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한 데뷔작,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 GV80 시승기 - 임볼든(IMBOLDN)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제네시스(Genesis)는 브랜드로서 본인들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시장에 뛰어든 듯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첫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를 표방하며 론칭한 제네시스는 차의 품질이 부족하거나 최신 장비가 부족하지는 않았다. 단지 요즘 핫하다는 SUV가 부족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제네시스는 뭔가 보수적인 태도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회장님들이 사랑하는 G90부터 스포티한 G70까지, 새롭게 등장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이지만 포트폴리오는 오로지 세단뿐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팔 하나를 쓰지 못한 채, 전장에 뛰어든 셈이다.

이는 제네시스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문제였다. 요즘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SUV로 먹고사는 판국에 한 대도 없다니. 포드(Ford)는 이미 북미 시장에서 세단을 더는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 했고, GM도 곧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브랜드의 첫 SUV인 GV80의 출시로 제네시스 포트폴리오와 자동차 업계의 판도는 변했다. 우리는 5인승 풀옵션의 3.5리터 가솔린 모델을 타게 되었고, 훌륭한 선택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The Good

GV80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무지막지한 사이즈를 자랑하는 그릴을 앞세우고 두 개의 가로줄로 되어있는 헤드라이트 구조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자칫 강하다는 인상 하나만 남길 수도 있었지만, GV80은 고급스러움도 공존하는 유니크한 모습을 갖췄다. 두 개의 가로줄 테마는 펜더를 지나쳐 테일램프 쪽에서도 이어진다.

로열 블루 메탈린 색상으로 마무리된 우리의 시승차는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더 강렬하고 멋지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벤틀리 벤테이가와 비슷한 듯하지만, 그보다 더 정돈되고 단정한 느낌도 든다. 벤틀리와 디자인을 비교하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제네시스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루크 동커볼케와 이상엽 같은 벤틀리 출신의 디자이너들을 영입했으니, 이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다.

벤틀리와 거의 흡사한 수준의 디테일과 마무리를 뽐내는 실내는 굉장히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여기서 우리는 ‘거의’라는 단어에 많은 의미를 둘 수밖에 없는데, 이는 제네시스가 손과 눈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가격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벤틀리처럼 널링 무늬를 넣은 스위치와 디테일이 많지만, 그들처럼 알루미늄 덩어리를 깎아서 만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몸이 닿는 시트 같은 경우는 최고급 나파가죽으로 감쌌는데 마치 명품 핸드백 안에 들어가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 준다.

특히 우리에게 주어진 차량의 울트라마린 블루와 듄 베이지 색상의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운 감각을 한층 더 부각했다. 인테리어의 다른 부분들도 꽤 그럴싸해 보인다. 대시보드와 도어가드 같은 경우도 가죽으로 감싼 듯 보이게 하면서, 상위 체급에 포진한 차들과 비슷한 느낌을 들게 한다. 물론 비용 절감을 위해 눈에 띄는 위치에서만 영리하게 고급 재질을 쓴 것이겠지만.

‘비용 절감’이라는 단어는 자칫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이 부분에서 많은 품을 들이지 않고 훨씬 더 고급스러운 차를 타는 것 같은 감각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삼았다. 물론 디테일에서는 벤틀리의 그것과 많은 차이가 난다. 그러나 1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신생 브랜드 입장에서는 꽤 놀라운 일이다.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인테리어의 강렬한 첫인상을 뒤로하고 시동을 걸면 이 차의 고요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380마력을 뽑아내는 최상위 트림의 3.5 리터 가솔린 트윈 터보 V6 엔진은, 가끔 가속 페달을 너무 적극적으로 밟을 때를 제외하고는 놀랄 정도로 정숙하다. 좀 더 자극을 주면 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6기통이 아닌, 더 묵직한 V8의 소리와 흡사하기도 하다. 물론 실내 오디오의 힘을 빌렸을 테지만.

차의 가속 능력은 엄청나지는 않지만, 이 차의 성격에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 핸들링은 의외로 차체 중량에 비해 보다 더 날렵한 느낌을 준다. 물론 스포츠카처럼 칼 같은 핸들링은 아니다. 스티어링휠로 전해지는 감각은 스산할 정도로 노면의 느낌을 많이 정제해 준다.

