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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22] 봄이 오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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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20]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두 번 받으세요
2021.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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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10.
[뉴스레터 #18] 임볼든에서 연말 선물에 대한 힌트를 얻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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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7] 브랜드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빛나는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며
2021. 11. 12.
[뉴스레터 #16] 겨울을 온전히 누리기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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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컴뱃’의 선한 영향력? 프로 스포츠 사상 유례없는 승부 조작범 복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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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MMA)에는 어그로가 필수다. 착한 선수는 인기가 없다. 어떻게 해서든 사건·사고를 쳐야 대중의 주목을 받고, 대중의 주목은 인기로 이어진다. 박재범의 뺨을 때린 브라이언 오르테가는 그 일로 인해 UFC로부터 처벌을 받은 게 아니라 정찬성과의 UFC 페더급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을 받았다. 실력에 비해 흥행 능력이 썩 좋지는 않았던 존 존스는 임산부 뺑소니 사건을 일으킨 이후 급속도로 유명해졌고, PPV 판매량도 늘어났다. 이 정도 수위까지 가지 않더라도 UFC에서 인기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상대에게 거친 욕설을 퍼붓는 트래시토킹을 구사하는 선수들이다. 착한 파이터들은 인기가 없다. 한마디로 ‘노잼’이다.

도덕을 사회의 가장 중요한 원리로 두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철학자 오구라 기조는 한국 사회를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라고 평가한다. 스포츠 스타든, 가수든 단지 자기 일을 잘하는 걸로 부족하다. 유재석처럼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걸 증명해야 최고의 위치에 설 수 있다. 하지만 격투기는 예외다. 대중들은 겉으론 욕해도 결국 요란한 사고를 치는 선수들의 경기를 본다. 대중들이 <로드FC>의 권아솔을 아무리 혐오해도, 권아솔의 경기력이 아무리 떨어져도 권아솔은 흥행카드다. 욕하려고 본다. 맞는 걸 보려고 본다.

‘<블랙컴뱃>은 괜찮다며?’ ‘우린 왜 안 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거다.

배우나 예능인이 사고를 치면 그걸로 매장이다. 이전의 인기를 회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예전의 인기의 절반이라도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격투기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도덕적 결함이 있는 싫은 선수가 육체적 타격을 입는 걸로 처벌받기를, 속된 말로 처맞는 걸 봐야 한다는 심리가 작동한다. 그래서 극도로 ‘선을 넘은’ 선수가 아니라면 사고를 치면 칠수록 경기를 더 보고 싶어 한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좀비트립>이 인기를 끈 이유도 겉으로 내세운 ‘재능 발굴’이 대중에게 어필해서가 아니라 결국 나쁜 놈들이 처맞는 걸 보고 싶은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격투기에도 ‘선’이 존재해야 한다. 격투기가 스포츠로 존립하려면 최소한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격투기가 거친 스포츠라고 해도 범죄의 소굴이 돼서는 안 된다. 우선 살인범, 강간범을 무대에 세우면 안 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앞의 두 가지보다 더 가벼운 죄지만 스포츠에서는 절대 범해서는 안 되는 죄가 있다. 바로 ‘승부 조작’이다.


<출처: 블랙컴뱃 유튜브>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 ‘승부조작’

승부조작은 스포츠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금기로 여겨진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보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고도로 갈고 닦은 선수들의 기예와 운동 능력을 보면서 경이를 느끼기도 하고, 편을 갈라서 한쪽 편에 소속됨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양쪽 선수들이 치열하게 몸을 단련하고, 감독들이 전략을 준비해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는 게 스포츠의 묘미다. 만약 누군가가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승부를 조작한다면 이는 스포츠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하는 거다.

UFC는 선수들의 범죄에 관대하다. 존 존스와 코너 맥그리거가 아무리 범죄를 저지르고 다녀도 그들은 언제나 특급 스타 대우를 받는다. 말했듯이 범죄를 통해 이름값이 높아지면 더 좋은 대우를 받기도 한다. 가정폭력으로 NFL에서 거의 매장 당했던 그렉 하디는 UFC에는 문제없이 복귀할 수 있었다. 경기력 향상 약물(PED)를 사용해 경기력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한 선수들도 징계 기간만 끝나면 돌아와서 다시 활동한다.

