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 노동자를 위한 옷에서 시작하다, 바버 - 임볼든(IMBOLDN)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세워진 바버(Barbour)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알아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중 하나다. 1894년 영국 잉글랜드 사우스실즈(South Shields)에서 존 바버(John Barbour)가 창립한 이 회사는 의류, 신발, 액세서리를 전문으로 하며 많은 셀럽과 패피 사이에서 종횡무진 존재감을 드러내기 여념이 없다.

왁스 코튼

바버를 떠올리면 왁스 코튼(waxed cotton)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이 소재는 물에 대한 저항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브랜드는 창립 초창기부터 어부, 항해사, 부두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고성능 의류에 대한 필요성을 염두하고 있었다. 왁스와 기름칠로 인해 방수가 가능했던 소재인 오일 스킨(oilskin)을 활용한 초창기 컬렉션인 비콘 브랜드(Beacon Brand)만 봐도 이러한 신념을 엿볼 수 있다.

방수 효과는 있었지만, 오일스킨은 소재 자체가 너무 무거웠다. 그 후 바버는 코튼도 그들이 원한 방수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19세기 중반부터 코튼으로 비바람에 강한 의류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렇게 변색하거나 추운 환경에서 질감이 딱딱하게 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파라핀을 스며들게 하는 공정을 거치게 해 방수기능은 유지한 채 더 부드러운 텍스쳐를 입히게 된다.

바버 제품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특별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염색을 위해 랭커셔로 운반되고,  그 다음에는 런던에서 쿠프로-암모니아로 옮겨 질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화학 처리 과정을 거친다. 그 후 왁스 칠을 위해 다시 옷감을 랭커셔로 돌려보냈다. 마지막으로 최종 판매를 위해 스코틀랜드로 운반되는 과정을 오롯이 거쳐내야 한다.

왁스 코튼은 뱃사람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농업, 스포츠, 사이클링에 종사하는 사람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도 왁스 코튼의 유용성이 알려진 것. 이것이 바로 바버가 몸을 따뜻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면서 바람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터내셔널 슈트(International Suit)를 디자인하게 된 계기다. 인터내셔널 슈트는 너무 유명해져 1964년에 열린 ‘International Six Days Trial’에서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이 입고 나온 이후 1977년까지도 대다수 영국 인터내셔널 팀들이 바버 것만  착용하기도 했다.

수십 년 동안 스테디셀러였던 왁스 코튼 덕분에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옷 질감과 완성도를 개선할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쿠프로-암모니아 화학 처리를 제조과정에서 삭제했다. 오늘날의 왁스 재킷은 캐쥬얼, 스포티한 스타일부터 맞춤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비하고 있다.

유명인사들에서 시작된 유행

지금까지 바버가 널리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고(故) 다이애나비다. 그녀는 ‘슬론 레인저(Sloane Rangers)’라는 엘리트 모임 일원이었는데, 당시 영국 상류층 여성들은 특유의 우아함과 꾸밈없는 스타일이 공존하는 스타일을 추구했다. 그들은 종종 왁스 재킷과 트위드의 조합을 활용했고, 단정하면서도 무심한 듯한 느낌을 주었던 이 조합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사랑했다. 그렇게 유행은 시작됐다.

수년 뒤, 가수 릴리 알렌(Lily Allen)이 비가 온 후 진흙으로 뒤덮이는 것으로 악명 높은 글래스턴베리 무대에 드레스 위 바버 자켓을 걸치고 올랐던 적이 있었다. 알렉사 청(Alexa Chung), 빌리 파이퍼(Billie Piper), 엘리 굴딩(Ellie Goulding),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의 알렉스 터너(Alex Turner)도 공식 석상에서 바버 재킷을 입었다.

젊은 대중들은 그들을 통해서 새로운 스타일은 물론 그저 기능성 재킷으로만 치부되었던 옷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옷은 더 이상 단순히 실용적인 옷이 아니라 대담한 패션 아이콘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원칙과 전통만을 고수했던 브랜드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오랜 역사와 전통에도 불구하고 ‘힙’하고 ‘멋있다’는 새로운 유명세가 붙기 시작한 시점을 놓치지 않았다. 바버는 유명인들이 가지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이것이 바로 슬리퍼, 벨트, 가방, 신발과 같은 액세서리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다.

