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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드빌더, 한국의 데우스를 꿈꾸는 라이더와 캠퍼의 성지
2023-03-28T15:57:31+09:00

그동안 이곳을 단순한 바이크 카페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지금부터 눈 크게 뜨고 스크롤을 내릴 것.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성수동이 이륜차 라이더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카나비스트릿, RSG 같은 곳을 필두로 바이크 카페들이 하나둘 생겨났고, 이곳을 중심으로 대한민국만의 독자적인 바이크 문화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혹자는 이 모습에서 마치 1960년대 영국의 카페레이서 문화의 태동을 보는 듯하다고까지 표현했다.

백야드빌더(Backyard Builder)는 성수동을 중심으로 떠오른 바이크 카페 트렌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 근방을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분명 낡은 아웃핏의 감각적인 비주얼을 입은 작은 카페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터. 하지만 이곳은 단순 커피만 파는 바이크 카페가 아니다. 지금부터 카페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는, 브랜드로서의 백야드빌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백야드빌더, 그리고 빌리

성수동발 이륜차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1세대 바이크 카페들이 -물론 이러한 흐름이 3~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불과해 세대 구분을 짓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몇 곳 있다. 백야드빌더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던 건 아니다. 그 시작은 2018년 종로 구기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야드빌더의 김현종 대표는 원래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이었다. 실제로도 ‘성현어패럴’이라는 의류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는 옷 외에도 캠핑, 바이크, 아웃도어, 커피까지 굉장히 다방면을 아우르는 취미 부자였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을 가득 담아 성현어패럴의 사무실이 있던 구기동의 공간을 조금 다채롭게 바꿔보고 싶었던 것이 모든 아이디어의 출발이었다. 정확히 3년 전, 그러니깐 2018년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커피를 한번 팔아볼까?’ 같은 가벼운 생각으로 공간을 아지트 느낌을 담아 꾸미기 시작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출발한 프로젝트였지만, 백야드빌더라는 이름을 달고 나니 카페로, 또 브랜드로 이어지면서 결국 일이 커졌다. 그는 단순 카페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바이크, 캠핑, 어패럴, 아웃도어, 커피 같은 요소들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묶어 풀어내고자 했다. 이에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바로 브랜드의 마스코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빌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도 백야드빌더를 대표하는 이 캐릭터는 평소의 관심분야를 반영해 ‘바리스타’, ‘엔지니어’, ‘카펜터’, ‘캠퍼’의 4가지 바리에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노란색을 브랜드 시그니처 컬러로 채택했다. 유치원 통학버스의 색깔이기도 한 이 컬러를 통해, 가장 스트레스가 없던 유년 시절의 즐거운 마음을 담아내려는 의도였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메시지는 이때 모두 만들어졌고, 그렇게 구기동에서 작지만 확실한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성수동에 새겨진 ‘2 Wheel Life’

구기동에서 시작한 최초의 백야드빌더 카페는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던 동네 아지트 같은 장소였다. 바이크 카페의 아이덴티티가 강한 현재와 달리, 이때의 백야드빌더는 캠퍼의 무드가 더 강했다. 내부 인테리어나 소품도 아웃도어 느낌을 물씬 풍겼다. 헬리녹스, 워터탱크 베이스먼트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의 판매도 이미 이때부터 진행한 일들이었다.

그렇게 해를 넘긴 2019년, 백야드빌더는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한다. 당시 백야드빌더의 구성원들은 내심 문화권의 중심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뜻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 다른 장소를 물색하던 김현종 대표가 성수동 1가에 위치한 낡은 아웃핏의 허름한 건물에 단단히 꽂혔다고. 그 즉시 앞뒤 재지 않고 계약을 진행한 그는 결국 3개월에 걸쳐 상당한 비용과 퍼포먼스를 투자했고, 현재의 백야드빌더 성수를 완성했다.

