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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미래로 잇는 현재의 길목에서, ‘한강주조’ 고성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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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흐르듯, 시간도 흐른다. 과거의 시간이 미래로 흐르는 길목, 현재라는 그 중간지점에 한강주조가 있다. ‘과거의 화려한 문화를 현재로 가져와 이를 미래로 보내 지속 가능한 문화로 만든다’는 비전의 전통주 브랜드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막걸리 양조장의 캐치프레이즈로는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임볼든이 직접 만난 한강주조의 오너 고성용 대표는 달랐다. 그에겐 오래된 유산을 소중히 지키고 이어나가는 것이 인생의 철학이자 신념이었고, 급기야 일상의 사소한 부분까지 습관으로 몸에 베어버린 사람이었으니까. 단지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닌, 그의 이야기에 힘이 실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성수동에서 서울쌀을 이용해서 4년째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는 한강주조 대표 고성용이다.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막걸리 양조장과는 이미지가 굉장히 다르다. 양조장 위치부터 가장 트렌디한 성수동이라는 공간에 있고, 지금 대표님 비주얼 자체도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가 않은데.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옷이랑 주얼리 등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에 대한 관심이 자연히 묻어나온 게 아닌가 싶다.

역시. 처음 인사 나눴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패션쟁이(?)의 냄새가 났다.

다들 그렇게 시작하지 않나. 학창시절이라고 한다면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데, 그 시절에 브랜드라고 하면 대부분이 옷이고, 조금 더 해봐야 액세서리 같은 주얼리 정도다. 나도 그렇게 시작했는데, 점점 제품에 대한 관심이 브랜드라는 상위 개념으로 확장된 케이스다. 가령 각 브랜드의 출발은 어땠는지, 어떤 철학이 있는지. 이런 식으로 자연스레 흘러갔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지금의 ‘한강주조’라는 브랜드를 생각하고 창업을 한 건가.

그런 건 아니다. 처음에는 ‘딱 5년 정도만 채우고 기반을 만든 후, 뭐가 됐건 간에 나만의 브랜드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회사에 취직해 일했다. 주얼리 쪽 브랜드 마케터였는데, 그때는 회사 사무실이 가산동이라 그쪽에서 살았다.

힘들진 않았나. 가산동 특유의 분위기가 있지 않나. 나 역시 그 동네에서 홍보대행사를 한 2년 정도 다녀봐서 살짝 예상이 되는데(웃음).

예상한 대로다. 다들 밤늦게까지 야근하고,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직장인들 표정 다들 어둡고. 솔직히 지옥 같은 5년이었는데, 그래도 지금 돌아보면 분명 도움이 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바로 기반을 마련한 건가.

그렇진 않다. 사실 5년이라는 시간이 그렇지 않나. 자본도 그렇고, 뭔가 본격적인 내 브랜드를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2013년쯤에 성수동에 카페를 하나 오픈해서 그곳을 또 5년 동안 운영했다.

10년 전의 성수동은 지금처럼 핫한 공간이 전혀 아니었을 텐데.

맞다. 뚝섬역 근방이었는데, 그때의 성수동은 완전 불모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자체는 굉장히 잘 됐고 운영도 순조로웠다. 그런데 카페라는 공간이 그렇지 않나. 사람들이 이곳을 일부러 찾아와야 하고, 그 제한된 공간 안에서 우리가 행위를 해야 하는 거고. 이런 공간적이 제약도 있을뿐더러 그보다 더 유의미한 일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어쨌든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건 브랜드였으니까. 그래서 그냥 하루아침에 과감하게 카페를 접었다.

도대체 무슨 배짱이었나. 사람들이 만류하진 않던가.

멀쩡히 잘 운영하던 카페를 갑자기 정리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말리더라. 그래도 결국 내 의지로 문을 닫고, 이제 앞으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시기에 현재 한강주조의 이상욱 이사와 자주 술을 마시러 다녔다. 그때 위스키, 와인 등 마시다가 결국 전통주까지 손이 닿은 거다.

그때부터 한강주조가 시작된 셈이군.

그때 마신 전통주들의 맛이 너무 좋았다. 그전까지 전통주 하면 보통 올드하고, 차례 지내거나 어르신께 선물할 때나 쓰는 술 같은 이미지로 소비가 됐는데, 알면 알수록 굉장히 좋은 술이 많더라. 그러면 ‘우리가 전통주를 해볼까?’ 이 생각으로 시작된 거지. 이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다음 날 ‘가양주연구소’라는 교육기관 등록하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가 술에 관심이 있고 좋아한다고는 해도, 어쨌든 이걸 사업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술빚고 만드는 일이 진짜 나랑 맞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고, 그리고 이걸 비즈니스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 사업성이 있느냐 없느냐도 판단했어야 했다.

