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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를 향한 또렷한 진심,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 이민섭 대표를 만나다
2023-05-03T20:51:23+09:00

허락 없이 밀려오는 하루 속에서 자주, 달콤할 수 있게.

아침의 조각을 떼 내, 커피 한잔과 바꾸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약수 시장에 자리한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는 누군가에게는 정거장, 어떤 이에게는 작고 납작한 섬, 어쩌면 당신에게는 언어를 잃은 이방인이 된 듯, 낯선 공간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아메리카노와 라떼, 좌석은 없지만 작은 잔 안에 일상의 풍경이 담기는 에스프레소 바에서 이민섭 대표를 만났다.

에스프레소 바라는 걸 모르고 들어오면 적잖이 당황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 같아요. 부러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시장이라는 위치적 특성상 동네 분들이 우연히 찾는 경우도 많을 거 같거든요.

보통은 들어와서 경험해보세요. 에스프레소만 판다고 말하면 돌아가시는 경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끔 있어요. 아직은 이런 형태의 카페가 많이 생소하실 거예요. 저는 그 지점에서 가능성을 느꼈고, 도전 정신이 생겼어요.

인테리어가 엄청 단순해요. 이곳은 분위기에 기대가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요.

물론 혼자 다 한 건 아니지만, 셀프 인테리어라 사실 멋있는 맛은 없어요. 능력 안에서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요. 테이블 나무 마감도 직접 붙이고 제 손을 탔으니 아무래도 애정은 있지만, 아낀다기보다 편하게 사용해요. 액자는 이곳으로 옮겨오기 전 왕십리 카페에 있었던 걸 가지고 왔어요.

그 매장을 사진으로 봤는데, 자개장도 놓여 있고 빈티지한 느낌으로 꾸미셨더라고요.

지금은 다들 아파트에 사니까 어렸을 때 기억을 떠올려, 옛날 거실 분위기를 재현하고 싶었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당시에는 그런 분위기를 가진 커피숍이 별로 없었거든요. 이후에 비슷한 곳들이 많이 생겨나는 걸 보고 인테리어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액자는 좋아하는 그림이라 붙여 놨어요. 큰 의미는 없고, 다른 좋은 무언가가 생기면 당장이라도 뗄 의향이 있어요(웃음).

한국화를 좋아하시나 봐요. 혹시 전공이 순수 미술 쪽이셨나요?

좋아해요. 집에도 걸려 있어요. 전공은 그래픽, 3D 영상 쪽이에요. 벌써 공부한 지가 10년 전이니까 한참 됐죠.

커피 만드시기 전의 꿈은 무엇이었어요?

꿈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영상으로 대단한 무언가를 하고 싶긴 했지만, 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접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뭔가요?

일단, 일이 너무 많아요. 나름 주목 받는 신인이었거든요.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편이었어요. 그때 당시 생계 때문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영상보다는 커피를 계속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영상 쪽 일을 계속했어도 지금쯤 잘 먹고 살았겠죠. 이걸 한다고 제가 지금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평생 세 번 정도 직업을 바꾼다고 하잖아요. 그 당시에는 당장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게 커피였어요. 

그리고 슬럼프를 극복할 의지가 있나 없나를 생각해 봤을 때, 커피로 길을 정하면 만약 난관에 봉착해도 그 한계를 견디고 뛰어넘을 수 있겠다는 각오가 생겼어요. 어려운 시기를 만났을 때 극복에 대한 마음을 어느 쪽에 쓸 것인가. 저는 그 질문에 커피로 방향을 틀었던 거 같아요.

처음의 각오처럼 나아가게 되던가요?

자연스럽게 되진 않죠. 처음에는 원두 납품만 했는데, 100군데에 무료로 샘플을 보내도 한 곳에서도 연락이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 놓이다 보니 이 일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레 카페 창업에 대해 생각을 했지만, 돈도 없고 막막했죠. 그래도 힘들어서 못 한다는 마음 자체를 이겨내려고 노력했어요. 그 시기들을 지나 커피를 만든 지는 12년, 사업을 시작한 지는 내년 2월이면 9년이 되네요.

