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가치를 먼저 논하다, 파타고니아 - 임볼든(IMBOLDN)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파타고니아’. 많은 배낭 여행객들이 마음속으로 한 번쯤 어루만지는 이곳은 마젤란 해협과 대서양으로 둘러싸인 매력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빙하로 덮인 고원과 거센 바람이 부는 나날로 쉽사리 일상을 누이기는 어려운 곳.

같은 이름을 공유하는 브랜드가 있다. 캘리포니아 벤투라 카운티에 본점을 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다. 험난한 미지를 탐험하는 자들을 위한 장비를 만드는 일에 자부심이 있는 이 브랜드 창업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와 톰 프로스트(Tom Frost)는 대지의 중요성을 알고, 이 브랜드를 설립했다.

파타고니아가 특별한 이유

이미 포화상태인 아웃도어 시장은 물론 경쟁도 치열하다.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헤쳐 나올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야 하는 이 업계 특성상 치열한 경쟁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덕분에 험준한 지역에서도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해낸 혁신적인 제품들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제품의 품질 하나로만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기업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직원 복지부터 환경 정책까지 파타고니아는 투명성 그 자체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설립 초창기

1953년, 창립자 쉬나드는 14세의 나이로 남부 캘리포니아 팔콘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거기서 쉬나드는 팔콘 둥지를 관찰하고 팔콘 서식지에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절벽에서 하강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때의 경험이 훗날 그가 전문적인 암벽등반가가 되는 동기가 되었다.

Photo via Chouinard Collection

1957년, 쉬나드는 그가 처음으로 창립했던 회사, 쉬나드 이큅먼트(Chouinard Equipment)를 통해 직접 만든 산악 장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물상에서 석탄을 쓰는 화덕과 모루, 집게를 사면서 그는 이 업계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Photo via Terri Laine

독학으로 대장장이 일을 배운 쉬나드는 낡은 날로 암벽 등반 시 바위틈에 끼우는 피톤을 만들었다. 18세의 나이부터 시작해서 1965년까지 그는 혼자 작업했고, 초창기 몇 년 동안 그는 고양이 사료와 들다람쥐를 먹을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다고 한다.

두 남자가 있다

파타고니아의 중심에는 커다란 꿈을 안고 시작한 두 명의 남자가 있다. 클라이머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톰 프로스트를 만남으로써 쉬나드는 그와 함께 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동지를 얻었다. 훗날, 이 둘은 리버사이드에서 북쪽으로 이동하여 약속의 땅, 요세미티에 이르게 된다.

프로스트와 쉬나드가 가진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등반에 대한 열정이었다. 정상에 도착한다고 해서 어떠한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면서 솟아오르는 아드레날린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뿐이었다.

Frost and Chouinard
Photo via Patagonia Archives

쉬나드는 결국 자신의 제품을 개선하고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법을 찾는 데 성공했다. 프로스트는 브랜드를 확장할 기회를 제공했다. 첫날부터 둘은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히곤 했다. 등반할 때 어떻게 하면 목 부분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는지, 침낭은 몇 바늘로 꿰매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와 같이 말이다.

Photo via Patagonia Archives

구매자들과 직접거래를 계속해온 파타고니아는 1973년 벤투라에서 첫 번째 상점, ‘Great Pacific Iron Works’를 오픈했다. 원래 도축 가공 공장이었던 이곳은 리모델링 후 최고 의류와 장비를 찾는 바쁜 고객들의 주문에 대응하기 위한 곳으로 거듭났다.

현재 상점은 일종의 커뮤니티 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요가 수업부터 전연령의 가족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위한 곳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 기부행위가 아닌, 사람들이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게 해주는 하나의 발판 역할이다.

파타고니아의 기업윤리

아웃도어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파타고니아의 고객 대상이다. 전문 클라이머부터 초심자까지 모두를 위한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모자, 배낭, 스웨터, 등산화, 잠수복까지 포함해서 오히려 이 기업이 팔지 않는 아웃도어 제품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파타고니아 목적은 억지로 위험한 활동을 하라고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도전정신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Photo via Kyle Sparks

파타고니아가 장려하는 또 다른 기업가치는 그들의 직원과 고객 및 그들이 보호하고자 하는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2012년, 파타고니아는 사회적 기업(Certified B Corporation) 인증을 받았다.

이는 수익 창출하는 기업 중에서 매우 높은 사회적 책임, 환경 책임, 투명성의 기준을 통과하는 기업에만 부여하는 인증이다. 파타고니아는 유급 출산휴가, 사내 보육원, 충분한 병가, 훌륭한 의료복지와 같이 직원들에게 수많은 복지 혜택을 주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매출의 1%를 환경보호를 위한 자선단체 및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2016년에는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액 100%를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하기로 약속했고, 2017년에는 보호구역을 개발하려던 유타주에 반발하기 위해 유타주에서 주관하는 아웃도어 리테일러 쇼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Photo via Boone Speed

2020년 소셜미디어가 큰 논란에 휘말렸을 때도 파타고니아는 시민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과의 거래를 유보하기도 하였다. 파타고니아의 이러한 행보는 고객의 심리를 이용하거나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경제적, 사회적 비용에 상관없이 기업 구성원들이 믿는 가치를 지지하는 것뿐이다.

공생하는 협업

파타고니아는 대부분 독자적인 길을 걸었지만, 2018년에는 대너 부츠(Danner Boots)와 함께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ICAST 무역박람회에서 협업을 발표했다. 포틀랜드에 기반한 대너 부츠는 등산화로 유명하지만 두 회사가 협업한 제품은 플라이 낚시를 위한 낚시용 부츠였다.

