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를 고를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지점은 디자인일 것이다. 예쁜 건 비싸기 마련이고 고로 스타일과 가격은 비례하는 경우가 대부분. 아울러 이름값 좀 나가는 브랜드라면 그 가격은 더욱 높아진다. 시장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선글라스도 햇빛 때문에 찡그리게 되는 미간 주름 방지 아이템은 될 수 있겠다만, 그 정도에서 만족한다면 아마 당신은 이 글을 읽고 있지 않았겠지.

선글라스는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눈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임을 우선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정서상 여름을 제외하고 사시사철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허세와 연결 짓게 되는 잘못된 인식 탓일 거다. 백내장, 황반변성, 눈꺼풀 피지샘암 등 눈에 치명적인 자외선이 이러한 질환을 발생시키는데 말이다.

밸론(Vallon)은 아직은 대중적이진 않지만 스타일, 착용감, 그리고 착한 가격이라는 삼박자를 두루 갖춘 주목할만한 선글라스 브랜드다. 밸론의 라인업 중 하울린(Howlin)이라는 제품을 꽤 오랜 시간 사용해 보면서 테스트한 결과 그냥 지나치면 꽤나 아쉬울 브랜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첫인상은 레트로 감성을 한껏 끌어안았지만 유치하거나 과한 느낌은 없다는 것. 유명 브랜드에서도 종종 저지르는 함정을 야무지게 피해갔다는 얘기다. 밸론은 심플하고 정제됐지만 세심함까지 묻어있다. 탈부착 가능한 스트랩이 그 방증. 스타일을 해치지 않으면서 실용성까지 챙겨준다.

본격적으로 착용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겠다. 처음 얼굴에 닿는 순간 들었던 감상은 바로 가볍다는 것. 아울러 마치 나를 위해 특별 제작된 것처럼 얼굴을 편안하게 감쌌지만, 너무 꽉 낀다는 느낌은 전혀 없어 새것 같지 않은 익숙함이 있었다. 조금 특이한 안면 구조와 두상 덕에 사실 안경을 맞출 때도 안경원에서 조이고 비틀며 모양을 잡아주는 편이라 착용 시 마음에 드는 선글라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 제품은 이상하리만큼 편했는데 그 이유가 아마 셀류로스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진 프레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소재로 만든 종류의 제품들이 이미 수없이 많이 존재하지만 이렇게 묘하게 유연하면서 구조적으로는 튼튼한 느낌이 드는 아이템은 드물다는 생각이다.

하울린의 굴곡진 디자인도 착용감에 한몫한다. 얼굴의 곡선을 따라 감싸주는 디자인은 편할 뿐만 아니라 측면 반사광도 많이 줄여준다. 클래식한 디자인치고는 곡선이 도드라진 편이지만 레트로한 느낌을 유지하는 그 선을 지켜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선글라스처럼 완벽한 측면 반사광 차단을 기대한다면 무리겠지만 말이다. 너무 눈을 감싸 버리면 90년대 말 오클리 제품 혹은 영화 <매트릭스> 캐릭터 되기 십상.

편광 선글라스를 착용할 경우 염두에 두어야 하는 부분은 최신 디스플레이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괜히 카센터에 가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고장 났다고 컴플레인 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선글라스만 벗으면 모든 건 해결 된다. 절대 경험담은 아니라고 소심하게 외쳐본다.

이 제품의  가장 인상 깊은 특징은 앞서 언급했듯 탈부착 가능한 스트랩이다. 배론의 브랜드 컬러인 녹색으로 된 스트랩은 구멍에 안정적으로 부착이 가능하다. 스키 종목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브랜드답게 이런 디테일들은 단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기능성까지 겸비한 제품으로 신분을 상승 시켜 주는 데 일조한다.

스트랩을 장착한 순간 자동차 마니아로서 오픈 탑 빈티지 자동차 레이싱이 취미인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이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머리 뒤편을 감싸주면서 선글라스가 떨어지지 않도록 디자인해 아웃도어와 레저용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이들의 야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웃도어와 도심을 넘나드는 활용도 높은 아이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역시 밸론의 제품에 반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 때문. 물론 99유로가 저렴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보다 몇 배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브랜드 제품들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스키, 등산, 탐험, 또는 데일리 용이든 이 정도 스타일로 눈과 지갑을 같이 보호해 준다면, 나는 이 물건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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