에스프레소 바를 열겠다는 결정적인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이탈리아가 에스프레소 종주국이에요. 자연스레 저는 그 이탈리아 문화를 이상적으로 바라보게 됐고요. 커피를 만들면서 문득 이것을 단지 이상으로 놓고 바라보면 일반 커피숍처럼 아메리카노, 라떼 이 안에서 제 커피 인생이 끝날 거 같았어요.

조금 더 직업적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10년, 20년 동안 운영하려면 남들과 다른 지식, 경험, 기술이 필요하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연구하고, 국내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들은 자료를 찾아 공부한 결과가 지금의 메뉴들이에요.

저는 생계형이에요. 멋있는 뭔가를 하고 싶고, 이런 건 관심 없어요. 그냥 돈 벌면서 사는 거죠. 그렇게 여기까지 온 거에요.

가격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손님들의 입맛 기준이 저보다 더 높다고 생각해요. 2천 원을 냈을 때 그게 합리적인지 소비자들이 훨씬 더 까다롭게 따져보죠. 그러니까 어떻게 4천 원, 5천 원에 팔겠어요. 이탈리아 평균이 1.2 유로, 저렴하면 0.9 유로 정도 하는데. 그래서 작년 5월에 에스프레소 가격을 2천 원에서 1,500원으로 낮췄어요.

사람들 반응이 너무 재밌었었어요. 왜 내리냐고 오히려 반문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제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실행했어요. 이렇게 해서 안 되면 택배 일을 해야겠다는 각오까지 있었으니까요. 저는 그냥 던지는 삶이에요(웃음).

아까 말씀하셨듯, 그렇게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소비자들이 이곳의 단맛 정도를 굉장히 칭찬하더라고요. 모두가 맛있다고 느낄 그 달콤함의 적정선을 어떻게 찾으셨을까 궁금했어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처음에는 아주 달게 해봤다가, 단맛을 낮춰보기도 했어요. 결국 저와 제 직원들의 입맛이에요. (웃음) 예를 들어 밍밍한 배와 달콤한 배가 있으면 그중에 전자가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사람들의 입맛은 그런 객관성을 갖고 있어요. 그걸 무시하고 우리가 만든 게 맛있다고 말할 순 없는 거거든요. 누구에게나 맛있는 건 맛있는 거예요.

맛에 대해 바로 평가를 해주시는 손님들도 있겠죠?

자주 오시는 분들은 피드백을 주세요. 매일 한 잔씩 드시는 손님들은 설탕이 조금 덜 들어가면 불편해 하시기도 해요. 확실한 건 덜 넣는 것 보다, 더 넣어드리는 게 반응이 좋아요. 참고로 손님들에게는 설탕을 한 스푼 넣어드리지만, 저는 두 스푼을 넣어 마실 때도 많아요.

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마시나요. 아메리카노는 안 드세요?

아메리카노는 아예 안 먹어요. 집에서는 모카 포트로 추출해 마시고, 다른 카페에 가서도 무조건 에스프레소를 마셔요. 아무래도 직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이곳의 맛은 어떤가, 어떻게 만드나 공부도 할 겸요. 가격도 제일 저렴하고.

사람마다 커피가 간절한 순간이 다 다른데, 대표님은 언제 가장 절실히 생각나시나요? 원두 취향도 궁금하네요. 

아침에 출근했을 때랑 밥 먹고는 꼭 마셔요. 이탈리아에서 볶아 생산된 원두를 좋아해요. 라바짜, 킴보, 세가프레도 같은 것들. 타짜도라는 제 취향은 아니에요. 로스팅 스타일도 좀 달라졌고 시큼한 맛도 강한 편이라서요. 요즘은 라바짜를 많이 마셔요.

혹시 직업병 같은 게 있으세요?

말씀드렸듯 다른 카페에 가서도 굳이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과 여행 가면 그 지역에서 맛있는 카페 꼭 한 군데 이상은 가려고 해요. 커피숍 투어를 위한 여행을 떠난 적도 있어요.

