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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를 풍미했던 스웨덴 출신의 전설적 팝 그룹 아바(ABBA)의 새 앨범 출시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9월 2일 약 40년 만의 새 앨범 및 콘서트 소식을 알리며 전 세계 팬들을 놀라게 했던 아바는 다가오는 11월 5일 앞서 공개한 ‘아이 스틸 해브 페이스 인 유(I Still Have Faith in You)’와 ‘돈 셧 미 다운(Don’t Shut ME Down)’ 등 총 10곡이 수록된 새 앨범 <보야지(Voyage)>를 세상에 선보일 예정이다. 새 앨범 소식과 함께 콘서트 일정도 전해졌다. 아바의 전성기 시절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아바타(ABBA-tars)’로 이루어질 가상 콘서트가 2022년 5월 27일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전해졌다.
이미 영국에서만 8만 장의 앨범이 선주문되고 아바의 신곡 홍보를 위해 호주 시드니 하버브릿지에 아바의 재결합을 알리는 특수 조명 및 옥외 광고가 설치되는 등 다시 한번 전 세계적 열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아바.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은 지난 10월 27일 아바와의 독점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들을 수 없던 1982년 은퇴 후 아바의 행보 및 이번 재결합과 관련된 이야기를 속속들이 전했다. 가디언 인터뷰를 기반으로 40년간 듣지 못했던 아바의 이야기를 함께 해보자.
해체부터 재결합에 이르기까지
약 40년 만의 재결합이라고는 하지만, 아바는 공식적으로 해체를 발표한 적이 없다. 1982년 그룹의 인기가 줄어들고 멤버 개인 활동이 많아지면서 아바의 해체를 점치는 목소리가 늘어났고, 1979년 멤버 앙네타 펠트스코그와 비에른 울바에우스의 이혼, 연이은 1981년 벤뉘 안데르손과 애니 프리드 린스태드의 이혼 소식도 이러한 소문에 힘을 보탰다. 아바는 매번 해체설을 부인했으나, 1982년 12월 11일 출연하였던 TV쇼 <레이트 레이트 브랙퍼스트 쇼(Late Late Breakfast Show)>를 마지막으로 ‘잠정 휴식’을 발표한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2010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당시에도 펠트스코그와 울바에우스가 불참하고, 2013년까지도 인터뷰를 통해 재결합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하였지만, 2016년 스톡홀롬에서 열린 공연에 멤버 네 명이 모두 모여 라이브 공연을 한 것을 기점으로 재결합의 가능성이 점쳐지기 시작했다. 결국 2018년 아바는 공식적으로 재결합 및 신곡 발매 그리고 아바타를 이용한 투어 계획까지 발표하게 되었다. 아바의 명곡이 무려 24곡이나 사용된 인기 영화 <맘마미아>가 개봉했던 해이기도 하다>
여러 사정 끝에 2021년 하반기 새로운 앨범과 콘서트의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 아바는 가디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과거 해체 당시를 회상했다. 최근까지도 해체를 설명하는 정설처럼 떠돌았던 멤버들 간 불화설과 달리―물론 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지만―아바가 얘기하는 해체의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안데르손은 ‘녹음을 중단했던 1980년대 초에 아바는 완전히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그냥 그것으로 분명했다. 실제로도 당시 아바는 끝났다. 인기가 사라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쉽게 유행하고 쉽게 잊혔던 70년대 음악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 넷은 함께 작은 회사를 운영 중이었다. 아바가 벌어들인 모든 돈은 회사 수익으로 잡혔고, 이를 역할과 상관없이 넷이 모두 균등하게 배분했다. 그리고 (인기가 떨어질) 그 무렵에 우리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다른 것들 조금 해보다가 몇 년 후 다시 뭉쳐서 여전히 건재한지 지켜보자.’고 했고, 그게 끝이었다. 회사도 매각했다. 아바가 다시 뭉치리라고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아쉽게도 새 앨범 관련 공식 석상에 린스테드와 펠트스코그는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예정이다. 둘은 재결합 프로젝트 및 콘서트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지만, 애초에 멤버들과 프로모션과 관련된 활동에 참여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고 한다. 다만 안데르손과 울바에우스를 통해 ‘다시 모두가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다.’는 말을 전했다.
새 앨범에 그대로 녹여낸 아바 본연의 색깔
새 앨범과 어설프게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보다, 아바 본연의 색을 그대로 살리는 데 집중했다. 안데르손은 이번 앨범이 “전적으로 트렌드에 무감한” 것이라며, “요즘 음악 트렌드는 내 취향과 다르기도 하고, (그래서) 따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울바에우스 또한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노래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다른 것에는 눈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그저 우리가 지금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려고 했다. 지난 40년을 지나오며 가지게 된 생각들을 가사에 담으려고 하였는데, 나이가 들며 조금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더할 수 있지 않았겠나. 그것이 예전 노래 가사들과의 차이일 것이다.”
