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는 여전히 땀이 날 정도로 더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일주일 만에 최저기온이 영하를 찍을 정도로 순식간에 추운 계절이 됐다. 아직 10월 중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쌀쌀한 날씨를 원망하며 벌써부터 시즌오프를 준비하는 라이더들도 보인다. 하지만 이륜차 제조사들은 이런 시기일수록 기지개를 편다. 브랜드들은 저마다 각종 신차들과 개선된 연식변경 차량들을 예고하며 벌써부터 소리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비록 서두에서 시즌오프를 준비한다고 했지만, 사실 라이더들도 이 시즌이 싫지만은 않다. 바이크를 잠시 봉인하고 조금씩 경제력을 비축하며 내년에 있을 기변, 혹은 기추를 계획할 타이밍이기 때문. 개구리는 도약하기 직전에 몸을 웅크린다고 하지 않던가. 다가오는 연말부터 하나 둘 출격을 예고하고 있는 2022년의 모터사이클 기대작 5종을 추려 소개해본다.

허스크바나 노든 901

현재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가장 핫한 어드벤처 카테고리에 허스크바나(Husqvarna)도 드디어 출사표를 냈다. 쟁쟁한 빅듀얼 어드벤처 사이로 이들이 당당하게 내세운 경쟁의 주역은 노든 901. 이미 지난 2019년 EICMA에서 콘셉트를 공개한 바 있는 모델로, 오는 2022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들급 2기통 듀얼퍼포즈 모터사이클이다.

노든 901은 앞서 필렌 시리즈에서 선보인 강렬한 LED 원형 헤드라이트, 그리고 직선을 적극 활용한 미래지향적인 실루엣의 디자인을 상당수 이어받았다. 이 디자인은 과거 BMW 산하 시절 출시했던 누다 900과도 상당히 흡사한 편. 그리고 오늘날 어드벤처 바이크들의 기본 요소처럼 굳어진 비크 같은 파츠는 과감히 삭제했는데, 이 부분이 되레 혼다 아프리카 트윈이나 야마하 테레네 시리즈처럼 투박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준다. 기본 장착으로 예상되는 거대한 스키드플레이트와 각종 가드류의 파츠에서도 묵직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KTM의 자회사로 많은 엔진과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901이라는 숫자에서 벌써 노든의 견적은 다 나온 상태다. 엔진은 새롭게 배기량을 키운 KTM 890 듀크와 동일한 890cc 수랭식 2기통을 채택하고 있는데, 특유의 강력한 파워와 토크가 허스크바나의 첫 미들급 어드벤처 모델에서는 어떻게 세팅될 것인지도 기대되는 부분. 굵직한 도립식 서스펜션, 21/18인치 사이즈의 전·후륜을 갖춰 다양한 지형 환경에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와사키 Z650RS

지난 2018년 등장한 Z900RS가 폭발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한층 끌어올려 준 덕분일까. 가와사키(Kawasaki)가 ‘Retrovolution’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이 분위기를 Z650RS로 그대로 이어간다. 650이라는 숫자에서 예상했겠지만, Z650RS는 가와사키가 자랑하는 사골 플랫폼인 650cc 병렬 2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그 뛰어난 범용성을 이제는 레트로/클래식 장르까지 끌어들였다.

68마력의 최고출력은 같은 엔진을 공유하는 닌자650과 동일한 스펙을 자랑한다. 하지만 83.0 x 60.0mm의 보어x스트로크 구성으로 닌자보다는 훨씬 여유 있는 세팅임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디자인은 이미 극찬을 받았던 Z900RS의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티어드롭 연료탱크 같은 부분을 충실히 계승한 점이 반갑다. 원형 헤드라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자세히 뜯어 보면 아쉬운 부분도 크다. 대표적으로 Z650, 닌자650의 것을 그대로 이식한 스윙암과 머플런데, 이는 ‘레트로’를 테마로 앞세운 Z650RS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소다. 게다가 Z900RS처럼 마치 공랭 엔진의 냉각핀을 연상시키는 멋들어진 디자인도 일절 없으며, 시그니처 그린 컬러 역시 Z900RS와 비교하면 고급스러운 느낌은 상당히 줄었다. 노골적인 원가 절감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 다만 국내에는 해외시장과 마찬가지로 발 빠르게 출시될 예정이기에, 벌써 Z650RS 예약 구매를 기다리는 라이더로 관심이 뜨거운 상태다.