그렇다면 최근에 맛본 에스프레소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커피는?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에 있는 일리 카페요. 다녀온 지 두 달 정도 됐을 거예요. 여행도 못 가고, 여기서라도 이탈리아를 느껴보자 했는데, 정말 맛있게 내려주셨어요. 같이 간 직원은 며칠 후에 또 가더라고요.

카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시는데, 이 공간에서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한 잔을 시키고, 딱 그것만 드시고 가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1,500원을 내고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간다라는 느낌을 받는 분들을 위해 이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딱 한 잔만 드시고 가시는 분들을 보면, 이분들에게는 이 한 잔이 정말 필요한 것이구나 생각해요. 저는 그런 분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저희 커피를 마시며 출근하는 걸 행복으로 여기시는 분들이요.

사실 가격만 놓고 보면 10잔 팔면 만 오천 원이니까 큰돈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일상의 한 부분에 이 커피가 녹아들어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참 좋아요.

오후 세 시면 운영이 끝나 직장인들은 가고 싶어도 평일엔 못 간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더 많은 분들이 오시면 물론 좋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건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에요. 오시는 분들에게 충실한 것이 우선이에요. 지금은 아침에 고정적으로 오시는 손님이 형성됐어요. 드시는 것들도 정해져 있고. 묻지 않고도 평소 즐기시던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같은 메뉴를 그냥 내어 드리면 돼요.

그리고 밤엔 손님이 많이 없어요. 보편적으로 에스프레소는 카페인이 많다고 생각하시니까. 그래서 이럴 바에는 아침 영업을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을 했어요.

저도 에스프레소에 카페인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커피 만드는 방식을 통틀어서 카페인이 제일 적어요.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풍미를 극대화해 느낄 수 있고, 자주 더 많이 즐길 수 있어요. 하루에 여섯 잔 이상 마셔도 돼요. 여기서 잘 말씀드려야 하는 부분이 한 번에 그만큼을 드시란 이야기는 아니에요. 일상에서 한 숨 돌리고 싶을 때 텀을 두고 마시는 게 에스프레소의 매력이고, 그 시간이 일상의 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향유하는 결이 아메리카노와는 다른 느낌이네요.

아메리카노는 사무실 책상 위에 놓고 먹는 즐거움이 있죠. 하지만 에스프레소를 즐기면서 얻는 행복감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고, 결국 가격을 저렴하게,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로스팅 방법은 물론 기계도 바꾸고 여러 시도를 했어요.

영업이 끝나면 남는 시간은 무엇을 하며 보내세요. 커피 말고, 다른 취미가 있다면.

보통 네시쯤 마감을 해요. 원두 배달하고 집에 들어가면 8시, 늦으면 10시에요. 그런데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7시에 오픈을 하니까 워라밸은커녕 아침 영업을 하고 나서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꼬였다(웃음). 원래는 운동도 하고, 집 뒷산으로 등산도 갔지만 요즘엔 남는 시간이 없어요. 집에서 밥 해 먹으면 끝이에요. 빨래도 해야 되고. 아, 빨래를 취미로 할까요?

이 공간에 들어와 당신의 커피를 마실 때, 사람들이 ‘어떤 감상’ 하나를 얻고 간다면, 그게 무엇이면 좋겠나요?

크게 바라는 건 없어요. 그냥 돈을 적게 쓰고, 맛있는 커피를 드시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즐겨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금 이를지라도 2021년 새해 계획이 있다면.

2호점을 구상 중이에요. 회사가 많은 쪽에 내보면 어떨까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이런 커피 스타일과 가치관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더 많지 않겠냐는 생각에서요. 일단 사람 자체가 많으니까요.

항상 가지고 다니는 EDC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시계는 매일 착용하고, 오늘은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떠오르는 무언가를 적거나 원두 주문 내역 등을 기록할 때 사용하는 노트도 가지고 다녀요. 짬짬이 볼 수 있는 가벼운 책, 에어팟 정도가 되겠네요.

리사르 커피 로스터스  

주소 서울 중구 다산로 8길 16-7

문의  070-7677-5538

영업시간 평일 07:00~10:00, 12:00~15:00 / 토 12:00~15:00 / 일요일, 공휴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