전성기 시절 모습 그대로, 새로움에 적응하는 아바의 자세
음악은 40년 전 그대로이지만, 음악 말고는 모든 것이 새롭다. 멤버들 전원이 70을 훌쩍 넘긴 나이이기에 새로운 시도들이 낯설고 어색할 수도 있는데도, 전혀 그런 분위기는 없었다고 한다. 작년 런던에서 5주에 걸쳐 그들의 전성기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아바타를 제작하면서도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울바에우스는 “무대 위에 함께 서는 것이든, 녹음을 하는 것이든, 24개 곡을 부르는 것이든, 우리는 실제로 무대에서 하는 것처럼 이 일에 임하였다. 달라진 것이라면 컴퓨터와 수백 대의 카메라를 대동한 75명의 스태프 앞에서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라며, “아마 정오에서 오후 5시 정도까지 일했을 것이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다시 나와서 일하는 것 같았다.”라고 작업 과정을 회상했다.
‘디에이징(de-aging)’ 기술이 적용된 아바타에 대한 견해도 들을 수 있었다. 울바에우스는 “우리는 매번 사진이나 텔레비전 속 젊었던 우리 자신을 직면하게 된다. 모두가 (아바타 작업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냐고 묻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안데르손은 앨범 완료 시기 2주를 남기고 수록할 곡이 모자랐던 것을 제외한다면 별다른 압박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스웨덴에서 산다는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스웨덴 사람으로 산다는 것 말이다. 여기서는 호들갑 떠는 법이 없다. 이곳 사람들은 우리를 여전히 알아보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를 귀찮게 하는 법이 없다. 신경질 나는 일이 없다는 것, 그만한 것이 없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재결합을 둘러싼 오해들
소위 ‘멘탈’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 전성기 시절 그들의 음악이 상업적이고 깊이가 없다는 신랄한 비판 여론에 관해 묻자 울바에우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당시 스웨덴 음악계에서는 변혁 운동이 있었고, 우리는 적이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를 싫어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갖가지 반응을 접해왔기 때문에 아무 의미도 없던 일이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의 방식을 좋아하는 동료들과 뮤지션들도 많았다.” 일례로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는 그들의 1977년 곡 ‘프리티 베이컨트(Pretty Vacant)’가 아바의 1975년 곡 ‘SOS’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하였다.
반면 해체 후 1990년 갑자기 돌아온 아바 열풍에 대해서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잠정 휴식’ 이후 약 10년 간 대중에게 잊혀졌던 아바는 호주 출신 아바 트리뷰트 그룹 비에른 어게인(Björn Again)의 예상치 못한 ‘대박’으로 다시 회자되기 시작하였고, 이후 이레이저(Erasure), U2, 너바나, R.E.M. 등 초특급 밴드들이 아바의 곡을 커버하기 시작하며 아바 없는 아바 시대를 만들었다. 이에 힘입어 1992년에는 아바 베스트 앨범 <아바 골드(ABBA Gold)>가 발매되었으며, 전 세계 3,100만 장이라는 경이로운 판매 기록을 세운다. 안데르손은 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말 모르겠다.”며 민망해했다고 한다.
이러한 ‘역주행’이 아바의 재결합 의지를 고무시킨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혹자들은 또 다른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2000년도에는 정체 모를 스폰서가 투어 1회당 1억 달러를 제시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다. 울바에우스는 “전 세계를 돌며 수백 회에 이르는 스폰서 투어와 관련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성사된 적도 없었고, (사실이라 해도) 우리가 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모두 알 것이다.”라며 오해를 불식시켰다.
오히려 아바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으며, 다른 방식으로 그룹의 유산을 보존하고자 했다. 실제로 아바는 1999년 막을 올린 뮤지컬 <맘마미아> 상연과 2018년 동명의 영화 개봉, 스톡홀롬 아바 박물관 설립 등을 지지하거나 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였다. 다만 아바를 테마로 한 스톡홀롬의 한 레스토랑에서 네 명이 동석한 모습이 사진에 찍히는 등 재결합을 기대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들은 늘 있었다. 안데르손은 이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해체 이후에도) 수년간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만남을 지속했다. 우리는 친구이다. 비에른과 앙네타 사이에는 아이들도 있고 손주들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봐야 하는 것이고. 프리드와 나 또한 친구인데 뭐가 문제겠는가.”