혼다 CB500X

혼다(Honda)의 대표적인 사골 플랫폼인 471cc 병렬 2기통 엔진 바이크 중 듀얼퍼포즈로 큰 사랑을 받은 CB500X가 2022년형으로 업데이트됐다. 물론 디자인 자체는 기존의 노선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내용이 굉장히 알차다. 드디어 무늬만 듀얼퍼포즈가 아닌, 제대로 본연의 속성에 충실한 스펙을 탑재하고 나온 것. 덕분에 어드벤처 라이더들에게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선택지가 생겼다.

먼저 서스펜션의 변화다. 텔레스코픽 포크의 경우 기존의 정립식에서 드디어 도립식 서스펜션으로 바뀌었다. 현가하질량의 감소는 물론이고, 서스펜션의 작동 범위도 더 길어진 덕분에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 상황을 상정하고 달릴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전륜 브레이크도 더블 디스크 방식을 채택해 더욱 뛰어난 제동력을 확보한 점도 대단히 반갑다. 

출력은 기존 모델과 동일한 47마력을 유지한다. 엔진의 배기량도 471cc로 동일하다. 다만 쿼터-미들 클래스에 걸쳐있는 만큼, 배기량을 고려하면 결코 부족한 스펙은 아니다. 출퇴근과 적당한 중속의 장거리 항속 능력, 시내 운전까지 충분히 팔방미인으로 쓰일 수 있는 모델이다.


스즈키 GSX-S1000GT

스즈키(Suzuki)가 드디어 일을 냈다. 사단의 진원지는 GSX-S1000F의 후속으로 출시되는 스포츠 투어러 GSX-S1000GT. 그동안 안정적인 내구성과 뛰어난 가성비의 스포츠성을 자랑했지만, 상당수의 모델에서 진전 없는 투박한 사골 디자인으로 호불호를 타던 스즈키의 이미지가 이번 GSX-S1000GT에서 파격적으로 깨졌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파격적인 변화의 비중에는 역시 디자인의 힘이 컸다. 부엉이 같은 디자인으로 질타를 받았던 둔한 헤드라이트를 마침내 버린 것. 또한 거추장스럽던 볼륨감의 연료 탱크를 비롯해 산만한 캐릭터 라인도 모두 샤프하고 날카로운 스타일링으로 과감한 체질개선에 나섰다. 군살이 완벽하게 빠지면서 말 그대로 전면 쇄신한 디자인은 감히 스즈키가 그동안 보여준 결과물 중에서도 최고라 할 만하다.

4기통 999cc 엔진의 출력 또한 152마력으로 기존 모델보다 한층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넉넉한 파워와 함께 새롭게 적용된 풀컬러 TFT 계기판 같은 요소도 대단히 만족스럽다. 디자인과 동력성능, 편의장비까지 모두 개선되어 그야말로 겉과 속이 모두 바뀐, 선녀 같은 바이크가 됐다. 오는 11월 출시 예정.


트라이엄프 타이거 스포트 660

트라이엄프(Triumph)가 지난해 처음 공개한 트라이던트 660은 새롭게 설계된 660cc 3기통 엔진의 부족함 없는 출력, 군더더기 없는 콤팩트한 사이즈로 단번에 업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동시에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국내에서도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 핫한 플랫폼을 단지 트라이던트 하나로 끝내면 당연히 섭섭할 터. 트라이엄프는 그 660cc 3기통 엔진을 그대로 활용, 타이거 스포트 660이라는 온로드 스포츠 투어러 모델로 다시 한번 미들급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사실 최근의 미들급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의 추세는 주로 대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배기량도 900cc에 육박해 오히려 리터급에 더 가까워졌고, 덩치 역시 거대해졌다. 이 가운데 등장한 타이거 스포트 660은 트라이던트의 콤팩트한 플랫폼을 그대로 이어받아 ‘미들급다운 미들급’ 바이크로 포지셔닝 됐다.

동력성능은 형제 모델인 트라이던트와 완벽하게 동일하다. 10,250rpm에서 80마력의 최고출력과 6,250rpm에서 64Nm의 최대토크가 터지는 지점까지 같다. 온로드 투어러답게 크지 않은 17인치 사이즈의 휠을 채택했으며, 연료탱크 용량도 17리터로 넉넉한 편이다. 슬리퍼 클러치, ABS, TCS 등 기본적인 전자장비 또한 모두 탑재되어 있다. 다만 조절 가능한 윈드스크린이나 패니어 케이스 마운트 같은 추가 요소들이 기본 사양이며 조금 더 고급화된 점이 눈에 띄는데, 아무래도 트라이던트에 비해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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