대너 부츠는 여러 차례의 재건이 가능한 스티치 다운 공정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두 회사가 협업한 부츠의 가격은 저렴하지는 않지만, 평생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한 차례 협업 이후 파타고니아는 그들의 높은 기준만 충족한다면 다른 기업들과도 종종 함께 일을 벌였다.

끝없는 테스트

재킷에 물이 닿으면 어떻게 될까? 불리한 조건에서 플리스는 얼마나 빨리 올이 풀릴까? 에베레스트산 위에서는 원단이 얼마나 통풍이 잘될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여러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쉽게 정답이 보이는 것들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가 더욱 특별한 건 벤투라에 있는 브랜드 원단 실험실은 소재에 대한 이해를 높여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무려 20개의 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제품 재질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는 마모 현상을 구사하기 위해 세탁기 속에 강철공을 넣어 변색 외에 다양한 현상들을 실험하기도 한다.

아울러 엔지니어들은 제품 모든 구성 부분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있다. 분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파타고니아 역시 제품을 생산하려면 환경적인 비용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파타고니아는 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선택에 대한 검토 및 재검토를 묵묵히 반복할 뿐이다.

파타고니아 홈페이지에 중고 장비를 판매하는 섹션이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고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야말로 환경 발자국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제품 수명을 2년 연장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쓰레기, 물 소비 합계의 75%를 줄일 수가 있다. 중고 장비 판매는 경제적인 이익과 전혀 상관없는 파타고니아의 기업윤리를 보여준다.

파타고니아 제품들은 내구성이 뛰어난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다. 아래 소개하는 파타고니아의 가장 혁신적인 제품들을 보면 파타고니아가 얼마나 우리 지구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울리에스터 플리스

울을 재활용해서 만든 재료가 바로 울리에스터다. 초경량의 마이크로-폴리에스터로 짜여 상위호환 버전의 플리스가 탄생했다. 이탈리아 공급업자가 처음 파타고니아에 소개한 울리에스터는 엔지니어 부서에서 폴리에스터 플리스, 재활용 폴리에스터 플리스, 면/울 플리스와 비교하는 테스트를 거쳤다.

그 결과 파타고니아가 오염을 줄이고 싶다면 울리에스터밖에 없다는 것에 다툼의 여지가 없었다. 파타고니아 풀오버는 따뜻하고, 편안하면서도 무게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트윌-테이프의 쿼터-집 플리스는 잘 풀리지도 않고, 소매와 밑단이 골지로 짜여 있어서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다.

율렉스 잠수복

전통적으로 사용됐던 네오프렌 잠수복은 석유로 만들어진다. 석유를 공정하는 과정은 기후 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화학공장에서 나오는 유독가스는 암을 유발한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네오프렌 잠수복을 구매한다. 더욱 합리적인 소비를 찾는 고객들을 위해 파타고니아는 네오프렌-프리 율렉스 잠수복을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국제삼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의 인증을 받고 상업적으로 팔리는 유일한 제품이다. 순수 천연고무로 만들어진 이 잠수복은 편안함, 고성능, 지속가능성을 모두 동시에 충족하고 있다.

블랙홀 팩

플라스틱병은 환경에 아주 치명적이다.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버려지는 데까지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른다. 이와 반대로 블랙홀 컬렉션은 천만 개의 버려진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여행 가방을 소개하고 있다.

날씨 변화에도 상관없이 매우 강한 견고함을 자랑하는 블랙홀 백의 웨빙과 주 원단은 리사이클 소재일 뿐만 아니라 철갑보증정책(Ironclad guarantee) 지원을 받고 있다. 넉넉한 공간, 가벼운 무게, 외부 충격에도 끄떡없는 튼튼함을 자랑하는 이 가방은 더플백, 백팩, 힙백을 포함해서 총 25가지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다.

넷플러스 모자

넷플러스 모자챙을 보면 다양한 형태로 리사이클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0% 재활용한 낚시 그물로 만들어진 모자 심지는 그저 햇빛 가리개용으로만 쓰이던 모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준다. 파타고니아 제품라인의 83%는 공정무역 인증을 받았는데, 이는 타 브랜드보다 압도적인 수치다.

넷플러스는 파타고니아만큼이나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인 보르네오(Borneo)와의 협업이다. 보르네오는 바다에서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나노 퍼프

나노 퍼프는 10년 동안 개선을 거듭해온 합성 다운재킷이다. 스타일과 성능은 언제나 뛰어났지만, 파타고니아는 디자인과 공급체인을 간소화해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깃털을 사용하는 대신 60g 프리마로프트 골드 인슐레이션 에코라는 신소재로 만들어졌다. 플라스틱 공병과 배출저감기술로 만든 이 재활용 폴리에스터 소재는 다른 합성 소재 재킷보다 큰 폭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일교차가 큰 캘리포니아 겨울에도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나노 퍼프는 보다 환경에 책임 있는 방법으로 몸을 보온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철갑보증정책(Ironclad Guarantee)

파타고니아의 모든 제품은 철갑보증정책의 대상이다. 즉, 고객의 기대 이하의 제품이라면 처음 개봉한 상품이든 이미 사용한 제품이든 상관없이 모두 환불, 교환, 또는 수선 대상이다.

사용으로 생긴 마모라면 합리적인 가격에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게에서 구매하면 제품이라면, 제품만 다시 보내주면 된다. 택배로 보내야 하는 경우, 배송비에 트래킹과 보험비용도 포함하고 있다.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파타고니아는 이미 유명한 이름이다. 고객들을 위한 헌신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지구 보호와 고객들의 웰빙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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