재결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스파이스 걸스, 데이비드 베컴, 빅토리아 베컴의 전 매니저이자 아메리칸 아이돌 제작자인 사이먼 풀러(Simon Fuller)였다. 안데르손은 “사이먼이 와서는 제안할 것이 있다고 했다. 월드 투어를 하긴 하는데 우리가 직접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고 2016년의 일을 회상했다. 팰트스코그가 자서전에서 말했듯 아바 멤버들은 10년간 투어 횟수가 100회가 안 될 정도인 데다 팰트스코그는 무대 공포증이 있을 정도로 라이브 퍼포먼스와 투어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풀러의 ‘홀로그램 콘서트’ 제안은 고려할 가치가 있었고, 그렇게 계약이 진행되며 아바는 새로운 곡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홀로그램 콘서트의 취소와 아바타 공연이 성립되기까지
안데르손은 작업 초기에 두 곡만을 쓰려고 했지만, 결국 지금과 같이 10개의 곡을 내놓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투어를 하면 신곡 두 곡 정도를 쓴다. 대부분 그렇다.”며, “그런데 일단 시작하고 나니까 무언가 더 하고 싶어진 것이다.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오랫동안 하려고 생각만 했던 작업을 몇 개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말이다.”고 설명했다.
대중의 높은 기대와 이미 전설처럼 여겨지는 후광 그리고 새로운 시도들이 부담될 법도 하지만 작업 자체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울바에우스는 “우리가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시도해 보는 것 자체로 정말 즐거웠다.”며, “만일 과거 우리가 추구했던 것이 사람들의 기준에 미달됐더라면, 우리가 이 계획을 바로 접었으리라는 것을 모두 알 것이다. 그래서 아무런 부담도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데르손도 이에 동의했다. “앙네타와 린스태도도 이 작업을 하며 행복해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40년간 그들 각자가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실제로) 노래할 기회는 많지 않았잖은가…. 과거 우리가 작업했던 것과 똑같은 경험이었다. 스튜디오에, 컨트롤 룸에 와서 내가 가사 샘플을 만들고, 반주를 하고, 앙네타와 린스태드가 노래를 하다 의논을 하고, 다시 들어가 노래를 하는 일련의 과정들 말이다. 그들이 스튜디오에 왔을 때 이런 생각도 했었다. 먼저 그들이 아직 노래가 가능한지 물었어야 했었나. 하지만 첫날이 지나고,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2016년 맺었던 풀러와의 ‘홀로그램’ 계획은 취소되었다. 안데르손은 홀로그램 쇼의 특성은 도저히 납득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홀로그램 쇼를 본 적 있나? 무대 한가운데서 정면을 보고 앉아서는, 조명을 받는 일도 없고, 딱히 재미난 것도 없는데. 그래서 ‘아뇨, 우린 못 해요.’라고 말했다.” 풀러가 BBC와 NBC 출연 계획도 잡았으나, 역시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사이먼 풀러는 우리가 TV쇼에 출연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우리는 ‘TV쇼를 우리가 도대체 왜 하겠어?’라는 생각이었다. 그건 아니었다. 영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아바는 홀로그램 콘서트 대신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가 설립하고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는 비주얼 이펙트 회사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 매직(Industrial Light & Magic)과의 작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바는 신곡 ‘아이 스틸 해브 페이스 인 유’의 홍보 영상 클립을 의뢰했고, 회사는 이를 무대용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고 하면서 양측의 협업이 시작되었다.
항간의 오보와 달리, 아바타 콘서트는 홀로그램 콘서트가 아니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 잘못 보도한 것과 달리, 내년 5월 런던에 위치한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Queen Elizabeth Olympic Park)에서 첫선을 보이는 아바의 아바타 콘서트는 홀로그램 콘서트가 아닌 플랫 스크린을 기반으로 하는 콘서트이다. 공연 연출 측은 실제 아바타 콘서트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제작 과정 일부 및 무대 구성에 대한 정보를 귀띔하였다.
연출 담당자는 아바타 제작과 관련, 안무가의 지휘하에 아바 멤버들 및 대역들이 여러 가지 동작을 수행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에 기반한다고 전했다. 너무 기초적인 정보이지만, 더욱 올라움을 주기 위함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또한 아바타 공연은 아바의 요청에 따라 3D나 홀로그램과는 무관한 방식으로 제작되며, 현재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대단히 복잡하고 도전적, 전례에 없던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결과물을 보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놀라운 장관이 펼쳐질 것이라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콘서트장은 3,000명 수용 규모로 제작되며, 영화감독 베일리 월쉬(Baillie Walsh)와 영국 로열 발레단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Wayne McGregor)를 비롯하여 10개 파트로 구성된 밴드가 연주를 담당하고,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 매직 및 800명에 달하는 세계 각국 애니메이터가 아바타 제작을 위해 투입된다.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진 바 없지만,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하는데, 전부 아바가 투자한 금액이라고 한다.
아바를 팝 음악 역사라는 한정적 테두리에만 가두기에는 어디엔가 아쉬운 감이 있다. 70년대 그들의 전성기 때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90년대 부활에도, <맘마미아>로 다시금 열풍을 일으켰던 2000년대에도, 그리고 바로 지금도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드는 그들. 아바의 노래 제목처럼 시대와 문화의 ‘슈퍼 트루퍼(Super Trooper)’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반세기를 아우르는 목소리 아바의 새 앨범은 영국 시각으로 11월 5일부터 보야지 홈페이지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