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주는 단순히 한 잔의 술이 아니다. 식사를 준비하며 여유를 느끼고, 맛을 돋우며, 사람들과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술이다. 술을 취할 만큼 마시기보다, 적당히 즐기는 소버 라이프가 필요하다면 더더욱. 도수가 낮아 술을 가볍게 즐기고 싶을 때 식전주는 좋은 선택지다.
식전주를 가르키는 아페리티프(Apéritif)는 ‘열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Aperire에서 유래했다. 만찬을 열며 식욕을 돋우고, 대화를 시작하는 자리에 함께한다는 뜻이다. 식전주로는 많이 달지 않고 드라이한 술이 좋다. 적당한 산미도 입안에 침을 돌게 해 가볍고 우아한 식사 자리에 알맞다.
상쾌하고 가볍게, 식전주 추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식전주. 붉은 컬러가 시각을 자극하고, 허브와 향신료의 쌉쌀한 맛, 오렌지의 달콤함이 식욕을 돋운다. 활용 방법은 여러 가지. 간단하게 오렌지 주스를 섞어 마셔도 좋고, 탄산수를 섞어 깔끔하고 상쾌한 맛을 즐겨도 좋다.
캄파리는 베르무트 리큐어와 멋진 궁합을 이룬다. 캄파리와 스위트 베르무트, 탄산수를 섞고 오렌지 조각을 더한 아메리카노 칵테일이다. 달콤하고도 씁쓸한 풍미가 분위기를 한층 세련되게 만들어준다. 소설가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칵테일로, 커피 아메리카노와 혼동하지 말 것.

이탈리안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국민 식전주. 화려한 오렌지색이 보는 것만으로도 식사의 시작을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my name is 가브리엘>에서 제니가 만든 칵테일로 유명해졌다.
오렌지향 을 가득 품은 아페롤은 친자노 프로 스프리츠, 소다수를 섞어 마실 때 최상의 맛을 낸다. 이름하여 아페롤 스프리츠다. 상큼하고 달콤한 맛, 부드러운 쓴맛과 가벼운 청량감이 조화를 이뤄 입안을 상쾌하게 한다.

식전주 릴레 블랑은 프랑스에서 왔다. 와인을 베이스로 설탕에 절인 오렌지와 꿀, 허브, 향신료 등을 넣어 오크통에서 12개월 동안 숙성했다. 릴레 블랑의 별명은 ‘식전주의 귀족’. 프랑스 보르도, 그중 가장 좋은 와인이 생산되는 포동삭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
향긋한 복숭아와 오렌지, 꽃 향이 난다. 그냥 마시면 달콤한 디저트 와인으로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너무 달콤하면 미각을 둔하게 하므로 탄산수를 섞는 걸 추천. 차갑게 마실 때 그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식전주가 꼭 칵테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많이 달지 않고 가벼운 브루트 샴페인 또한 적당한 산미로 식전 입맛을 돋운다. 모엣 샹동 임페리얼,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 등이 대표적이다. 브루트 샴페인은 드라이한 샴페인을 말하는데, 설탕을 최소화해 상큼하고 청량한 맛을 지닌다.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음식과 함께 즐기면 더 좋다. 기름지거나 짭짤한 음식, 오이스터나 연어와 같은 신선한 해산물, 치즈 등과 함께하면 일품. 가볍고 상큼한 맛으로 입안을 상쾌하게 정리해 준다.

크렘 드 카시스는 블랙커런트로 만든 리큐어로, 달콤하고 진한 과일 맛이 난다. 크렘 드 카시스에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더한 키르 칵테일은 식전주의 입체적인 풍미를 즐기는 방법. 은은한 달콤함이 화이트 와인의 깔끔한 맛과 만나 입맛을 자극한다.
크렘 드 카시스는 샴페인에 타 마시기도 한다. 키르 로얄 칵테일이다. 샴페인의 청량한 버블과 크렘드 카시스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황홀한 풍미를 전한다. 보졸레 레드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풍부한 과일 향이 부담 없이 입맛을 깨운다.

클래식 중의 클래식. 드라이한 마티니는 식욕을 돋우는데 완벽하다. 드라이 진의 허브향이 입안 가득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채우고, 식탁에 한층 세련되고 깔끔한 이미지를 더해주기 때문. 단맛이 없어 미각을 자극하고, 뒤에 나올 음식 맛을 방해하지 않는다.
마티니는 기본적으로 진과 드라이 베르무트로 구성되지만, 다양하게 변형하는 방법도 있다. 올리브 또는 레몬껍질을 더하는 것은 물론, 페르넷이라는 허브 리큐르를 추가하면 마티니의 쓴맛이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