할 시즌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제 얼음장같이 꽁꽁 언 우리의 손 위에 살포시 옷을 하나 입혀줄 때다.
영화 ‘007 스펙터’에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착용했던, 바로 제임스 본드의 장갑 되시겠다. 그래서인지 덴츠(Dents)에서도 이 제품에 ‘플레밍 제임스 본드 스펙터 레더 드라이빙 글러브’라고 대놓고 이름을 붙였다. 소재로 쓰인 양가죽 덕분에 장갑은 자연스러운 강도의 탄성을 지녀 상당히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한다. 영국산답게 클래식한 디자인도 포인트. 사이즈는 S부터 XL까지 총 4종이 있다.
온몸으로 귀여움을 표현하기 딱 좋은 제품.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한 성능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울 100%의 인타르시아 니트 소재는 일단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따스한 무드를 내고, 무엇보다도 벙어리 장갑 아닌가. 손을 꽁꽁 보호할 수 있는데다가,손목 부분으로 껑충 올라와있는 길이 덕분에 소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추위까지 원천 차단하기에 딱 좋다. 색상은 블루이며 원 사이즈 제품이다.
메종 마르지엘라하면 가장 강렬하게 떠오르는 키워드는 품목별 번호 마킹과 스티치, 그리고 족발당수 느낌 나는 시그니처 ‘타비’ 신발을 들 수 있겠다. 일본 전통 버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이 실루엣은 스니커즈, 플랫, 부츠를 막론하고 적용돼 패피들의 스타일을 책임졌다. 이젠 발 말고 손으로 간다. 벙어리와 다섯 손가락 장갑 그사이에 존재하는 타비는 울 90%, 캐시미어 10%로 직조되어, 연인의 손을 잡은 듯 보드라운 감촉이 압권이다. 없으면 섭할 스티치도 물론 적용됐다. 드라이클리닝 전용이니, 이 장갑 끼고 눈사람 만들지 않기.
1936년부터 장갑을 만들어 온 스웨덴 브랜드 헤스트라는 손에 끼는 것이라면 응당 지참해야 할 능력치에 대해 이미 간파하고 있다. 손목으로 스멀스멀 머리를 밀어 넣는 바람을 허하지 않고 똑딱이 버튼을 달아 단단히 동여맸고, 제혁 공정에서 중금속 크롬을 사용하지 않는 무두질 된 스웨이드 염소 가죽을 사용하는 한끗 차이 섬세함도 잊지 않았다. 외주를 주지 않고 모든 과정을 자체 공장에서 진행해 꼼꼼함이 묻은 퀄리티와 보드라운 가죽질은 어떤 브랜드와 붙어도 지지 않을 거다.
외유내강을 완벽하게 구현한 갈라 글로브스 덕에 니트와 가죽 사이 애매한 저울질을 접어도 될 듯. 상대적으로 덜 닳는 바깥쪽은 캐시미어의 따뜻한 텍스처로 덮어주고, 한가롭게 쉴 틈 없는 안쪽은 내구성 짱짱하고 부드러운 양가죽으로 마감했다. 그녀, 혹은 그의 손끝에 한기가 찾아오기 전에 반전이 매력적인 연인을 위한 연말 선물로도 제격. 70유로로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칼바람 불어도 카톡은 해야 되고, 네이버 지도도 봐야 하니까. 스마트폰 전용 장갑을 쓰자니 몇 번 빨면 고장 나서 끼고 벗고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이럴 땐 센스 있게 엄지와 검지만 노출하며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 릭 오웬스의 울 장갑으로 시선을 돌리자. 참고로 지드래곤이 종종 착장하는 브랜드 중 하나. 가장 노멀한 컬러 블랙에 디자인도 심플해 여기저기 매치하기도 좋고 자주 빨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덜 수 있다.
왁스 재킷, 퀼팅 재킷으로 유명한 바버. 재킷 명가의 내공을 장갑으로 이식했다. 단순히 가죽만 쓰기에는 섭섭한, 열샐 틈을 주지 않는 디테일이 강점인데 바람 샐까 두려운 손목은 양털로 도톰하게 막아줬고, 기모 라이닝을 적용해 손바닥의 포근한 감촉을 보완했다. 추운 겨울 24시간 수족냉증인 그녀의 손 녹여줄 뜨끈한 손 유지하는 미션은 이 몸에 맡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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