적성에는 잘 맞았는지.

이게 하면 할수록 정말 재미있더라. 또 술을 제조해보니 잘 만든다는 것도 느껴지고. 교육을 들으면서 이 산업군에 대한 시장분석도 디테일하게 했는데, 우리가 사업적으로 접근해도 오랫동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더 나아가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브랜드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렇게 6개월 정도 시간을 보낸 끝에 ‘이걸 내 마지막 업으로 삼아야겠다’라고 작정했다. 비록 천천히 가더라도 끝까지 가겠다는 각오로.

한강주조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건가.

브랜드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있다. 잊혀 가는 우리 전통의 것을 가지고 와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이걸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문화로 만들고 싶다는 가치다. 그걸 상징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지 생각을 해보니 한강이라는 공간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 물론 과거에도 굉장히 중요한 물리적 공간이었지만, 동시에 지금을 살아가는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 흐르는 공간이다. 한강이야말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성수동에 양조장을 만들 생각을 했나.

10년 전부터 항상 성수동이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다. 공업지대와 목공소들이 있고, 오래된 도심 안에 가게나 노포 같은 식당이 있으면서 동시에 최근에는 재미있는 시도를 하러 들어오는 브랜드들도 있고. 성수동은 이런 다양한 과거의 유산과 미래의 가능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공간이다. 이건 앞서 말한 한강주조의 목표, 그러니깐 ‘과거의 것을 현재로 가져와서 미래로 연결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든다’라는 비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 자리 잡은 이유 중 또 하나가 바로 앞에 한강이 있다는 거다. 자연히 우리의 이름인 ‘한강주조’에 대한 당위성도 생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양조장이 위치한 이곳은 지금의 핫한 성수동과는 거리가 조금 있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솔직히 말하면 특별한 에피소드는 딱히 없다. 자리를 알아보고, 계약을 하고, 공간을 만들고, 설비를 들이고 이런 건 사실 나에겐 굉장히 재미있는 과정이다.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1층이 아닌 2층과 3층에 자리를 잡고 있다 보니 설비를 들이거나, 원재료나 부자재를 입고하고 다시 상품을 출고할 때 일일이 다 몸을 써야 한다. 아무래도 직원들이 힘들겠지. 그 정도만 제외하면 딱히 난항을 겪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막걸리를 생각하고 한강주조를 만든 건가.

전통주를 배우면서 누룩에 푹 빠졌는데, 우리만의 누룩이 있어야만 우리만의 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증류주와 맑은술, 그러니깐 약주를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맑은술은 전통주 시장에서도 가장 규모가 작은 카테고리다. 그리고 지금은 원소주 때문에 살짝 커지긴 했지만, 증류식 소주도 작은 건 마찬가지다. 반대로 가장 큰 시장이 바로 탁주다. 회전율이 빠르고 소비자에게도 가장 익숙하다. 결국,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이 사업이 계속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생각한 계획들은 조금 뒤로 미루더라도 대중이 먼저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생각해야 했다. 막걸리를 시작점으로 삼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한강주조의 첫 출시작이 바로 나루생막걸리다. 만들면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

서울이 어쨌든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 아닌가. 그런데 ‘수도 서울시를 대표하는 지역특산주나 전통주가 있을까?’를 생각해보니 딱히 떠오르는 제품이 없었다. 단지 양조장 소재지가 서울에 있다고만 해서 그게 서울을 대표하는 정체성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그 정체성을 가장 잘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결국 ‘원재료’라는 답을 내렸다. 서울에서 나는 쌀을 써서 막걸리를 만들면 너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서울에서도 쌀이 난다고? 그건 처음 알았다.

이거 아마 모르시는 분도 많을 거다. 강서구 쪽에 논이 있다. 김포공항 근처, 그러니깐 김포평야긴 한데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시다. 그곳에서 품질 좋은 쌀이 재배되고 있다. 강서농협과 서울시가 만드는 ‘경복궁쌀’이라는 브랜드다. 현재 나루생막걸리는 바로 이 경복궁쌀을 사용해서 만들고 있다.