방태현 승부조작 미수 경기의 급격한 배당률 변화 <출처: 5dimes>

이런 UFC에서 용납이 안 되는 게 딱 세 가지가 있다. 살인과 강간, 승부 조작이다. 승부 조작은 살인과 강간에 준할 정도로 스포츠에서 금기시된다. 특히 스포츠 베팅의 왕국인 미국에서는 큰돈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승부조작이 벌어지면 금전적 피해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승부조작은 UFC에서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그래서 2015년 11월 서울 대회에서 UFC 최초의 승부 조작 사태에 가담한 방태현은 UFC로부터 바로 제명됐다. 방태현이 상대에게 패함으로써 승부 조작을 하기로 하고 돈 1억을 받았다. 

그런데 이 소문이 확산됐는지 UFC 역사상 유례없이 배당률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수상함을 느낀 UFC가 방태현과 상대 레오 쿤츠에게 승부 조작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알리자 방태현은 잡힐 것이 우려돼 승부조작을 미처 실행하지 못하고 경기에서 이겼다. 하지만 수사 결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은 배임수재죄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그리고 UFC에서 두 번째로 승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제임스 크라우스와 그의 지도를 받는 선수들은 UFC 출전과 세컨드 입장이 금지됐다. 기존에 크라우스의 지도를 받던 선수들은 팀을 바꿔야만 UFC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UFC 플라이급 잠정 챔피언 브랜든 모레노는 데이베손 피게레두와의 플라이급 통합 타이틀전에 출전하기 위해 급하게 트레이닝 캠프를 옮겼다. 제임스 크라우스의 이름을 달고 대회를 홍보하던 <James Krause’s FAC 17>은 대회사명에서 제임스 크라우스의 이름을 지우고 크라우스를 출입 금지시켰다.

인간이 자극에 익숙해지면 더 센 자극을 필요로 한다. 언젠가 더한 사람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UFC뿐만이 아니다. 국내 프로 스포츠계에서도 승부조작은 엄중히 다룬다. 2010년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승부조작 사태가 불거지며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지고, 이에 따라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리그 자체가 망해버렸다. 이것이 도화선이 돼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대대적인 승부조작 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2011년에는 프로축구 승부조작이 적발됐다. 최종적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 47인은 프로축구연맹에 의해 영구 제명됐다. 이 47인의 승부조작 가담 선수들의 명단은 FIFA에 전달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선수 활동이 불가능해졌다. 승부조작의 실행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금품을 수수한 선수들도 자진신고를 하고, 봉사활동을 성실히 이행한 경우를 제외하면 영원히 축구판에서 퇴출됐다. 프로농구의 강동희 감독도 계속해서 복귀를 시도하고 있지만 허용되지 않고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은 영구퇴출이라는 합의가 형성돼 있는 거다. 그게 메이저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이다. 우리는 승부조작에 단호히 반대하며, 승부조작에 가담한 자들은 더 이상 우리 스포츠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걸 분명히 하는 거다. 만약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다시 그 스포츠에서 활동한다면 스포츠를 후원하는 스폰서나 팬들은 더 이상 스포츠의 공정성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짧은 징계만 받고 다시 스포츠로 돌아올 수 있다면 선수들은 손쉽게 승부조작의 유혹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메이저 스포츠는 대외적 신뢰를 확보하고, 내부 단속을 하기 위해 엄중히 승부조작을 징계하는 것이다.