꼼꼼한 디테일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요소 중 하나는 디자이너들이 고급 재료만을 사용해 기술과 옷감 가공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거다. 바버가 내놓는 모든 제품에는 스타일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신이 담겨 있다. 모든 제품에는 주머니의 위치선정부터 단추의 배치와 옷감 처리까지 신중하게 결정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도 비바람이나 폭풍우에도 끄떡없는 외투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영국 감성을 제대로 표현하는 왁스 코튼 재킷을 시작으로 셔츠, 스웨터, 바지와 같은 일상복까지 바버는 여러 제품군을 다룬다. 고로 브랜드 유명 제품들만으로도 쉽게 의상 전체를 꾸밀 수도 있겠지만, 바버라는 이름에 대한 신뢰가 어디에서 나오는지가 궁금하다면 외투 하나만 입어보면 된다.

클래식 뷰포트 왁스 재킷

적당한 무게감이 있는 클래식 뷰포트 왁스 재킷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웃도어 활동이나 출근할 때도 입을 수 있는 튼튼한 외투다. 무난한 폴로 셔츠나 정장 위에 걸치면 스타일 완성이다.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재킷이지만, 이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직관적인 디자인에 있다. 안감은 순수 면으로 만든 바버 시그니처 타탄 무늬로 되어있고, 더 따뜻하게 입고 싶다면 여기에 퀼트 안감을 추가할 수도. 코듀로이 깃이 있어서 더 따뜻하고, 날씨에 따라 모자도 붙여서 사용할 수 있다. 주머니 공간도 넉넉해서 필수품들을 넣어두고 필요할 때 쉽게 꺼낼 수도 있다.

갬린 하프 집 스웨터

성공적이었던 기존 제품들에 이어 바버는 브랜드 라인업에 새로운 제품 몇 개를 더 추가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유서 깊은 스타일과 클래식한 매력을 추구하는 갬린 하프 집 스웨터다. 카키 팬츠, 긴 바지, 진청바지 등 어떤 바지와 매치해도 완성도 높은 의상이 나온다.

스웨터는 테플론 처리를 한 메리노 울을 사용했기 때문에 건조 시간도 빠르고 얼룩도 훨씬 덜 생긴다. 목 깃, 소매, 밑단이 골이 지게 짜여 있기 때문에 핏도 딱 맞고, 안감이 방수 소재로 되어 있어서 추운 가을, 겨울 편안하게 입을 수 있다.

로즈마운트 폴라플리스 질렛

서늘하지만, 코트를 입을 정도로 춥지는 않은 날씨에는 로즈마운트 폴라플리스 질렛을 추천한다. 혹은 코트나 재킷 아래에 레이어링을 해 입어도 멋스럽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점은 폴라플리스 안감이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몸에 닿았을 때 아주 안락한 느낌을 준다. 스냅 단추와 필수품을 넣을 수 있는 넉넉한 주머니와 같은 기능성 디테일도 빼놓지 않았다.

크레스트 스포츠 캡

스포티한 스타일도 좋은 디자이너를 만난다면 세련되게 보일 수 있다. 넬슨 스포츠 캡(Nelson Sports Cap)만 봐도 한눈에 그런 매력을 찾을 수 있다. 깔끔한 디자인에 코듀로이 소재가 주는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안쪽 정수리 부분에는 타탄 무늬가 가로지르고 있고, 정면에는 작은 로고가 포인트로 자리한다.

이 모자의 진가는 캐쥬얼하게 입었을 때 가장 잘 드러난다. 각이 잘 잡힌 폴로 셔츠와 카키 팬츠. 여기에 편안한 슬립온까지 매치하면 룩이 완성된다. 일에서 멀리 떠나 휴식을 취할 때 조금 세련된 방법으로 눈과 피부를 햇빛으로부터 보호하고 싶다면 이 모자를 추천.

몬티 슬리퍼

실내용 신발이 헤지지 않고 오래 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몬티 슬리퍼만큼은 예외다. 클래식한 모카신 디자인이 특징적인 이 실내화는 조거팬츠나 주말에 집에서 편하게 입고 다니는 실내용 로브와 같이 어느 실내용 복장과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여기에 부드러운 인조 양가죽 안감, 고무 밑창과 같은 사소한 디테일들이 더해져 오래 신을 수 있다. 또한 신발 윗부분에 아주 작은 바버 배지는 눈에 확 띄지는 않더라도 신발장 속 다른 신발들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섬세한 포인트다.

Related
Go to top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