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에 반기를 든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슬로웨어 - 임볼든(IMBOLDN)

세상의 패션은 두 가지로 나뉜다. 패스트 패션과 슬로웨어(Slowear). 매 시즌 런웨이에 등장해 트렌디하지만 수명이 짧은 패션을 따르는 이들도 있고, 대량 생산되는 옷더미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패션을 향유하려는 욕구도 분명 존재한다. 남성 패션계에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있는 이탈리아 브랜드 슬로웨어는 바로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슬로웨어 창립자 로베르토콤파뇨와 마르지오 콤파뇨 형제는 1951년 설립된 인코텍스를 만든 이의 아들로 피는 못 속이는지 의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패션 시장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고, 이곳은 빠른 속도로 대량 생산되는 옷들이 벌이는 혈투의 장이라 생각했다. 가치가 다하면 쉽게 버려지기에 작은 디테일과 소재, 사이즈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진실하게 제작된 제품을 만나기란 매우 드물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러한 현실을 바라보며 ‘사려 깊게 천천히’ 제작한다는 남성 옷의 본질을 실현하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다짐했고, 이는 다년간의 숙고와 헌신을 딛고 브랜드가 탄생했다.

슬로웨어에는 인코텍스와 통합했고, 그 외 몇개 브랜드들도 점차 인수해 나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옷이 올바른 방식으로 디자인된다면, 의복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인수에 그치지 않고 몬테도로 아우터웨어, 자논 니트웨어, 글랜셔츠를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신발과 액세서리 컬렉션인 오피시나 슬로웨어도 만들어냈다.

이름값 하는 브랜드

슬로웨어는 이름값 제대로 한 브랜드에 속한다. 이들에게 있어 ‘슬로우’라는 단어는 매우 상징적이다. 아슬아슬할 만큼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패션 세계에서 자신만의 박자로 느리게 흘러간다는 것은 다른 말로 디테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마치 콤파뇨 형제가 추구하는 ‘느림’은 도착지점을 향해 경쟁하는 듯 나아가는 이 시대와 맞수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패션은 결코 빨라야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낮은 가격으로 좋은 스타일을 누리고 싶은 수요가 증가해 생긴 현상일 뿐이다. 슬로웨어의 콘셉트는 이와 확연하게 구별된다. 이 브랜드는 중개 업체를 끼지 않는다. 모든 공장을 소유하고, 다른 업체에 의존하지 않는다. 또한 필요한 천과 실을 생산하기 위한 파트너를 직접 선정한다. 고로 제작에 쓰이는 자재들은 많은 손을 거치지 않는다. 내구성은 물론 유행을 타지 않는 멋이 포커스다.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드니까

옷을 만들 때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종종 작은 디테일이다. 이 사실은 제작에 중심을 두는 슬로웨어에서 특히나 중요한 부분. 사용하는 혁신적인 재료들은 발수성과 주름방지 마감 등과 같은 기능성을 갖고, 내구성과 탄력성을 우선으로 고려해 제작한다.

또한 이들은 시즌별로 제품을 큐레이션 하는 방식 대신에 상시로 신상품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품질 저하가 일어나지 않는다. 글랜셔츠 제품군은 색상을 보존하고 더 부드러운 마감을 위해 삼중 세탁을 거친다. 또한 염색 원단을 사용하지 않고 완성품에 직접 색상을 입히기도 한다. 이렇게 해야 더 풍부하고, 선명하며, 색상이 오래가기 때문.

그러나 전통이라는 틀에 갇혀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더 견고하고 탄력 있는 옷을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메커니즘과 설비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들의 임무는 몸에 맞고 오래 지속하는 옷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재료와 디자인 기술을 사용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은 슬로웨어의 직관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제작 과정의 기본이다.

보여주기식 매장은 사절

슬로웨어의 매장은 이탈리아,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레바논은 물론 국내에도 있다. 현재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수입해 전개하고 있으며 미국 내 유일한 지점은 로워 맨해튼에 자리한다.  패션에 예민한 소호에서도 전 세계에 있는 슬로웨어의 다른 매장들이 그러하듯, 미니멀한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이건 의도적인 거다.