국내 1위 단체 <블랙컴뱃>의 UFC 최초 승부조작 미수범 방태현 영입

그런데 이제 자타공인 국내 1위 MMA 단체로 성장한 <블랙컴뱃>에서 그 일이 일어났다. 일본 단체 DEEP과 대항전에 나서는 <블랙컴뱃>은 ‘국가대표’를 선발하겠다고 토너먼트를 열었다. 메이저 단체로 인정받는 UFC와 ONE, PFL 등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전부 빠지고 국내에서도 <더블지FC>, <AFC>, <로드FC> 선수들도 많이 빠졌지만, 아무튼 그들 말대로 국가대표라고 해보자. <블랙컴뱃>은 라이트급 ‘토너먼트에 UFC 최초의 승부조작 미수범 방태현을 투입했다. 진짜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건 토너먼트에 승부 조작범을 투입한 거다.

어떠한 계기로 방태현이 투입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개인적 친분과 마케팅 작전이 결합된 결과로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블랙컴뱃>의 대표 검정은 방태현의 코리안 탑팀 안산과 관계가 있음을 과거 언급한 적이 있다. 개인적인 친분이 개입했을 수도 있다. 또한 스스로 주장하는 바대로 국내에서만큼은 <블랙컴뱃>이 UFC보다 위라는 걸 증명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었을 수도 있다. <블랙컴뱃>은 방태현이 출연하는 영상에 “일본을 잡기 위해 복귀한 전설의 UFC 출신 파이터 Ep.3”, “전 UFC 파이터와 현역 <블랙컴뱃> 선수의 처절한 혈투 Ep.4”라는 제목을 넣어 UFC를 강조하고 있다. 즉, 현 <블랙컴뱃> 선수가 전 UFC 선수보다 강하다고 어필하기 위한 마케팅인 셈이다.

방태현 복귀에 대한 유튜브 커뮤니티 투표 <출처: 이교덕 GOAT 채널>

일단 <블랙컴뱃>의 의도는 성공한 걸로 보인다. 격투기 커뮤니티에서 잠시 방태현이 복귀해도 되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금세 조용해졌다. 대신 <블랙컴뱃>이 너무나 재밌다는 글과 <블랙컴뱃>이 수준이 높다는 글들만 줄기차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국 격투기 팬들은 <블랙컴뱃>을 그다지 강하게 비판하지 않았고, <블랙컴뱃>은 이제 국내에서는 확실히 한 수 위의 단체로 인정받게 됐다. 일단 여론은 방태현 복귀에 부정적이지만 한국 격투기 팬들이 이를 강하게 비판하지 않을 정도로 <블랙컴뱃>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상황이라는 거다.

미디어 역시 조용하다. 전통 미디어에서는 격투기 자체에 별 관심이 없고, <블랙컴뱃>은 아직 그런 단체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기자들이 대다수다. 뉴 미디어에서도 아직 소위 ‘사이버렉카’가 등장할 정도로 <블랙컴뱃>에 대한 관심이 높지는 않다. 반면 격투기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블랙컴뱃>의 인기에 업혀가야 하기 때문에 <블랙컴뱃>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가 어렵다. 선수나 코치들은 <블랙컴뱃>으로 인해 성장한 인지도로 퍼스널 트레이닝(PT)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격투기 관련 미디어 종사자는 <블랙컴뱃> 선수들을 인터뷰해 조회수를 올리거나, <블랙컴뱃>의 열성 팬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비판의 칼날을 꺼내 들지 못한다. <블랙컴뱃>은 무조건 잘돼야 하니까 다 덮고 가자는 게 현재의 분위기다. 미디어에서는 오직 <랭크5(Rank5)>의 정성욱 기자 혼자만 이번 사태를 비판하고 있다. MMA 커뮤니티에서는 역설적으로 아무 말이나 다 하는 디시인사이드의 <블랙컴뱃>  팬 커뮤니티인 <블랙컴뱃> 갤러리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출처: JTBC>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제 방태현의 복귀를 용인했다면 <블랙컴뱃>에는 이제 선이 없어진 거나 다름없다. <블랙컴뱃>에 승부 조작을 했던 사람이 출전한다면, <블랙컴뱃>은 승부조작을 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믿을 수 있을까?