2019년 성수동에서 새롭게 출발한 백야드빌더는 이전의 아웃도어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바이크 카페의 정체성이 더욱더 커졌다.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 바이크 관련 인테리어와 소소한 액세서리, 그리고 카페 한편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2 Wheel Life’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이를 상징한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성수동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포토스팟이 되었고, 소위 ‘밤바리’라는 명목으로 이곳을 찾는 라이더의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러한 광경은 사실 기획 의도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풍경이기도 하다. 원래 백야드빌더 성수의 목적은 단순한 매장 운영뿐 아니라, 브랜드를 외부에 노출하는 일종의 광고판 역할까지 겸하는 것이었기 때문. 애초부터 브랜드로 시작한 백야드빌더에겐 이 공간이 다양한 카테고리를 포용하고, 이를 자연스레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끌어내는 과정을 가장 보여주기 좋은 곳이었던 셈이다.

백야드빌더의 아이템들은 대체로 브랜드 네이밍이 들어간 심플한 레터링과 마스코트 빌리를 활용한 두 가지 디자인으로 구성된다. 시대의 흐름을 크게 타지 않으면서도 기본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고, 다른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기 위함이 두 번째 이유다. 지포(ZIPPO)와의 협업으로 출시된 라이터도 그렇고, 최근 펜필드(Penfield)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선보인 셔츠들은 바로 백야드빌더의 디자인 기조를 충실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다.

캠핑과 아웃도어의 전도사

다양한 자체제작 어패럴과 액세서리는 브랜드의 핵심 영역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모든 점유율을 차지하진 않는다. 백야드빌더는 커피와 모터사이클, 어패럴과 함께 캠핑과 아웃도어 문화의 확장이라는 가치에도 큰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백야드빌더는 용인 고기리에 분당점을 오픈한 데 이어 브랜드의 세 번째 공간인 백야드빌더 필드를 경기도 포천에 오픈했다. ‘캠핑’이라는 이들의 핵심 키워드를 더욱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한 곳이다. 이미 백야드빌더는 BBC(Backyard Builder Camp)라는 이름으로 월간 캠핑 행사를 진행해왔는데, 필드는 이를 위한 일종의 베이스캠프 역할도 겸하는 곳이라고 한다.

물론 기본적인 포맷은 캠핑 사이트의 구성을 띤다. 하지만 운영 콘셉트는 일반적인 캠핑장과 다른 결을 갖고 있다. 백야드빌더 필드는 대규모 인원이 왁자지껄 음주가무를 펼치는 그런 흔한 풍경을 지양한다. 대신 혼자서 조용히 차나 바이크를 타고 와서 사색을 즐기거나 요리를 하면서 고객이 캠핑의 본질에 최대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렇다고 마니악한 캠퍼들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김현종 대표는 백야드빌더 필드가 텐트 피칭 한번 해본 적 없는 입문자들을 위한 곳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덧붙였다. 이곳에서 여러 가지 캠핑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고, 이를 통해 캠핑과 아웃도어에 대한 매력을 최대한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백야드빌더 필드는 요금도 사이트 단위가 아닌 개인 당으로 책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Far beyond the Road

벌써 두 곳의 바이크 카페와 한 곳의 캠핑 사이트가 만들어졌고, 백야드빌더의 이름으로 많은 굿즈도 출시되고 있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는 무신사와의 컬래버레이션 어패럴을 한 차례 더 선보일 예정이며, 브랜드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감각적으로 디스플레이한 쇼룸과 매장을 브랜드의 네 번째 공간으로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데우스를 꿈꾼다’는 김현종 대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스스로 갈 길이 멀다고 표현한다. 다만 갈 길이 멀다는 소리가 매출이나 돈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카페나 캠핑장을 운영하는 이유도 돈을 크게 벌겠다는 목표 대신, 브랜드가 추구하는 하나의 색깔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의 데우스를 꿈꾼다’는 김현종 대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백야드빌더의 철학은 간단하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없던 시절, 장난감 하나에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무한한 행복을 만끽하던 어린 시절의 설레는 마음. 그 감정이 백야드빌더를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디 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에너지가 단지 라이더나 캠퍼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이들에게 널리 퍼져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