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3, 안 팔려도 상관없다 이거지? - 임볼든(IMBOLDN)

심각하다. 9월 15일 열린 애플 신제품 발표 이벤트를 지켜보며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 지루하게 반복된 ‘카메라~ 카메라~ 영화 찍는~ 카메라~’ 이야기를 빼놓고 봐도 그렇다. 이제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슨 혁신이 나오겠냐는 지적도 있지만, 뭐랄까. 이제는 애플이 ‘아이폰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상짓는 걸 보는 기분이다. 아니, 반대로 생각하면 ‘이래도 어차피 팔리지 않겠냐’는 자신감일지도 모르지만.

15일 애플 이벤트에서 발표된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 애플 워치에 대한 감상을 간단히 짚어본다.

이쯤 되면 친환경무새?

올해 아이폰 발표 이벤트는 다시 9월로 돌아왔다. 반갑기도 하고, 갈수록 온라인 이벤트 실력이 느는 게 보인다. 뜬금없이 캘리포니아에 대한 찬사로 시작해서 좀 깨긴 했지만. 다른 이벤트와 다른 점은 몇 가지 더 있다. 

먼저 애플 TV 콘텐츠 소개로 시작한 걸 포함해 애플 피트니스+ 등을 힘주어 알린 점, 그리고 서비스 수익이 애플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걸 알려준다. 실제로 지난 7월 발표된 애플 실적 보고서에 의하면 애플 서비스 구독은 7억 건이 넘는다. 4년 전보다 거의 4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다른 하나는 듣고 싶지 않아도 귀에 못 박힐 정도로 재활용 알루미늄 사용 같은 친환경 정책을 강조한 부분이다. 사실 진짜 친환경을 실천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이폰을 한번 구입한 뒤, 기변 없이 오래오래 사용하는 거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애플 스스로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아이폰 사용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영상에서, 음식 배달을 하는 Geek 노동자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것도 특이했다.

한줄평: 할 말 없다고 했던 말 또 하지 말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아이패드 미니

이번 아이폰 공개 이벤트의 스포트라이트는 모두 아이패드 미니의 몫이었다. 분명 메인은 아이폰이었을 테지만, 이벤트가 끝난 뒤 주위에선 다들 아이패드 미니만 이야기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처음으로 완전히 옷을 갈아입었으니까. 신형 아이패드 프로 스타일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위아래 베젤이 있던 부분을 화면으로 가득 채웠다. 구 아이패드 미니와 비슷한 크기인데, 화면이 8.3인치로 커졌다. 애플 펜슬 2세대 제품을 지원하고, 옆에 붙여둘 수 있다.

‘이만하면 완전체 아이패드 미니다!’라고 외치고 싶지만, 선뜻 그렇게 말하기는 또 어렵다. 가격이 올라갔기 때문. 물론 최신 프로세서를 넣은 만큼, 가격 인상도 각오하긴 했다. 그런데 256GB 용량에 셀룰러 지원을 결합하면 103만 원이 돼버린다. 여기에 애플 펜슬과 애플 케어, 애플 순정 케이스를 더하면 몇십만 원이 추가된다. 이쯤 되면 또 슬그머니 ‘그 돈이면~’병이 도질 테고, 자연히 아이패드 프로를 곁눈질하게 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화면비율이 4:3에서 4.56:3으로 미묘하게 길어진 것도 흠. 

한줄평: 애플이 좋은 걸 싸게 줄 리 없지.

아이폰 13에 카메라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애플이 자기 실력에 발목이 잡혔다. 예전엔 하드웨어 성능을 어떻게든 쥐어짜서 최대로 끌어내느라 힘들었는데, 이젠 반대로 성능은 차고 넘치는 데 그걸로 뭘 하면 좋을지 몰라서 헤맨다. 카카오톡이나 트위터만 하기엔 아이폰 7(2016)을 써도 충분하니까.

물론 카메라가 중요하긴 한데, 그걸로 작품 사진 찍을 사람은 많지 않다. 동영상을 많이 찍긴 하는데, 아이폰으로 영화 찍을 사람이 지구 위에 몇이나 될까. 아이폰 13은 애플 자신도 카메라 말고는 이 좋은 성능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이젠 진부하다 못해 고루해진 노치 디자인과 엄청난 카툭튀는 덤이다.

아이폰 13은 애플 자신도 카메라 말고는 이 좋은 성능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애플은 그래도 될까? 그럴지도 모른다. 적당한 라이벌이 없는 강자의 오만함이다. 어차피 1,000달러 이상 고가 스마트폰 시장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하고, 애플에서 잘 팔리는 스마트폰도 최고급 모델이 아니다. 2020년엔 아이폰 11과 아이폰SE 2세대가 주역이었고, 2019년 베스트셀링 모델은 아이폰 XR이었다.

가격 이길 장사는 없다. 이번엔 아이폰SE 2세대, 아이폰 11, 아이폰 12/12 미니를 아이폰 13과 함께 계속 팔겠다고 했다. 판매량이 낮은 아이폰 프로 계열을 제외하면, 400달러에서 700달러까지, 역대 가장 다양한 가격대의 아이폰을 판매하는 셈이다. 

한줄평 : 오늘의 아이폰은 어제의 아이폰과 경쟁한다.

이야깃거리 하나 없는 애플워치 7

화면이 20% 정도 커졌다. 지금까지 나온 애플 워치 가운데 가장 튼튼하다. 이전 시리즈보다 최대 33% 더 빠르게 충전할 수 있으며, 8분 충전으로 8시간 수면 추적이 가능해졌다. 올해 가을 출시 예정. 끝.

…이라고 쓰고 싶었다. 주요 제품을 출시일 미정으로 공개하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던 그 애플이, 언제 출시될지 모르는 제품을 선공개한 건 아마도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를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왠지 모르게 애플 워치에 대해 공개된 루머를 하나씩 반박하는 느낌으로 진행된 건 신선했다. 특히 이번 애플 워치 루머는 거의 다 틀렸다.

하지만 루머가 빗나가서 좋을 건 결국 하나도 없었다. 새로운 센서도 없었고, 배터리 수명도 전혀 늘지 않았으니까.

한줄평: 잘 빠지기만 한 옆그레이드의 표본

사실 진짜 주인공은 아이패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격 이기는 장사 없다. 그건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보도자료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듯이,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프로도, 에어도, 미니도 아닌 그냥 ‘아이패드’다. 그냥 좀 많이 팔리는 수준이 아니다. 2021년 1분기 기준 판매량의 56%를 차지한다.

이번 아이폰 13 이벤트의 진짜 혜자 모델은 사실 아이패드다.

그 아이패드 모델이 개선됐다. 프로세서가 좋아지고, 화상 회의를 위한 전면 카메라 성능을 개선했다. 기본 저장 공간도 32GB에서 64GB로 두 배가 늘었다. 그런데도 기본 모델 가격은 작년과 똑같다. 심지어 국내 판매가도 똑같다.

이번 아이폰 13 이벤트의 진짜 혜자 모델은 사실 이 제품이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왜일까? 어차피 따로 힘주지 않아도 가장 많이 팔릴 모델이기 때문이다.

한줄평: 태블릿 PC를 고민한다면 이 제품을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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