이제 <블랙컴뱃>에는 출연하지 못할 사람이 거의 없다. 방태현은 단순히 승부조작 미수를 저지른 것뿐만이 아니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 후배 폭행으로도 처벌을 받았다. 또한 이미 <블랙컴뱃>은 자신의 채널에 사기 전과자인 성명준과 엄태웅의 대결을 업로드했다. 이제 남은 건 강간과 살인뿐이다. 이렇게 되면 강간과 폭행 혐의로 징역형을 살았던 사실이 밝혀져 국내 MMA 단체에서 퇴출됐던 케빈 박이 <블랙컴뱃>에 못 나올 이유도 없다. 케빈 박도 자신은 소위 ‘꽃뱀’에게 당한 것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억울한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면 케빈 박도 못 나올 이유가 없다. 인간이 자극에 익숙해지면 더 센 자극을 필요로 한다. 언젠가 더한 사람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출처: 블랙컴뱃 공식 홈페이지>

유튜버니까 괜찮아?

<블랙컴뱃>의 방태현 출전에 대해 옹호하는 논리는 (1) 승부조작이 미수에 그쳤다는 것과 (2) <블랙컴뱃>은 유튜브 단체기 때문에 어그로를 끌어도 괜찮다는 거다. 전자는 적극적인 팬층에서 <블랙컴뱃>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후자는 좀 더 넓은 의미의 격투기 팬층에서 <블랙컴뱃>의 방태현 복귀를 적극적으로 옹호하지는 못하니 쓴소리를 섞어가며 소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논리다. 승부조작이 미수에 그쳤어도, 돈을 받고 실행 직전까지 간 이상 스포츠계에서는 그 선수를 영구 퇴출한다는 점을 알아봤다. 수사망이 자신에게 뻗쳐 오기 전에 자수를 하고, 진정성 있게 봉사활동을 이행하고 사과하면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이 가능하지만, 그러지 않은 선수가 조금 잊혀졌다고 어물쩡 그냥 돌아올 수는 없다. 걸릴 거 같으니 범죄를 실행하지 못하고 잡혔다는 얘기는 걸리지 않을 상황이었으면 범죄를 실행했을 거라는 얘기다. 비슷한 상황이 오면 언제든지 범죄를 실행할 수 있다.

그러니 이에 대해서는 정리가 됐다. 사실 무서운 건 두 번째 논리다. 방태현 복귀에 대해서 비판적이라는 사람들조차 <블랙컴뱃>은 원래 어그로 끄는 유튜브 단체기 때문에 그런 걸 감안하고 본다고 말한다. 방태현 복귀가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다른 단체보다는 “재밌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거다. 이는 <블랙컴뱃>을 보는 팬층도 사실 ‘프로 스포츠’로서 <블랙컴뱃>을 대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블랙컴뱃>은 단순히 유튜브 채널이 아니라 MMA 단체를 지향한다. 벌써 자신들이 최소 한국 선수 한정 UFC를 제치고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체라고 자처한다. 지금으로선 <블랙컴뱃>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격투기 팬들은 찬양 일색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프로 스포츠 정신 결여는 한국에서 MMA가 메이저 스포츠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거다. 이런 것들을 용납하는 사람들에게만 팬층이 제한될 거기 때문이다. 현재의 격투기 팬들은 재밌다고 <블랙컴뱃>에 나오는 승부 조작범과 범죄자들의 스토리와 경기를 즐길 수 있겠지만 일반 대중들이 받아들이기엔 승부 조작범과 범죄자들의 이야기는 찜찜하다. 최근 대기업 스폰서까지 유치한 걸로 알려졌지만 이런 식이라면 스폰서 확장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단순히 <블랙컴뱃>뿐만 아니라 다른 MMA 단체들도 <블랙컴뱃>과 도매금으로 묶이는 거다. 이렇게 되면 MMA는 기본적 윤리도 지키지 않는 마이너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화된다. MMA? 그거 범죄자들 나와서 싸우고, 승부를 조작하는 선수들도 아무 반성 없이 다시 싸우는 데 아냐? 자극적인 걸 추구하는 현재의 팬들에겐 만족을 줄 수도 있겠지만 MMA의 대중성 확장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격투계 내부적으로는 이제 선이 없어졌기 때문에 <좀비트립>처럼 참교육을 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범죄자들을 출연시켜서 어그로나 끌게 될지도 모른다. ‘<블랙컴뱃>은 괜찮다며?’ ‘우린 왜 안 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거다.

