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를 부리지 않는 합리적인 전기 자전거, 히미웨이 크루저 리뷰 - 임볼든(IMBOLDN)

2020년은 여러가지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코로나19의 여파가 가장 컸다. 참으로 어이없는 역병 때문에 모두가 집안에서 혼자 지내며 답답한 시간을 보냈다. 실내에 갇혀 있는 듯한 이 느낌 때문에 아무 곳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가 더욱 커졌고, 비록 갈 곳이 딱히 없더라도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많아졌다.

그래서 자전거, 특히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바깥 공기를 마시며 자기만족까지 누릴 수 있는 전기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며 바깥 공기도 쐬고, 이곳저곳 누비면서도 안전한 거리두기까지 실천할 수 있는 완벽한 솔루션이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전기 자전거 모델은 무궁무진하다. 임볼든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결과만 해도 수없이 많을뿐더러, 모든 제품은 각자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뽐내며 저마다 고객의 지갑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단번에 맞는 옷을 찾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현실적인 부분에서 고려할 점들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물론 여기서 ‘가격’이란 요소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지만.

히미웨이 크루저는 너무 정직하다고 느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전기 자전거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대는 이 제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그러면서 다른 전기 자전거들, 특히 특이한 디자인과 불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기능을 선보이는 다른 제품들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두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타사의 전기 자전거들은 벌써 2,000달러가 훌쩍 넘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히미웨이 크루저는 1,500달러 이하의 상당히 현실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디자인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자전거의 원형을 담고 있다.

대신 휠셋에는 팻바이크용 타이어를 장착, 어지간한 노면은 신경도 안 쓰고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뿜어내고 있다. 이 튼튼한 이미지와, 실제로도 튼튼한 내구성 덕분에 입문용 전기 자전거로 어렵지 않게 낙점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이 자전거를 한번 타보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히미웨이 크루저의 첫인상은 그다지 좋진 않았다. 물론 얼마 전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다친 것 때문에 더 예민해진 탓도 있을 텐데, 무슨 고집으로 자전거를 직접 조립하겠다고 나선 내 판단 또한 부정적인 첫인상의 지분을 담당하긴 했다. 불편한 엄지 덕분에 조립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그렇지만 온전히 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첨부된 매뉴얼이 너무나 형편없었다. 헤드라이트 조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디테일 없이 그냥 헤드라이트를 부착하라는 설명만 덩그라니 있었다. 레고나 이케아 제품을 조립하는데 익숙했던 나는 무슨 부품을 써서 장착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를 참조하라’는 설명서의 책임전가는 더욱 황당했다. 웹사이트에는 더 참조할 내용조차 없었기 때문.

물론 구글 검색으로 조립 방법을 알려주는 48초짜리 영상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 터무니없이 짧은 영상은 설명서의 디테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앞에 놓여있는 덜렁거리는 헤드라이트는 영상에서 마법처럼 척하고 자전거에 부착되는 장면만 있었을 뿐, 6개의 나사는 어느 구멍에 들어가는지,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워셔는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영상의 황당함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라. 

물론 히미웨이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를 조립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뒤돌아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결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어찌어찌 자전거를 조립하고 나니 약간 지치기도 했지만, 한시라도 빨리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자전거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몇 미터 달리지도 않았지만, 히미웨이 크루저는 단번에 흥미로움을 느끼게 했다. 손쉬운 핸들링과 함께 앞으로 시원하게 박차고 달려나가는 순간, 이전까지 좋지 않았던 첫인상을 싹 씻어 주었다. 일단 하드웨어는 상당히 흥미롭다. 삼성에서 공급받은 48V 17.5Ah 리튬 배터리는 약 56~97km까지 주행 가능 거리를 보장한다.

물론 페달 어시스트와 액셀을 얼마나 사용하느냐 같은 개인 주행 스타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 정도 거리는 가까운 공원과 마트, 출퇴근까지 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31.7km의 내 평균 출퇴근 거리를 감안하면 회사에서 가끔 충전을 한다던가, 조금 더 선비운전을 해야 무사히 퇴근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히미웨이 크루저는 5단계의 페달 어시스트를 제공한다. 10m 정도만 달리고 ‘오늘 운동 끝냈다’는 성취감을 만끽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0단계는 보통의 자전거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1에서부터 5까지는 서서히 전력이 공급된다. 페달링을 조금 덜 하고 싶거나 혹은 갑자기 등장한 업힐을 오를 때, 더 많은 어시스트를 받기 위한 세팅으로 바꾸면 된다.

하지만 100% 다리로 움직이는 페달링에서 전기로 변환되는 그 시점은 다소 부드럽지 못한 듯했다. 자전거가 불안하게 느껴지거나 컨트롤이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는 당연히 아니었지만, 보다 더 부드럽게 전기모드로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 마치 수동 차량을 처음 운전하는 사람의 시프트 업-다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통통한 팻바이크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노면의 상태를 무시한 채 대단히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사한다. 아스팔트 도로는 당연히 말할 필요가 없으며, 노면의 크랙이나 기찻길을 건널 때, 그리고 가벼운 임도 수준의 오프로드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핸들바에 장착된 조작버튼의 편의성도 좋았다. 왼쪽 엄지손가락으로 전원과 헤드라이트, 그리고 중앙에 달린 스크린의 기능을 조정할 수 있고, 또한 페달 어시스트를 조절해 주는 +/- 버튼도 여기서 이뤄진다.

오른손으로는 변속기와 액셀을 조작한다. 중앙에 달려 있는 LCD 스크린에는 배터리 충전 상태, 속도, 페달 어시스트 레벨, 그리고 오도미터와 와트미터 정보까지 보여준다. 게다가 여기에 보너스처럼 마련되어 있는 USB 단자는 얼마 전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길을 잃었을 때 죽어가는 아이폰을 살려준 너무나도 고마운 은인이 되었다. 

히미웨이 크루저는 길거리에 있는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모두 사회적 거리두리에 열심이었기에 다가와서 직접 질문을 하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멀리서나마 지나가는 자전거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팻바이크 타이어 특유의 존재감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정직하면서도 튼실하게 잘생긴 자전거의 모습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회사 동료 중 한 명은 전통적인 자전거 모습을 한 히미웨이 크루저가 다른 전기 자전거보다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의견이기는 하지만, 튀고 싶어서 안달 난 다른 전기 자전거의 디자인보다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연히 이미 자전거에 익숙한 이들은 이 자전거에도 금세 적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자전거를 타면서 나는 즐거운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첫인상은 다소 훌륭하지 않았지만, 가성비 면에서는 물론이고 내 개인적인 기대치를 능가했다는 부분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이 가격대이기 때문에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보다, 이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능과 만족감을 준다’는 점이 기대 이상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만 보더라도 상당수가 만족하고 잘 타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좋지 않았던 첫인상은 내 망가진 손가락 탓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정확한 설명서처럼 미리 정해진 방식을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어쩌면 지금 우리의 현실을 대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스크와 모험정신으로 무장만 한다면 지금 팬데믹 상황,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런 즐거움은 흔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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