차의 가속 능력은 엄청나지는 않지만, 이 차의 성격에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

이상하게도 가장 근접한 느낌은 최신 롤스로이스 팬텀에서 느꼈던 것과 흡사하다. 주행의 전반적인 느낌 또한 팬텀의 것과 비슷했다. 운전자에게 차의 무게와 크기를 충분히 의식하게 해주지만, 의외로 다루기 쉽다는 느낌도 동시에 준다. 물론 실내는 그 어떤 소음과 진동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고집부리면서.

The Bad

현재 제네시스, 그리고 현대가 엔진 결함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로 인해 GV80의 제작 과정도 영향을 받았고, 언론에 부정적으로 비추어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이 있지만, 일단 우리가 시승한 차량에서는 딱히 큰 문제가 없었다.

여러모로 훌륭한 SUV지만, 완벽할 수는 없는 법. 먼저 가속 시 우리가 탄 제네시스 GV80은 변속기의 변덕스러운 경험을 선사했다. 마치 어느 과자를 먹고 싶은지 결정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이 차의 변속은 간혹 이상할 만큼 부드럽지 못했다. 또한 가속을 조금 격하게 요구할 경우 기어가 슬립하는 느낌도 종종 경험할 수 있었다.

마치 어느 과자를 먹고 싶은지 결정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이 차의 변속은 간혹 이상할 만큼 부드럽지 못했다.

편안한 차의 특징은 운전자의 생각을 읽듯 모든 조작이 편하고 거슬리지 않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GV80은 마치 ‘내가 지금 변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듯 차를 흔들었다. 물론 너무 잦아서 차의 상태를 의심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이상하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기억에 남았을 만큼 이 현상은 중복해서 나타났다. 정숙함과 편안함을 앞세운 차이기 때문에 더 거슬리지 않았나 싶기는 하지만.

서스펜션이 불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노면의 잡스러움을 대범하게 잡아주지 못하는 부분도 아쉬웠다. 시원하게 내뿜는 재채기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잦은 헛기침처럼 뭔가 은은히 거슬리는 느낌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서스펜션은 연식 변경을 거칠수록 조금씩 세팅을 개선해가며 매해 작은 변화를 줄 수도 있기에 ‘앞으로 출시될 모델에서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 같은 기대는 한다.

또 이상한 점은 스티어링휠 일부의 플라스틱이다. 핸들은 부드러운 최고급 가죽을, 에어백 커버도 퀄리티 높은 재질을 썼다. 그 아래도 부드러운 가죽이 만져지지만, 이상하게 에어백 커버 위쪽 플라스틱은 현대기아차의 엔트리급 차량에서나 만져볼 수 있는 딱딱한 싸구려 소재다. 의외로 사람의 손이 많이 가고 운전자의 시야에 잘 들어오는 부분인데, 전반적으로 세심하게 신경 쓴 인테리어 퀄리티에 비해 이런 선택을 했다는 점은 의문이다. 하지만 이런 차이점이 느껴지는 것도 다른 부분이 너무 잘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이 차의 요점은 가성비다. 풀옵션 기준 9천만 원에 육박하는 차에 가성비를 들이대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지만, 핵심은 바로 훨씬 비싼 하이엔드 럭셔리카의 90% 근접하는 경험을 벤츠 GLE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차 가격 자체가 저렴하진 않다. 하지만 그 가격대에서 현재 고를 수 있는 선택지보다 더욱 럭셔리한 경험을 누리게 했다는 것은 마치 구름 위의 영역에 있던 하이엔드 럭셔리를 지상으로 가져온 것과 같다. 최고가 아니면 무조건 안 되는 까탈스러운 사람을 제외한다면, 이 정도의 고급스러운 경험은 많은 이들을 만족시키고 또 놀라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dited by 조형규

제네시스 GV80 3.5 가솔린 터보 AWD

learn-more
₩ 69,510,000+
  • 엔진: 3.5리터 V6 트윈 터보
  •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 최고출력: 380마력
  • 최대토크: 54.0kg.m
Related
Go to top Go to top

Email Newsletter

140만이 임볼든을 고집하는 이유, 지금 바로 뉴스레터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