<블랙컴뱃>의 대표 검정이 말한 대로 <블랙컴뱃>이 ‘선한 영향력’을 사회에 퍼뜨리길 원하고, MMA를 대중화시키길 원한다면 메이저 프로 스포츠들이 왜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있는지를 좀 더 알아봤으면 한다. 국내 1위 단체에다 일본까지 뻗어나갈 생각이 있다면 좀 더 프로 스포츠 단체답게 행동했으면 한다.


지금이 중요하다: 악한 영향력이 되지 않기 위해서

<블랙컴뱃>의 대표 검정은 전신인 <무채색필름> 시절부터 항상 ‘선한 영향력’을 강조해왔다. 단순히 자신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 있는 격투기 선수들을 조명하고, 그들이 프로 선수로서 경제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어 격투기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그와 달랐다. 불법으로 ‘I am the Bay’라는 유튜버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 다니엘 코미어 영상을 비롯한 많은 영상을 도용했고, 초상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코너 맥그리거-호르헤 마스비달의 티셔츠를 만들어서 팔았다. 이번에는 스스로 해당 종목 국내 1위를 자랑하는 프로 스포츠 단체로서 승부조작범을 복귀시키기까지 했다. <블랙컴뱃>은 “재밌으면 그만이다”라는 악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있는 것 아닐까.

물론, <블랙컴뱃>이 잘하는 점도 많다. 얌전히 경기만 하던 기존 국내 단체들과 달리 <블랙컴뱃>은 프로 레슬링과 같은 각본과 영상미로 MMA에 서사를 부여했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대회를 개최한다고 자랑하던 기존 MMA 단체 대표들과 달리 <블랙컴뱃>은 확실한 수익화 모델을 구축했다. 그 덕에 안정적으로 단체를 운영하면서도 기존 단체들에 비해 더 많은 파이트머니를 지급한다고 주장해 찬사를 받았다. 이제 한국 최초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중견 단체 DEEP과 전면 대항전을 벌일 정도로 성장했다. 그간 문제로 지적되던 선수층도 이제 확실히 국내 정상급으로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국내 1위 단체를 자처하고, 국가대표를 자처할 거면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프로 스포츠의 길을 가야 한다. 프로 스포츠의 원칙을 무시하고 자극적인 것만 추구한다면 당분간 돈은 벌겠지만 언젠가는 쌓이고 쌓여 스타크래프트 리그처럼 무너지거나, 폭넓은 대중들로부터 지지받는 메이저 스포츠는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격투기 팬들의 욕받이인 <로드FC>도 한때는 격투기 팬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격투기 불모지였던 한국에 나타난 재밌는 신생 단체였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다들 <로드FC>를 우습게 보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메이저 근처까지라도 가본 MMA 단체는 <로드FC>가 유일하다. 그러나 <로드FC>가 아시아 No. 1을 지향하는 중견 단체가 되자 미디어의 관심과 기존 격투기 팬층을 넘어선 대중들의 비판에 마주하게 됐다. 

언젠가 <블랙컴뱃>도 ‘신생 단체’가 아닌 어엿한 중견 단체, 국내 1위 단체라는 잣대로 팬들의 엄격한 평가에 마주하게 될 거다. 자신을 옹호하는 목소리에만 취해 아무거나 다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바로 잡을 수 있을 때를 놓칠 수도 있다. 부디 <블랙컴뱃>이 진정한 국내 1위 단체로 거듭나, 언젠가 세계적 단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윤리와 원칙의 문제에도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 검정 본인이 주장하는 선한 영향력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악한 영향력까진 안 미쳐야 할 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