마셔보니 차이가 명확하더라. 우리가 흔히 알던 강한 탄산이나 걸쭉한 질감의 그런 막걸리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과거 고문서들에 나오는 술을 보면, 주로 단맛이 지배적이고 텍스처가 끈적이는 그런 술을 명주라고 표현한다. 물론 그런 술도 굉장히 맛있는데, 현재 기준에서 보면 단맛이 너무 세고 밀도가 높아서 오래 즐기기엔 조금 힘들다. 그런 부분을 현대에 맞게 개량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감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쌀도 단일 품종에 햅쌀을 쓰다 보니 자연히 생산단가도 올라갔지만, 최대한 쌀에서 올라오는 본연의 단맛에 집중하면서 탄산이 없고, 목 넘김이 좋고 부드러운 술맛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 외에 집중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존 막걸리 브랜드와는 제조법부터 맛까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건 직접 사서 마셔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지 않나. 이걸 또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비주얼이었다. 가장 직관적인 해결책이니까. 그래서 일단 이걸 위해 전국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페트병을 다 수소문한 다음에, 우리가 생각하는 콘셉트와 가장 잘 맞는 모양의 병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나온 아이디어가 1자로 길게 뻗은 페트병이었다.

확실히 나도 처음 술을 마셨을 때 놀랐다. 너무 막걸리같지 않은 디자인과 그립감(?)이 있어서.

아, 현재의 페트병은 이제 자체 제작해서 우리만 사용하는 병이긴 하다. 그리고 라벨 디자인도 모두 직접 했다. 되도록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예쁘고 심플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도 내부적으로는 우리가 상징하는 의미들을 넣긴 했다.

그렇다면 디자인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

총 세 가지 도형이 있다. 먼저 동그라미는 해와 달, 그리고 삼각형은 산과 대지를 표현한 것이다. 가장 아래 있는 긴 직사각형의 규브는 나룻배를 의미한다. 그래서 뒤에서 봤을 때, 제일 위에 해가 떠 있고 그 아래 산과 대지, 그리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나룻배를 형상화한 이미지다.

나루생막걸리가 첫 제품이긴 하지만, 곰표와의 컬래버로 탄생한 표문막걸리도 굉장히 유명하다. 시중에서도 많이 볼 수 있고.

사실 곰표에서 이곳저곳 컬래버를 많이 했다. 그중에서도 맥주가 유명하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곰표랑 컬래버를 기획했던 건 훨씬 이전부터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었다. 이미 맥주가 한발 빠르게 나와버렸고, 회사인력도 충분하지 않았고, 우리 제품에만 집중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브랜드의 역량을 최대한 쏟아부어야 하는 컬래버 작업까지 병행해서 과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도 곰표가 MZ 세대에게 재미있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대한제분 자체도 밀 회사다 보니 밀과 누룩을 이용한 막걸리를 만들고 싶은 니즈도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막걸리를 더 어필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그대로 강행했다. 사실 컬래버의 핵심은 재미보다 의미 아니겠나.

인터뷰 시작부터 내내 느낀 점이지만 확실히 제품 자체도 그렇지만 한강주조라는 브랜드, 그리고 브랜딩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 같다.

물론 한강주조는 이제 걸음마를 뗐지만, 회사를 잘 가꿔서 앞으로도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우리만의 특색 있는 기술과 제품, 그리고 전통에서 영감을 얻어 한국의 멋진 문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한강주조라는 브랜드의 가치다.

그런 관점에서 애정하는 브랜드가 있나. 꼭 동종업계가 아니더라도 예컨대 평소에 좋아하는 주얼리나 패션 쪽에서.

개인적으로 반클리프 앤 아펠이라는 주얼리 브랜드를 굉장히 좋아한다. 물론 최근 하이엔드 스트릿 브랜드들도 멋지지만, 그래도 반클리프 앤 아펠을 언급한 이유가 있다. 오래된 역사와 브랜드만의 특별한 기술을 기반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섬세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굉장히 멋진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다.

경쟁사 아이템을 꼽아달라고 말하는 것 같아 민망하긴 한데(웃음), 그렇다면 이번에는 같은 주류나 막걸리 쪽에서 혹시 좋아하는 술이나 제품을 말해줄 수 있나.

막걸리 중에서는 송명섭 막걸리를 좋아한다. 사실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매년 누룩도, 쌀도 다른 것을 사용하다 보니 맛이 매번 다르다. 그런데 먹다 보니 이상하게도 여기에 한 번 꽂히면 푹 빠지게 된다. 그 외에는 앞으로 증류식 소주 제품도 생각하고 있다 보니 직원 중 위스키 전문가가 한 명 있어서 그분 추천으로 위스키도 자주 먹고 있다. 화이트와인은 작년 초까지 꽂혀서 한창 마셨었는데, 요새는 위스키 때문에 빈도수가 많이 줄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막걸리와 페어링하기 좋은 안주를 추천 부탁한다.

막걸리라는 주종 자체가 쌀이 원료다. 그러다 보니 쌀밥과 어울리는 음식은 종류를 불문하고 다 잘 어울린다. 나루생막걸리의 경우 매콤한 음식과 궁합이 좋다. 막걸리가 그 매운맛을 씻겨내는 느낌이 있다. 표문막걸리의 경우 나루보다 향이 다양하고 산미도 있어서 피자 같은 조금 짠 음식이 어울린다. 그중에서도 페퍼로니처럼 고기류가 올라간 피자가 좋다.