Photo Credit: Esquire

런웨이에서 보이는 화려함을 넘어서는 패션의 본질에 집중하는 브랜드의 철학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것을 덜어냈다. 보여주기식 매장 인테리어보다 옷 자체에 집중하기 좋도록. 참신할 정도로 소박한 느낌이다. 다른 고급 부티크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함은 없다. 대신 따뜻한 매장 내 색감과 조명이 분위기를 돋운다. 매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바로 압도적인 제품량. 매장에 들어서면 캐주얼과 포멀을 넘나들며 그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믹스매치할 수 있다.

대표 제품

최고의 디자이너들을 한두 개의 주요 작품으로도 내내 회자된다. 슬로웨어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는 얘기다. 

인코덱스 베네치아 1951: 현존하는 바지 중 가장 많은 찬사를 받는 제품으로는 베네치아 1951을 꼽을 수 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바지인 이 제품은 베이지에서 그레이까지 다양한 뉴트럴 색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면 소재는 데일리 용으로 제격이며, 놀라울 정도의 시원한 트로피컬 버진 울 소재는 더운 날씨에 딱.

Incotex IndigoChino

인코덱스 인디고치노: 데님에 가까우면서도,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딱 맞는 예시로 인디고 팬츠의 심플함과 인코텍스 브랜드의 세련미를 결합한 인디고치노를 들 수 있다. 이 제품들은 편안하면서도 모던한 스타일로 다른 모던한 옷들과도 근사하게 매치할 수 있다.

자노네 블레이저: 일반적인 블레이저는 쉽게 각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노네 블레이저는 예외다. 면 크레이프 원단으로 제작돼 따뜻한 날씨에도 걸치기 좋고, 특유 깔끔한 라인과 안정적인 형태로 럭셔리함을 강조한다. 아울러 캐주얼하게 청바지와 함께 입을 수 있을 만큼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실용템이다. 

Zanone Blazer

자노네 라이트 캐시미어 리버서블 스웨터: 이 옷 하나 열 스웨터 안 부럽다. 이 리버서블 캐시미어 스웨터는 가볍고, 동시에 몸을 포근하게 감싼다.  각 면은 다른 색상이며 촉감이 예술이다.

몬테도로 패커블 언라인드 재킷: 캐주얼한 감성과 세련된 도시 남자의 분위기를 다 취할 수 있는 재킷.  실용성과 도시적 멋을 더한 패커블 언라인드 재킷이다. 스포티한 언더톤은 몸에 딱 맞춰 제작한 슬랙스뿐 아니라 캐주얼한 데님과도 잘 어울리며 인증샷 찍어야 마땅한 여행 시에도 멋도 살리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다.

Montedoro Packable Unlined Jacket

몬테도로 패드 베스트: 이미 탄탄대로 달리고 있는 당신의 옷장에 하나의 제품을 더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이 패드 베스트. 옷 매치하기가 곤란한 간절기에 완벽한 옵션이 되어준다. 재킷과 코트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야 하는 날씨에는 패딩 조끼가 답이다. 부드럽고 스포티한 이 제품은 가벼운 무게로 어떠한 스타일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글랜셔츠 코튼과 실크 셔츠: 고급스러운 슈트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그리고 우리는 정교한 솜씨로 제작되는 바지, 깔끔하게 컷팅된 라인의 블레이저에서 이미 확인했다. 이젠 셔츠에도 눈길을 주자. 가벼우면서도 세련된 멋스러움을 풍기는 실크의 감촉은 럭셔리한 느낌을 주고, 줄무늬로 스타일리시함을 한 꼬집 더한다.

Glanshirt cotton and silk shirt

글랜셔츠 리넨 슬림핏 셔츠: 1년 중 가장 더운 날에는 리넨처럼 입기에 적당한 원단이 없다. 리넨 슬림핏 셔츠 실루엣은 여유로운 편안함을 주면서도 놀랍도록 몸에 딱 맞는 느낌을 준다. 짙은 파란 색상은 단정한 절제미를 연상시킨다. 물론 더 밝은 색상도 준비돼있다. 치노팬츠에 매치하면 완벽한 스타일을 완성한다.

그 길이 외로울지라도

콤파뇨 형제는 남성 패션계에 예상치 못한 새로움을 가져왔다. 그 새로움을 다시 말하면 바로 전통이다. 이들에게 전통은 고향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 유난스럽지 않은 평범함과 같은 것들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덧없는 유행은 언제 또 다른 거대한 유행으로 대체될지 알 수 없다. 슬로웨어는 이러한 유행의 파도 너머, 오래 갈 수 있는 패션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기로 했다. 

Edited by 정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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