추천 고맙다. 이제 이야기를 잠시 돌려볼까. 이렇게 시작은 막걸리지만,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혹시 약주와 증류식 소주 제품도 계획하고 있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엔 시기상조지만, 약주는 오랜 시간 준비해오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약주들은 보통 단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단술이 한국 술의 특징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그걸 먹는다면 한모금만 먹어도 너무 달아서 금방 질릴 거다. 대신 그보다 단맛은 적되, 산미가 적당히 있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다. 그래야 음식과 페어링을 해도 단술이 경우 음식 맛을 잡아먹지만, 산미에 단맛을 적당히 더한 술은 음식을 오히려 뒷받침하면서 그 맛을 더욱 극대화하는 힘이 있다. 설령 새로운 약주를 출시했다가 이게 망하더라도 ‘그냥 내가 먹지 뭐’ 하는 심정으로(웃음).

이미 계획대로 착착 진행 중이었군. 그렇다면 현재까지 고성용 대표가 생각했을 때, 처음 세웠던 계획과 현재 한강주조의 모습엔 어떤 차이가 있나.

처음 우리가 성수동에 자리 잡을 때, 발효 탱크 3개로 공장을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첫 번째 목표로 ‘여기서 이 탱크 5개까지만 늘려도 우린 성공한 거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씩 물량이 늘어나고 탱크 수량을 늘려나가다 보니, 지금은 총 10개의 탱크가 풀로 돌아가고 있다.

너무 빠르게 초과달성 한 것 아닌가.

처음에는 계획을 길게 잡았다. 성수동에서 딱 5년만 고생한 다음에 확장하자는 게 우리의 타임테이블이었지. 회사 자체도 길게 바라보고 천천히, 하나씩 경험을 밟아가면서 탄탄하게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운 좋게 1년 반 만에 내가 생각한 5년 계획을 다 채웠다. 다만 그렇게 되니 브랜드를 조금씩 가꿔나가는 그런 재미는 줄어들고, 대신 직원이 많아지면서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사실 나는 재미 본위로 움직이는 성향도 크긴 한데, 이미 마지막 사업이라고 생각한 이상 여기서부터는 ‘노빠꾸’다(웃음).

5년 계획이 대폭 당겨진 셈인데, 확장 계획은 없나.

그렇지 않아도 지금 10개의 탱크가 거의 맥스 케파로, 현재는 나루생막걸리와 표문막걸리만 생산하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가 원했던 증류식 소주라던가 새로운 막걸리, 약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하기엔 공간적인 제약이 크다. 그래서 일단은 공장을 확장하는 것이 시급한 첫 번째 목표다. 그리고 우리 술을 찾아주시는 많은 소비자분과도 소통하고 싶다. 단지 술만 만들어서 파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 시장에서 문화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두 번째 목표다.

다행히 요즘 전통주 시장을 보면 1인 양조장이나 청년 양조장 등 젊은 층에서 다양한 시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단히 좋은 변화다. 1인 양조장이건 소규모 양조장이건, 결국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술들을 표현하고 이게 판매될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것 아닌가. 다만 최근 유행하는 술이나 트렌드에만 편중돼서 따라가는 경향도 있다 보니 특색이 없어지고 술들의 결이 엇비슷해지는 부분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전통주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이고 긍정적인 신호다.

그렇다면 이 가운데 한강주조의 역할은 무엇이 될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화려한 과거의 우리 문화를 현재로 가져와서, 이걸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문화로 만들자’라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비록 우리가 오래된 회사는 아니지만, 우리가 만드는 술이 전통주와 우리 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그런 브랜드가 되도록 만들고 싶다. 그리고 보통 제조업이 그렇지 않나. 힘들고, 3D 업종이라는 이미지도 있고. 적어도 우리 직원들은 그런 일 겪지 않도록 한강주조라는 브랜드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긴 시간 인터뷰 고맙다. 마지막으로 임볼든의 공식 마지막 질문. 지금 소지하고 있는 EDC들 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새 제품보다도 오래된 것들을 쉽게 버리지 않고 꾸준히 가지고 다닌다. 일단 시계는 론진인데, 고등학생 때부터 차고 다니던 시계로 20년이 넘었다. 반지는 Versani 제품으로 15년째 데일리로 착용하는 나의 시그니처 같은 아이템이다. 얇은 반지는 티파니 결혼반지고, 지갑은 내가 필요한 기능만 넣어서 직접 제작한 제품을 8년째 쓰고 있다. 이렇게 대부분 EDC는 주로 내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들을 간직한 아이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